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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한국 VS 일본, 고성능 독립의 선구자 벨로스터 N



815 콜라를 기억하는가? 코카콜라에게서 독립한다는 취지로 국내 식품기업이 만들었던 토종 콜라다. 취지는 좋았으나 코카콜라에 길들여진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815 콜라는 독립을 맞이하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뜬금없이 철지난 콜라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비슷한 취지를 가진 자동차를 만났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현대 ‘벨로스터 N’이다. 해외에서 i30 N을 먼저 출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현대는 우리나라에도 호기롭게 벨로스터 N을 출시하며 국산 고성능 모델 독립의 선구자를 자처했다.



벨로스터 N을 접해본 이들은 ‘운전재미가 좋다’, ‘코너링이 뛰어나다’, ‘배기음이 들을만하다’는 칭찬일색의 평가들을 내놨다. 그러나 나는 한때 공도의 제왕이라 불렸던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오너다. 그래서인지 벨로스터 N에 대한 평가들이 가소롭게 들릴 뿐이었다.


                                                                       

랜서 에볼루션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41.5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단단한 하체와 AWD 구동방식은 10세대를 거치며 갈고 닦은 노하우 덕분에 매력적인 수준을 넘어 황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직업상 최신의 고성능 모델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런 차들을 온종일 타고나서 랜서 에볼루션으로 갈아타도 아쉽거나 실증을 느낀 적은 없었다. 몸을 꽉 잡아주는 레카로 버킷 시트와 작고 날렵한 스티어링 휠은 언제나 나를 반기며 만족감을 줬고, 출중한 운동성능은 미소를 머금게 했다.


경차보다 빈약한 옵션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전범기업이 만든 차라며 삿대질하고 욕하는 사람들을 감내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취향에 딱 들어맞는 운전재미 때문에 이 차를 포기할 수 없었다.



시승차로 만난 벨로스터 N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에 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되어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m을 발휘한다. 랜서 에볼루션보다 출력과 토크가 낮고 전륜구동 방식이기 때문에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주행하기 전에 실내를 둘러보니 랜서 에볼루션에 없는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블루투스 기능 등의 다양한 옵션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벨로스터 N의 시트는 레카로 시트처럼 과하지 않고 몸을 적당히 잡아주기 때문에 일상 주행에서는 더 편안하다.



엔진을 깨우면 들려오는 배기음은 그동안 접해왔던 현대차와 상당히 다른 소리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으르렁거리는 음색이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벨로스터 N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변속할 때 후연소 배기음이 들려온다. 일명 ‘팝콘 튀기는 소리’라 불리는 이런 음색 덕분에 주행을 위한 모든 조작이 즐거워진다.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N 버튼을 누르면 배기음이 더 커진다.



벨로스터 N은 스포츠성이 강한 수동변속기 모델이지만 굳이 힐앤토 기술을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 자동 레브매칭 기능이 있어 기어변속이 알아서 엔진 회전수를 올려준다.


모든 반응이 날카로워지는 N 모드의 서스펜션 세팅은 도심주행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고속주행에서는 안정성이 탁월하며 급격한 차로변경에서도 날렵한 거동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한다.



굽이진 도로에 접어들면 벨로스터 N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언더스티어 현상이 없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빠르게 탈출한다. 코너링 실력만큼은 슈퍼카 뺨친다는 랜서 에볼루션과 비교해도 뺨맞지 않을 정도다. 하마터면 전륜구동 방식에 대한 선입견이 날아갈 뻔했다.



벨로스터 N의 뛰어난 코너링 실력은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라는 전자제어 기계식 LSD가 있기에 가능하다. 전륜구동 방식에서 흔히 발생되는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완해주며, 가속 페달을 요령껏 조절하면 코너를 더 빠른 속도로 탈출할 수 있다.


물론 한계점은 랜서 에볼루션이 더 높지만, 현대차가 굽이진 길에서 더 재밌는 고성능 모델을 만들었다는 건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과거 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며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의 핵심 기술들을 지원받았다. 그러다 90년대부터는 독자적으로 엔진을 개발하더니, 결국 미쓰비시의 상징과도 같은 랜서 에볼루션에도 현대차의 세타 엔진 블럭이 사용될 만큼 기술이 역전됐다.


이후 현대차는 짧은 기간에 괄목할만한 기술 발전을 이루며 WRC, TCR 등의 모터스포츠에도 참여해 연구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결과물로 오늘날 벨로스터 N이라는 재미난 자동차를 세상에 내놨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은 해외 유수의 고성능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랜서 에볼루션 오너가 굽이진 도로에서 충격을 받을 정도로 인상적인 실력을 과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최소한 미쓰비시라는 과거의 잔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완벽한 독립을 이룬 셈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랜서 에볼루션을 떠나보낼 예정이다. 운전재미를 위해 부족한 옵션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범기업이 만든 자동차라는 손가락질을 당하며 서비스센터도 없는 설움까지 감수할 자신이 없어졌다. 이러한 결정에 벨로스터 N의 독립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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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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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h2***** 2020-05-17 01:27 | 신고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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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j0*** 2020-05-17 01:23 | 신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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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 2020-05-13 00:21 | 신고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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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ov** 2020-04-23 19:28 | 신고
아버지와 아들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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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20-04-22 13:46 | 신고
죄성하지만 아직 란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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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j0*** 2020-04-07 15:40 | 신고
벨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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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2020-03-29 09:24 | 신고
뒤도안보고 벨N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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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o******* 2020-03-15 13:29 | 신고
제네시스시리즈와 벨N은 현대차중에 유일하게 인정하는 모델들!!
그리고 벨N도 제메시스처럼 자체 모델 엠블렘 달아줘라 현대마크달림 여타 차량들과는 차이를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도요타처럼 도요타마크달고 파는 그저 그런 차, 렉서스처럼 고급은 제네시스마크를 다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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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2020-01-22 09:56 | 신고
가성비는 확실이 N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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