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브랜드의 자동차에는 각 브랜드만의 고유한 '디자인 DNA'가 녹아있다. 자식이 부모를 닮고, 형과 아우가 서로 닮은 것이 집안마다 내려오는 유전자 영향 때문인 것처럼 같은 집안(브랜드)의 차라면 차체가 다르고 배기량이 달라도 척 보면 어느 집안(브랜드)에 속한 차인지 감이 오게 마련이다. 이는 바로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디자인 때문이고, 이 디자인은 유전자처럼 어떤 차가 어느 브랜드인지를 구분케 하는 이른바 '패밀리룩(family look)'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명차의 패밀리룩=프랑스 자동차회사 푸조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펠라인(Feline Look)'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펠라인은 '고양이 과(의)'라는 말. 고양이 눈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삼각형의 헤드램프와 앞쪽으로 과감하게 경사진 앞 유리가 고양이를 연상시킨다.
최근 나오는 볼보의 디자인 DNA는 ▷대각선으로 분할되는 라디에이터 그릴 위의 볼보 엠블럼 ▷스웨덴 전통의 목마의 형태를 본떴다는 리어램프 ▷차를 정면에서 봤을 때 도어 윈도와 도어를 잇는 이른바 숄더라인(어깨선)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숄더라인은 안전을 최고 가치에 두기에 도어 두께가 엄청난 볼보차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특징이다.
BMW의 모든 차에선 콧구멍을 닮은 '키드니 그릴'을 볼 수 있다. 지난 1931년 2인승 로드스터에 최초로 적용된 이래 지금까지 BMW의 패밀리룩으로 남아 있다.
사브는 가로와 세로로 3등분 된 라디에이터 그릴이 특징이다. 이는 항공기 회사로 출발했던 사브가 비행기 날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재규어에는 보닛 위에 헤드램프와 앞 유리 사이를 잇는 여러 개의 선이 있다. 이 회사 창업자 윌리엄 라이온스의 이름을 따 '라이온스 라인'이라 불린다. 동그란 트윈 헤드램프도 재규어의 개성.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생산하는 지프 브랜드는 7개의 흡기구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 사다리꼴 모양의 휠하우스가 빠지지 않는다.
포르셰는 타원형의 헤드램프와 곡선형의 후면 보디 라인이 마치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디자인은 박스터 카이엔 등 전 모델에 공통으로 적용된 것이다.
디자인의 진화=DNA는 시대나 유행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때로는 진화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종(種)이 탄생하기도 한다.
피아트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크리스 뱅글이 BMW에 합류한 뒤 최근에 나온 BMW는 치켜올라간 헤드램프의 선, 동글동글해진 키드니 그릴의 콧구멍, 근육질을 연상시키는 차체 라인 등의 유전자가 새로 결합됐다.
캐딜락은 지난 99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이보크(Evoq)'를 내놓은 뒤 CTS나 SUV인 에스컬레이드 등의 신차를 통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디자인의 차를 선보이고 있다. 차체 곳곳에 날카로운 각을 부각시키고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수직으로 세워 '나이 든 차'의 이미지를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차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중후한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SLK, CLK와 같은 컨버터블을 중심으로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를 덮고 있는 커다란 벤츠 엠블럼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끄는 차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최근까지 5세대의 골프를 내놓으면서 세대가 바뀔 때마다 매번 골프 특유의 활 모양을 한 뒷부분(C필러)의 옆라인에 변화를 줘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이상민 기자(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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