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세단이 더 많이 팔리고 있지만 SUV를 선호하는 소비 현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수입차 시장에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SU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푸조 3008은 가격 대비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SUV로, 실제 구매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인 3008 GT를 시승하며 그 가치를 평가해봤다.

3008의 외관 디자인은 옹골지고 당차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모습.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밀하고 디테일한 구성이 돋보이며,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신선함을 지녔다. 특히 날렵하게 다듬은 LED 헤드램프와 범퍼의 형상, 보닛 위의 라인까지 독창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측면과 후면도 평범한 SUV들과는 다르게 볼수록 매혹적이다. 루프 라인을 최대한 낮게 설계해 역동성을 강조했고, LED 리어램프 역시 차별화된 형태를 보여준다. GT 모델에는 19인치 휠이 적용되어 시각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출력과 연비, 승차감 등을 고려하면 18인치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설계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기어노브 등 손이 자주 가는 부분들은 사용하기 편리하다. 공조장치 버튼의 모양새나 조작할 때의 촉감 등 감성적인 부분들도 세밀하게 다듬어져 만족스럽다. 1열과 2열 모두 시트의 착좌감은 단단한 편이지만 불편함 없이 몸을 잘 지지해준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2열 무릎 공간은 다소 부족해 아쉽지만, 전체적으론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부족함이 없으며 트렁크 공간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여행이나 레저 활동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다만 트렁크 공간을 조금 줄이고 2열 공간을 더 넓게 구성했다면 만족도가 더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3008 GT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며 공인 연비는 13.0km/로 인증 받았다. 1.6리터 디젤 엔진이 적용된 하위 모델보다 출력과 토크가 강화됐지만 실제 주행감각에서 큰 차이는 없다.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엔진과 변속기가 더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해서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구간에서의 실제 주행 연비는 12.5~13.0km/L 수준으로 공인연비에 근접한 수준을 기록했다.

푸조 특유의 경쾌한 핸들링 성향은 여전하며, 고속에서는 묵직하고 날카로운 조향 감각을 뽐낸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에 걸맞게 부드러운 감각으로 세팅됐지만 고속에서의 급제동 시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서스펜션은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전형적인 유럽형 세팅이다. 탄탄한 댐핑 압력이 운전 재미를 살려주고, 무게중심이 높은 SUV답지 않게 코너링 시 롤링 현상도 충분히 억제된다. 그러면서 노면의 기분 나쁜 충격은 대부분 걸러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으니, 서스펜션 세팅의 뛰어난 완성도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푸조 3008 GT는 개성 있고 세련된 디자인과 효율적이면서도 즐거움을 갖춘 주행감각까지 겉과 속이 꽉 찬 종합선물세트 같은 SUV다. 푸조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희소성이 가치를 발휘할 수도 있다. 막상 경험해보면 실망스러운 차가 있는 반면, 경험할수록 만족스러운 차도 있다. 3008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시승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구매 팁을 전하려 한다. 푸조 3008의 판매 라인업은 알뤼르, GT 라인, GT 등의 총 3가지 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 대비 종합적인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추천 트림은 중간 등급인 ‘GT 라인’으로 판매 가격은 4,200만원이며, 현재 약 10% 할인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