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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SK, 수입차 멀티딜러시대 연다



성공 여부 향후 수입차 유통시장 변혁 계기될 듯

대우자동차판매와 SK네트웍스가 본격적인 수입차 멀티딜러 시스템을 가동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한 판매업체가 여러 자동차 브랜드를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나 국내 수입차업계는 자사 제품만을 팔도록 강요돼 왔다. 부득이 자사 딜러에게 다른 브랜드의 판매를 허용할 때는 별도 법인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멀티딜러가 취급하는 브랜드 간 제품간섭을 막고 자사 판매에 충실하기를 원해서다. 반면 딜러들은 영업과 정비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멀티딜러를 원해 왔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한 브랜드에서 얻는 수익이 그룹 전체로 따졌을 때는 미미한 데다 이익창출, 사업 다각화, 로열티 높은 고객자료 확보 등의 이유로 멀티딜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 경기침체 및 딜러 증가 등으로 딜러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일부 수입업체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공신력 있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자판과 SK는 최근 수입차 브랜드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대우자판은 캐딜락과 사브,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 4개 브랜드를, SK는 다임러크라이슬러(짚·크라이슬러·닷지)와 푸조, 재규어 및 랜드로버까지 6개 브랜드를 각각 맡게 됐다. 두 업체의 현황과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멀티딜러 운영하는 이유
대우자판은 국산차(GM대우, 쌍용) 판매로 이미 국내에서 기반을 잡았으나 자동차판매회사로서 내수영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 이에 캐딜락 및 사브를 시작으로 폭스바겐, 아우디까지 사업 다각화를 달성했다. 그러나 수입차 영업이 국산차와 다르다는 점 때문에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SK의 경우 스피드메이트, 엔카, 주유소, 네이트 등 많은 자동차 유관사업을 펼치면서도 정작 자동차 생산이나 신차 판매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결국 국산차보다 진입이 쉬운 수입차 딜러로 나섰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 하나만으로는 이익을 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멀티딜러로 나서게 됐다.

▲운영방법
국내에는 흔치 않은 멀티딜러 개념이지만 여러 브랜드를 한 전시장에서 파는 미국식이나 일본식과는 다르다.

대우자판의 경우 2002년 GM코리아로부터 캐딜락과 사브 딜러권을 받아 수입차시장에 진입했으며, 100% 지분을 투자해 폭스바겐 판매를 위한 메트로모터스와 아우디 영업을 위한 에이엠모터스를 각각 2003년 8월과 2004년 9월 설립했다. 대우자판 이름으로 다른 브랜드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GM측과의 계약조항 때문이었다. 후발 브랜드들도 대우자판이 GM코리아 딜러라는 점을 감안, 법인설립을 요구했다. 대우자판은 또 메트로라는 이름으로 제주도에서 렌터카사업을 벌이고 있다.

SK는 이와 달리 별도의 독립법인없이 회사 내 크라이슬러팀, 푸조팀, 재규어&랜드로버팀을 신설했다. 수입업체측에 브랜드 간 제품간섭이나 영업에 대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약속한 상황이다.

▲조직구성 및 실적
대우자판은 기획실 겸 GM수입차사업본부에 캐딜락 및 사브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전시장은 서울의 경우 성수동, 삼성동, 동부이촌동에, 지방은 분당, 부산, 광주, 대구 등에 각각 매장을 갖고 있다. 영업사원은 80명 정도로 지난해 470대를 판매했다. 에이엠과 메트로는 각각 서초와 분당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업사원은 에이엠이 37명, 메트로가 25명으로 전시장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판매실적은 미미한 편.

각 브랜드를 디비전 형태로 운영하는 SK의 경우 부장급 팀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팀은 지난해 380대 정도를 팔았다. 서울 반포전시장 외에 4월말에는 부산, 5월 인천, 7~8월엔 울산 전시장을 각각 개장할 예정이다. 푸조와 재규어&랜드로버는 각각 부산과 분당에 전시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두 회사의 장점
수입업체측에서 봤을 때 두 회사는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대우자판은 전국에 2급 이상인 직영 정비센터가 10곳을 넘는다. SK 역시 3급이긴 하나 스피드메이트라는 전국적인 정비 점조직망을 확보하고 있다. 수입차업계의 가장 취약점인 긴급출동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물론 고객들의 접근성이 그 만큼 뛰어난 것. 또 대우자판의 경우 전국에 분포된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고, SK는 엔카를 통한 중고차매매, 주유소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전망
대우자판과 SK 모두 수입차시장에 진입한 이후 경험부족 및 회사 내 문제 등으로 신통치 않은 판매실적을 보였다. 대우자판 GM수입차사업본부의 경우 적자폭이 큰 수원 전시장의 경우 올해초 문을 닫았으며 대구 역시 규모를 축소했다. SK는 렉서스 판매로 \'잘 나가다가\' 분식회계 사태로 경영위기를 맞자 한국토요타동차에 의해 일방적으로 딜러 계약을 해지당한 후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와 딜러십 계약을 체결, \'꿩 대신 닭\'을 선택했단 평을 듣고 있다. SK는 렉서스 판매시절에 비해선 실적이 크게 부진한 편.

그러나 앞으로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전망이다. 대우자판은 지난 2년6개월동안 수업료를 비싸게 냈다. 이 회사는 판매실적 중 30% 정도가 4,000여명의 전국 대우자판 영업사원들과 연계해 판매가 이뤄졌고, 올해는 캐딜락 뉴 STS와 CTS 2.8 등 신차가 대거 출시된 만큼 두 가지 요소를 잘 활용하면 지난해보다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폭스바겐 및 아우디 역시 전시장이 자리잡히면 폭스바겐은 월 50~60대, 아우디는 100대 내외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SK 역시 전국 크라이슬러 매장을 모두 열고 푸조와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이 오픈돼 정상 영업에 들어가면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 다른 브랜드로의 진입과 자동차 유관 계열사와의 서비스 이용 등의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두 회사의 멀티딜러화는 다른 대기업들의 행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만일 멀티딜러로서 성공을 거둔다면 현재 수입차업계에 진출, 한 브랜드에만 치중하고 있는 대기업들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게 분명하고, 이는 대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자사 딜러의 다른 브랜드 판매권을 막고 있는 수입업체들 역시 더 이상 딜러를 틀어쥐고 있을 명분이 약해져 국내 수입차 유통분야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결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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