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은 911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인업을 확장한 포르쉐는 2003년 카이엔을, 2009년 파나메라를 차례로 선보이며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어느덧 2017년, 8년 만에 2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국내 출시된 새로운 파나메라를 시승했다.

포르쉐 고객들 중에는 911을 원하지만 2열 공간 때문에 현실적으로 파나메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 심리를 반영한 듯 신형 파나메라의 외관은 911의 실루엣을 더 많이 담아내고자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다소 뭉툭했던 이전 세대 모델과 다르게 C필러부터 이어지는 측면과 후면 라인이 911과 상당히 흡사하다.

세련미 넘치는 LED 리어램프의 형상 또한 911과 비슷하면서도 독창적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전동식 리어스포일러와 듀얼 트윈 배기파이프는 스포티함을 어필한다.

전면 디자인도 기존보다 날렵하게 다듬어져 날카로움이 배가됐다. 718 박스터와 카이맨, 마칸 등을 닮은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되어 브랜드 정체성도 이어가는 모습. 최첨단 지능형 라이트 시스템인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는 야간주행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질 좋은 가죽이 풍부하게 적용된 실내 인테리어는 귀한 손님을 모시는 응접실처럼 호화롭다.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12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차량의 전반적인 설정을 모두 제어할 수 있으며, 기어노브 주변부 버튼들도 대부분 터치 방식이어서 최신 디지털 기기를 조작하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변화는 시각적으로 멋스럽고 터치감도 나쁘지 않지만, 아날로그 버튼의 명확하고 직관적인 조작감과 비교하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2열 공간은 파나메라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에 전혀 손색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트 엉덩이 부분이 깊어서 자세가 안정적이고 등받이 각도도 적당하며 무릎 공간도 충분히 여유롭다. 덩치 큰 대형 세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 이전 모델보다 길어진 휠베이스도 2열 공간 창출에 기여한 부분이다.

2세대 라인업에서 국내 가장 먼저 출시된 파나메라 4S 모델은 2.9리터 바이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440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발휘하며, 여기에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과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이 어우러져 0-100km/h 가속시간 4.4초,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적용 시 4.2초의 가속 성능을 제공한다.

폭발적인 실제 가속 대비 몸으로 체감되는 속도는 상당히 여유롭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고급 대형 세단을 운전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부드럽고 나긋하며 편안하다. 파나메라에 적용된 새로운 MSB 플랫폼은 향후 벤틀리의 차종과도 공유된다고 하는데, 여유로운 그랜드 투어러 성향의 지향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번갈아 바꿔가며 성능 파악에 나서자 하체가 탄탄해지고 속도계와 회전계의 바늘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운전자에게는 별다른 자극이 없다. 의도적인 수동변속을 제외하면 변속충격 없는 매끄러운 변속감각을 제공하며, 모든 반응은 신속하지만 안락함을 잃지 않고 안정적인 거동을 선보인다.

브레이크 역시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하면서도 차체의 하중이동 범위가 크지 않고 균형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 승차감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2세대 파나메라는 포르쉐 유일의 4인승 그란투리스모가 추구해야할 가치를 명확하게 파악했고, 모든 것을 온전히 실현했다. 물론 아쉬움도 존재한다. 포르쉐만의 순수함과 생동감이 다소 희석되어 운전재미 자체는 감흥이 덜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새로운 파나메라에 대한 평가는 쉽게 결론지을 수 없다. 추후 등장할 고성능 모델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파나메라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