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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끝내 태극기는 휘날리지 않았다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세팡 경기장에서 전일본투어링카채피언십(JGTC)의 서포트 레이스로 치러진 ‘포뮬러BMW아시아’제 3, 4라운드에서 유경욱(BMW코리아이레인)이 연속 2, 3위를 해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지난 4월 바레인 개막전과 2전에 이어 우승컵을 다시 한 번 마치 리(홍콩)에게 넘겨준 것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18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된 예선은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 때문이었는 지 3, 4라운드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는 JGTC의 단 1회 예선결과로 베스트 랩과 두 번째 베스트 랩으로 각각 레이스1과 레이스2의 출발순서를 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선시작 후 10분이 지나자 장대비는 그쳤으나 트랙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비가 올 때의 예선이 항상 그렇듯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했다. 30분 내내 1위에 오르내리던 유경욱은 마지막 랩에서 다른 차에 막혀 1초 이상의 손해를 봤으나 2분35초871의 기록으로 체커기를 먼저 받고 랩보드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분 뒤에 체커기를 받으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강력한 라이벌 한스 린(대만)이 2분35초593으로 레이스1의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레이스2는 유경욱이 예선 1위에 올랐다. 예선 30분 내내 1위를 오르내린 유경욱이 두 번째 베스트 랩에서 2분36초499로 2위 하메드알 파단(바레인)과 3위 마치 리의 2분37초180을 크게 앞서며 경기 참가 이후 첫 폴포지션(예선 1위)을 차지했다.

이는 유경욱의 첫 폴포지션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드라이버가 국제 포뮬러 참가 사상 최초의 쾌거다. 예선에서 보여준 유경욱의 파이팅은 세팡 경기장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 특히 JGTC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날 예선과는 전혀 다른, 말레이시아 특유의 쏟아지는 햇빛과 무더위 속에서 포뮬러BMW 3라운드는 예정보다 늦어진 12시30분에 시작됐다. 예선 마지막 랩의 아쉬움으로 2그리드에 포진하며 첫 우승을 노리던 유경욱은 스타트에서 순위를 고수하고 첫 랩을 돌 때 경주차에 이상이 생겼다. 코너에서 선두차 꽁무니를 바짝 몰아붙이면 직선에서 다시 거리가 벌어지는 것.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경욱을 압박하는 드라이버들이 많았기 때문. 이들은 직선만 나오면 유경욱을 제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문에 유경욱은 정상적인 주행을 하지 못하고 방어하는 라인을 고집해야만 했다. 2위로 달리던 유경욱은 직선주로에서 추월을 연속적으로 허용하고 4위까지 처지고 말았다.

3랩, 유경욱을 넘어 2위로 달리던 메디 버나니(모로코)가 1번 코너에서 자신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선두 한스 린을 푸싱하며 동반자살의 길을 택했다. 유경욱에게는 불행중 다행으로 덕분에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레이스1이 끝나고 경주차의 상태를 점검하자 데이터 상으로도 엔진출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실링에 문제가 생겨 윤활계통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스1이 끝난 시간은 오후 1시. 검차장에서의 대기시간은 30분, 레이스2의 시작시간은 오후 2시45분. 이제 1시간밖에 남지 않아 경주차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시간이 없어 수리를 포기했다.


레이스2는 유경욱의 친형인 칩미캐닉 유경사를 비롯한 모든 미캐닉들이 사상 처음으로 폴포지션에서 출발한 유경욱이 직선에서 추월당하고 다시 코너에서 처지는 안타까운 30분을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경욱은 최선을 다했으나 1km에 가까운 직선을 2개나 갖고 있는 세팡 경기장은 엔진에 문제가 있는 이 대한민국 청년을 가만두지 않았다.

결국 4위로 뒤졌으나 유경욱의 재치로 그나마 3위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코너에서 황색기가 나오자 뒤에 붙은 드라이버가 가속 포인트를 늦추기 위해 살짝 브레이킹을 하는 사이, 이를 눈치채지 못한 한스 린이 유경욱을 추월한 것이다. 결국 한스 린은 경기 후 황색기 구간 추월로 1분의 페널티를 받으며 하위로 추락했다.

경기가 끝난 후 유경욱은 레이싱 수트에서 무언가를 꺼내 슬그머니 사라졌다. 가서 확인해 보니 바로 태극기였다. 필자의 가슴이 뭉클해지며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고 올라왔다. 아직도 유경욱이 등을 돌리며 하던 말이 귓가를 울린다.

"우승 체커기 받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주행하고 싶었는데... 시상대에서도 흔들고 싶었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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