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반듯한 모범생 같은 디자인을 주로 선보였던 폭스바겐이 아테온을 통해 마음먹고 멋을 부렸다. 유려하면서도 유약하지 않은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완성된 아테온은 그런 겉모습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췄을까? 시승을 통해 확인해봤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전륜구동 방식에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품은 아테온의 주행 성능은 무난함 그 자체다. 낮고 넓은 차체는 흡사 스포츠 세단 같은 모습이지만,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 0-100km/h 7.7초라는 제원표상의 수치들처럼 평범한 가속 성능과 그게 걸맞은 부드럽고 유연한 제동 성능을 갖췄다.

화끈한 달리기 실력이 없어도 디젤 엔진 덕분에 연비 효율은 출중하다. 다양한 도로를 테스트한 실제 연비는 14.5km/L를 기록했고, 고속도로에서 느긋하게 달리면 눈을 의심케 하는 경이적인 연비를 보여줄 때도 있다. 그 바탕에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존재하며, 빠른 변속이 만족스러운 주행 질감을 뒷받침한다.

스티어링 감각은 폭스바겐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반응을 전달한다. 유격이 없는 편이며, 저속에서는 부드럽고 속도가 높아질수록 묵직한 예리함이 살아나는 타입이다. 코너링은 딱히 흠잡을 데 없지만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다시 외관을 살펴보면,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디자인 완성도가 대단히 매력적이다. 좌우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차체를 더욱 넓어 보이게 하며, 입체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범퍼 디자인은 세련미가 넘친다.

측면과 후면 역시 깔끔함을 바탕으로 디테일한 멋을 가미했다. 리어램프 내부에 얇은 LED를 겹겹이 쌓아 입체적인 조형미를 강조했고, 낮게 누운 C필러 라인은 늘씬한 쿠페처럼 아름다운 실루엣을 강조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영락없는 폭스바겐 특유의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오밀조밀하게 짜 맞춘 듯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며,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이 상당히 뛰어나고 사용 편의성도 기존의 폭스바겐 차종들보다 개선됐다.

실용성이나 편의성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아테온의 실내 디자인과 소재 등은 겉모습과 달리 쓴소리를 듣고 있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는 부족해보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몸을 적당히 지지해주는 1열 시트의 착좌감은 준수하며,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전혀 부족함 없다. 다만 전륜구동 세단임에도 바닥을 가로지르는 센터 터널이 상당히 높게 솟아있기 때문에 뒷좌석에 3명이 탑승하기엔 불편하다.

폭스바겐 아테온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외관 디자인을 갖췄으며, 검증된 파워트레인의 무난한 주행 성능과 뛰어난 연비 효율 등은 탄탄한 기본기를 증명한다. 다만 디젤 엔진으로 풍파를 겪었던 폭스바겐이기에 더더욱 가솔린 모델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며,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 않은 판매 가격과 들쑥날쑥한 할인 정책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건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잘 나가는 40대 오빠, 영포티’들 사이에서 아테온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40대들이 아테온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결과는 머지않아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