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BMW 참전기]올 한 해의 경기가 모두 끝났다. 매년 이 맘 때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 느낌은 이전과 좀 다르다. 작년엔 이동욱 선수와 AF3(Asian Formula 3 Championship)에 나갔으나 필리핀팀에게 메인터넌스를 맡겼다. 결과적으로 작년은 이레인팀 전체 참가를 위한 준비과정이었고 대한민국의 팀으로서 외국경기 전 시리즈에 참가한 건 올해가 원년이다.
한 마디로 현재의 감정을 표현하면 \'이제 모터스포츠가 무엇인 지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다. 여러 여건 상 한 장소에서 매년 같은 차로, 같은 드라이버로 경기를 치러 왔던 우리에게 보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등 분명한 전환점을 가져다줘서다.
지난 3월 BMW코리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조인식을 갖고 참가한 첫 경기가 세팡 F1 그랑프리의 서포트 경기였다는 것부터가 우리를 꿈에 젖게 만들었고 역시 그 만큼 부담이 됐다. 모터스포츠인의 꿈의 종착역인 F1 GP에 관련된 모든 이들과 수만명의 관중이 지켜 보는 가운데 경기를 치른 그 기분은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스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흥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한국에도 레이스가 있느냐’는 듯 신기하게 우리를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은 ‘정말 큰 일을 해냈다’는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변했다. 실제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필자에게 많은 드라이버와 미캐닉이 \"이레인에서 차를 타고 싶다, 일하고 싶다\"며 명함을 요구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터스포츠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 잠재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포뮬러 경기 첫 해 참가에 \'루키 챔피언\'을 따내 모두를 놀라게 한 유경욱 선수에게는 개인적으로, 또한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인의 한사람으로서 축하하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유 선수의 이런 성과는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BMW코리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또한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도약의 발판이 된 것으로 완성차 업계가 국내관련 모터스포츠에 타이틀 스폰서가 된 첫 케이스다. 이 밖에도 아낌없는 후원을 해준 SBS 골프채널과, 우리 팀을 가장 화려하게 보이게 해준 푸마코리아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매 경기가 우리에겐 새로운 경기장,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으라면 역시 8월24일 태백에서 열렸던 9, 10전이다. 자국 경기이니만큼 유리한 점도 분명 있었지만 너무도 힘들게 치른 경기였다. 통역이 부족해 팀에서 유일한 엔지니어인 필자가 포뮬러 BMW 연습 도중에도 통역을 해야 했고, 매일 점심시간이면 \"피자를 시켜달라\"고 피트로 찾아오는 외국팀 스텦들, 저녁에는 \"어느 식당인데 돼지 불고기를 시켜달라\"는 전화... 팀 성적보다는 조직위원회 일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첫 경기에서 경주차 트러블로 3위를 달리던 유경욱 선수가 5위로 경기를 마쳤을 때는 모든 상황이 너무 서러워 눈물까지 났다. 두 번째 경기에서 2위로 결승지점을 통과할 때 우리는 모두 부둥켜안고 다시 한 번 울었다. 물론 첫 번째의 눈물과 두 번째의 눈물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사실 이 날 필자는 여러 번 눈물을 흘렸는데, 유 선수와 이두영 선수가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관중의 박수에도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유선수가 시상대에서 관중들을 향해 큰 절을 할 때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국 경기 직후인 9월28일 일본의 오토폴리스에서 11, 12전이 열렸다. 경기장의 시설에도 뛰어났으나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건 그 곳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이었다. 경기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들은 우리를 보고 너무 기뻐하며 출발 전 스타팅 그리드에는 올 수 없어 철조망 뒤에서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줬다. 아마도 태극마크를 달고 외국에서 경기하는 모든 선수들은 현지에서 그런 응원을 들었을 때 뭔가 가슴 속 깊이 뭉클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경기가 끝난 10월26일, 중국 북경의 골든 포트 모터파크의 BMW 환영행사에서는 BMW 모터스포츠의 스폰서십 총 책임자인 가이도 스탈만이 참석한 가운데 종합 시상식이 거행됐다. 유경욱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루키 챔피언!\"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국내에서도 내년에 세계 모터스포츠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CART (Championship Auto Racing Teams)가 열리고 2009년에는 바로 꿈의 F1이 개최된다고 한다. 이 커다란 국제 이벤트를 남의 잔치로 만들지 않으려면 우리의 것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화분에 뿌려줄 물과 햇빛, 즉 적절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전홍식 부장(이레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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