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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레 라세티의 정상 등극, 마카오 WTCC 참관기

WTCC,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국제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이지만 우리가 WTCC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손으로 만든 GM 대우의 라세티가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출전하기 때문이다. GM 대우는 국내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공식 레이싱팀을 창단했으며, 창단 원년에 투어링 A 부문에서 라세티 해치백으로 종합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한 바 있어 국내외를 통해서 GM 대우와 라세티의 활약이 돋보인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사진 / GM 대우, 시보레팀

지난 3월 브라질 쿠리티바에서 시작된 2007 WTCC 대장정은 마카오에서의 연속 2 게임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마카오에서 개최되는 만큼 기자는 우리의 라세티가 출전하는 WTCC 최종전을 관람하기 위해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로 향했다.


라스베가스 만큼이나 유명한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 하지만 정작 기자는 그 마카오가 정확히 어디에 붙어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그 만큼 관심이 없었다는 말인데, 먼저 마카오의 위치를 알아 볼 겸 구글 어쓰에서 마카오를 입력하자 인공위성에서 내려다 보는 망원렌즈는 지구를 살짝 돌리더니 중국의 남쪽지방으로 쏜살같이 내려 앉았다. 첫 눈에, 마카오는 세계적인 쇼핑의 천국, 홍콩 바로 건너편에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중국 본토와 붙어 있는 마카오 반도와 2개의 섬 타이파, 쿨로아네로 구성된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특별 행정구’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카오의 실체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홍콩과는 달리 마카오는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도시며, 지금은 역시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반환되어 특구 형태로 관리되고 있는 도시다.

현재 마카오로의 직항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편이어서, 홍콩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바로 마카오로 연결되는 고속 페리를 이용해 마카오로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자 일행도 같은 루트를 이용했는데, 홍콩까지 비행 시간은 대력 3시간 반, 홍콩 공항에서 마카오까지 페리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55분 정도가 걸렸다.

카지노의 도시로 잘 알려진 마카오는 카지노 못지 않게 모터스포츠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을 가진 도시인 만큼 모터 스포츠를 위한 거대한 서킷을 따로 보유하기는 힘들어 도심의 도로를 서킷으로 전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즉 평소에는 일반 도로로 사용하다 모터 스포츠가 있는 때는 도로를 막아 서킷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나코도 이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며, 국내에서 F3를 열었던 창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마카오에서 열리는 모터스포츠는 소형 스쿠터 경주에서부터 이번에 기자단이 관람한 WTCC, 그리고 F1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F3 외에도 포르쉐 카레라 컵 경주 등 다양한 모터 스포츠가 수시로 열려 관광객과 마카오 주민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기간에도 위에 열거한 많은 경주들이 4일간에 걸쳐서 펼쳐졌는데, 재미있는 것은 매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6시에는 도로를 막아 경주를 펼치다가 경주가 끝나는 저녁 6:30에는 다시 도로를 열어 차들이 다닌다는 점이다. 불과 몇 분전까지 초를 다투며 경주차들이 질주하던 도로 위를 잠시 후에는 일반 차량들이 유유자적 이동하는 이런 반복이 페스티벌 기간 중 매일 일어나는 점이 무척 이채로웠다. 기자도 저녁에 시내를 둘러보러 나가는 길에 몇 시간 전 서킷 이었던 도로를 지나게 되었는데 무척 독특한 느낌이었다.

WTCC에는 시보레, BMW, 알파로메오, 세아트의 4개 업체가 참여하며, 총 27대의 경주차가 출전한다. 라세티가 출전하는 팀은 GM의 디비전인 시보레가 운영하는 팀으로, 경주차 8대가 출전하는 BMW팀과는 달리 시보레 팀에는 단 3대의 라세티만이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라세티는 미국에서 시보레 옵트라로, 유럽에서는 시보레 라세티로 판매되고 있다. 비록 GM 대우가 직접 운영하는 팀은 아니지만 첫 눈에 우리의 라세티임을 알아 볼 수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시보레 팀을 응원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인 듯하다.


기자단은 GM 대우의 초청으로 시보레팀의 VIP클럽에서 경주를 관전하게 되었다. 숙소인 호텔에서 나와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메인 스타디움에 마련된 VIP 클럽에 자리를 잡자 곧이어 게러지 투어가 있었다. 출전 준비가 한창인 라세티를 패독에서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다. 전날 디너 파티에서 만난 시보레 팀 드라이버들과 미케닉, 그리고 팀 운영진들의 분주하고도 결의에 찬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선전을 기원했다. 잠시 후 경주차들이 출발선으로 나오면서 게러지 투어에 참가했던 많은 관중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떠났고 마침내 출발선에는 경주차들만 남았다. 그 맨 앞에는 전날 예선에서 최고의 랩타임을 기록해 폴포지션을 차지한 시보레 팀 알레인 메뉴 선수의 파란색 라세티가 8번을 달고 자리하고 있었다.


