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가격이 최고 1억원에 육박하는 BMW 5시리즈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9,000만원 이상인 벤츠 CLK도 마찬가지다. 렉서스는 1억1,000만원이 넘는 LS에만 내비게이션을 달아준다. 억대를 바라보는 수입차에 비싸야 100만원 전후면 달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없어 소비자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BMW는 7시리즈에만 국내 지도가 담긴 내비게이션을 달아 출고한다. 인천 물류센터에서 BMW 기술자가 직접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뒤 소비자에게 차를 건넨다. 현대오토넷과 함께 개발한 제품이 적용된다. 나머지 차종에는 일체 내비게이션을 붙이지 않는다. 지도를 볼 수 없어 BMW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i드라이브’ 기능의 일부가 제한받는 셈이다. BMW측은 3, 5시리즈용 내비게이션도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는 E, S, CLS클래스와 마이바흐에 내비게이션이 올라간다. C, CLK, SLK, SL클래스는 제외다. 벤츠 역시 내비게이션 장착작업은 본사 물류센터에서 한다. S클래스는 내비게이션 장착작업의 80%를 독일에서 차를 생산할 때 진행하고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작업을 한국에서 맡는다. 내비게이션 장치의 연결 정도를 한국에서 하는 셈이다.
이 처럼 고가의 수입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는 건 현지화에 한계가 있어서다. 한국의 지리정보 시스템을 이용한 제품을 독일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 만들어 탑재하기가 어렵다는 것. 자동차 자체의 시스템 문제도 크다. 한국에서 내비게이션을 추가로 달기 위해선 생산과정에 이를 미리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추가 장착할 수 있게 시스템을 조정해 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일이 여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단순히 돈 몇 백만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업계측 입장이다.
사정은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수입차를 살 예정이라는 한 사람은 “적어도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가 넘는 차들을 국산 소형차에도 달려 나오는 내비게이션없이 파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고객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브랜드들이 많다. 아우디코리아는 내비게이션 장착 전문업체인 아우토스트라세와 손잡고 TT를 제외한 전 모델에 내비게이션을 선택품목 혹은 기본품목으로 적용하고 있다. 최소한 고객이 원하면 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 푸조, 재규어, 랜드로버 등도 아우토스트라세에 내비게이션 장착을 위탁하고 있다. 볼보는 본텍, 크라이슬러는 카렉스에 각각 작업을 맡겨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혼다는 전 모델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하지 않고 있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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