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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현대가 JD파워의 IQS를 조작?"


현대자동차가 미국 JD파워의 2004년 상반기 IQS(신차품질조사)에서 토요타, 벤츠, BMW를 제친 데다 12일에는 JD파워 4세 부회장을 현대 본사로 초청, 시상식까지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이번 성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관련업계와 소비자들은 현대의 약진에 놀라워하면서도 ‘현대차의 품질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토요타, 벤츠, BMW보다 낫다’는 결과를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세계 언론의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오죽하면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사람이 개를 물었다’거나 ‘지구는 평평하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을까.

더욱이 1년 전과 비교해 브랜드별 순위는 23위에서 7위(총 38개 브랜드)로, 메이커별 순위는 10위에서 2위(총 15개 메이커)로 수직상승한 대목에선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JD파워가 현대에 매수돼 IQS 수치를 조작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현대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에 넘어간 미국 소비자들이 설문조사 때 현대차의 결함을 봐줬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는 JD파워에 대한 로비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품질관련 세미나를 열어 JD파워측 인원을 강사로 초빙하거나 JD파워의 품질평가자료를 구매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등 어느 업체나 하고 있는 정당한 활동이었다고 해명한다.

최근 수 년새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진 점이 이번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IQS는 막연한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9개 시스템의 135개 항목에 대해 구체적인 결함건수를 묻는 방식이다. 또 토요타, 벤츠, BMW 등 다른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빠진 게 아니라면 현대에게만 유리하게 작용된 요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현대는 어떻게 ‘경천동지’할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한 공장에서 만든 같은 차종의 품질수준을 불과 1년만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는 게 가능한 일인가. 현대가 수 년 전부터 ‘품질경영’을 내세우며 꾸준한 품질향상 노력을 해 온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이 것만으론 명쾌한 답변이 안된다.

그러나 현대는 해냈다. 이번 IQS에서 나타났듯이 현대차의 품질은 확연히 달라진 게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 수출차에 관한 한’ 그렇다는 점이다. 현대의 한 임원에 따르면 이번 IQS 성적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요인은 ‘PDI(Pre-delievery Inspection, 출고 전 점검) 강화’였다.

지난해 7, 8월. 한국에서 실려와 미국의 한 부두에 내려진 현대차들은 평소와 달리 ‘특별관리’되고 있었다. 이 차들은 딜러를 거쳐 11, 12월께 소비자들에게 팔릴 것으로 ‘계산’됐다. JD파워의 IQS는 매년 11월과 12월에 등록된 차 소유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 기간중 신차를 구입해 3개월간 운행한 시점에서 해당 차 소유주에게 결함건수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는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이들 특별관리 대상차를 정밀점검, 소비자에게 출고되기 전 최대한 결함을 개선했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 수정되거나 걸러진 결함은 JD파워의 IQS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험생이 시험문제의 경향을 미리 파악하고 집중적인‘벼락치기’ 공부로 좋은 점수를 얻은 셈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JD파워의 IQS에 대응해 일부 해당 시기 투입차종에 대해 PDI를 대폭 강화했다”며 “이는 일본메이커들에게서 배운 것이지만 이들 업체보다 미국 내 판매대수가 훨씬 적은 현대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벼락치기 공부도 기본실력이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나오듯이 이번 결과는 기본품질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PDI 역시 품질제고활동의 하나인 만큼 앞으로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는 요즘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오는 바람에 내년 조사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것. 현대의 이 같은 처지는 JD파워 관계자가 한 외신을 통해 밝힌 “현대의 품질향상은 상대적으로 적은 판매대수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앞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면 다른 점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편 올해 IQS에서 31위로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아는 내년을 노리고 있다. 기아는 올해중 세피아, 스포티지 등 품질개선이 안된 구형차의 판매가 중단되고 신차가 투입됨에 따라 내년 IQS에 대응한 PDI 강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의 경우 오피러스(미국 수출명 아만티)에 대해서만 새로운 PDI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JD파워의 품질평가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현대는 이번 결과로 도약의 호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 대해 숱한 논란이 말해주듯 미국 판매차에 대한 특별관리없이도, 또 내수용 차에서도 올해와 같은 점수를 받을 때 현대차의 품질은 누구나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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