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1978년, 북미지역 수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X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자체 개발을 기본방침으로 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이탈리아 쥬지아로의 디자인, 일본 미쓰비시의 핵심기술, 영국 GNK의 전륜구동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그 결과 1984년 1월, 모든 테스트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최초의 전륜구동 소형 해치백을 완성하게 된다. 포니의 후속작인 프로젝트 X카의 차명은 ‘포니 엑셀’로 정해졌다.

하지만 해치백은 짐차라는 인식과 함께 노치백 형태를 선호하는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대차는 다시 포니 엑셀을 기반으로 하는 노치백 차종을 개발했다. 4도어 노치백 형태로 완성된 이 차종은 미국의 안전기준까지 통과했으며, 차명은 ‘매우 빠르게’라는 의미의 음악용어인 ‘프레스토(Presto)’로 지어졌다.

1985년 7월, 현대차는 신차발표와 동시에 전국 70여개 매장에서 프레스토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당시 가격은 455만 5천원. 프레스토는 포니 엑셀과 더불어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어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프레스토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87마력, 최대토크 12.5kg.m를 발휘하는 미쓰비시의 1.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이었으며, 연비는 도심연비 14.2km/L와 경제속도(60km/h) 연비 20.4km/L 두 가지로 공개됐다. 프레스토의 전륜구동 방식은 사계절인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주행성을 보장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보닛이 일반적인 형태와 반대로 열리는 방식이어서 마치 슈퍼카와 같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포니 엑셀과 프레스토라는 서로 다른 차명을 사용했지만, 수출형 모델은 해치백과 노치백 형태 모두 ‘엑셀’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일했다. 1985년 1월에 31대의 엑셀이 미국 현지 자동차 테스트를 위해 먼저 보내져 모든 기준을 충족시켰고, 1986년 1월부터 1천대 선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됐다.

때마침 터진 2차 오일쇼크는 프레스토에게 행운이었다. 치솟는 기름 값에 당황한 미국인들은 고출력의 대형차보다 연비 좋은 소형차로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였고, 이는 현대차와 프레스토에게 기회로 작용해 1986년 한 해 동안 16만 8천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1986년 9월에는 북미지역 수출용으로 개발했던 프레스토 1.5 아맥스(AMX) 모델을 국내에서도 판매했는데, 충격흡수식 5마일 범퍼를 장착해 안전성이 더 높았다. 10월에는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 모델까지 판매해 국내 소형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1987년에는 1.5 아맥스 모델에 당시 고급 승용차에만 적용되던 3단 자동변속기와 전동식 선루프를 추가한 최고급형 모델 프레스토 ETR을 선보였고, 1.3리터 엔진의 저가형 모델까지 출시해 두터운 라인업을 구축했다. 프레스토 ETR 모델의 판매 가격은 530만원이었으며,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후방 범퍼 디자인을 수정하고 안개등 및 편의장비들을 제외한 1.3 모델의 판매 가격은 보급형 FX 409만원, 고급형 DX 434만 1천원이었다.

1988년에는 휠베이스를 늘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한 1.5 DX 모델과 88 서울올림픽을 기념한 1만대 한정판매 모델 ‘프레스토 올림픽 팩’을 출시했다. 프레스토 올림픽 팩 모델은 블랙 알로이 휠, 크롬 소재를 활용한 외관 디자인, 편향 타이어 장착 등으로 기존 모델과 차이를 둔 것이 특징이다.

프레스토는 내수시장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포니 엑셀과 함께 ‘엑셀’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차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며 북미시장 수출, 미쓰비시와의 제휴를 통한 일본 수출, 독일을 비롯한 유럽지역 수출까지 성공시켜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했다. 1989년, 현대차의 프로젝트 X2카 2세대 ‘뉴 엑셀’이 출시되면서 ‘프레스토’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