마카오 서킷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내 도로를 막아 서킷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1랩의 길이가 6km를 넘는 긴 서킷에 해당한다. 반면 도로 폭이 상당히 좁아 사고가 일어나기 쉬울 뿐 아니라 추월하기는 상당히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예선에서 폴포지션을 잡을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서킷에 비해 우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침 시보레 팀의 알레인 메뉴 선수가 폴포지션을 잡은 만큼 우승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메뉴 선수는 이번 시즌에서 이미 4번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기는 롤링 스타트로 진행되었다. 전광판의 빨간 불이 모두 꺼지자 일제히 맹렬한 엔진음을 내 뿜으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첫 랩은 포메이션 랩으로 순위를 유지하면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서킷의 메인 주로로 들어서면서 마침내 가속을 시작해서 총 9랩을 도는 경주가 시작되는데 알레인 메뉴 선수가 폴포지션을 잡았음에도 스타트에서 약간 늦어지는 바람에 2위로 자리하고 있던 세아트 팀의 선수가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경주 초반 계속해서 선두를 유지했다. 메뉴 선수는 아깝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지만 계속해서 선두를 압박하며 2위를 지켜 나갔고, 서서히 경주차들 간의 간격이 벌어지던 종반에 선두에 있던 세아트 선수의 경주차에 트러블이 생겼는지 차가 멈추어 서고 말았다. 이틈을 타서 시보레의 알레인 메뉴 선수는 다시 선두를 탈환했고, 기세를 몰아 9랩까지 계속 선두를 유지하다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이로서 알레인 메뉴 선수는 이번 시즌에서 총 5번의 우승을 거머쥐게 되어 개인 우승 횟수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게 되었다.




약 1시간여의 휴식과 점심 시간을 가진 후 마카오 WTCC 2번째 경주가 시작되었다. 2번째 경주에서는 BMW 선수가 폴지션을 그리고 시보레 팀에선 니콜라 라리니 선수가 2번째로 출발했다. 2번째 경주에서는 폴포지션을 잡은 BMW 선수가 그대로 1위를 유지하다 우승을 차지했다. 니콜라 라리니 선수는 한 때 알파로메오 선수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다가 경기 종반 알파로메오를 추월하면서 다시 2위로 올라서서 경주를 마감했다.

이날 시보레 팀은 첫 번째 경주에서 알레인 메뉴 선수가 우승, 팀 동료인 랍 허프 선수가 3위를 기록했으며, 두 번째 경주에서는 니콜라 라리니 선수가 2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이로서 2007 시즌이 마감되었으며, 시보레 팀은 단 3대의 차량이 출전해 4개 팀 가운데 팀 성적 3위를 기록하였고, 팀별 우승 횟수는 BMW의 9번에 2번 모자라는 7번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개인 종합 성적에서는 라리니, 메뉴, 허프 선수가 각각 5,6,9위를 기록했지만 알레인 메뉴 선수는 총 5번의 우승을 차지해 개인 우승 회수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2번의 WTCC 경주가 끝난 후에는 54회를 자랑하는 마카오 F3가 시즌 최종회로 치러졌다. F3는 총 15랩으로 치러졌는데, WTCC에 비해 더 빠른 포뮬러 3 머신들이 출전한 만큼 랩타임이 짧아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펼쳐졌다. F3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F1에 입성한 루이스 해밀턴이 2007 F1 레이스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만큼 이날 마카오 F3에 출전한 선수들 중에서도 루이스 해밀턴의 뒤를 잇는 레이서가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국내에서 개최되던 창원 F3 경주도 계속해서 유지되기만 했어도 아주 훌륭한 모터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F3 경주까지 끝이 나자 관람석을 가득 매웠던 수많은 관중들은 인산인해로 경주장을 빠져 나왔고 저녁 6시 반부터는 다시 일반 차량들이 그 뜨거웠던 서킷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카오에서는 다양한 모터 스포츠가 생활화되어 있었다. 누구나 즐겁게 모터스포츠를 관람하고 즐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좀더 빨리, 많은 사람들이 모터 스포츠를 사랑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마카오 WTCC 참관을 통해 우리 라세티의 가능성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대 자동차 모델이 대세를 이루는 국내 투어링 A 부문에서 라세티 해치백이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형제차 라세티 세단이 유럽 메이커들과 겨루는 WTCC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을 기록한 만큼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앞으로 국내 모터스포츠가 더욱 발전하고, 라세티도 계속해서 모터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면 국민들로부터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GM 대우 뿐 아니라 현대와 기아, 그리고 르노 삼성도 보다 적극적으로 모터스포츠를 지원하고 다양한 모델들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 모터 스포츠 무대를 통해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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