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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뉴 BMW M5 7SMG 시승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지금 서킷이 사무치게 그립다. 현재의 E60 5시리즈를 베이스로 F1에서 이식해온 강력한 엔진과, 뛰어난 성능에 편의성까지 높아진 3세대 7단 SMG, 그 외에도 다양한 첨단 장비를 더해 새롭게 태어난 4세대 M5와 함께 한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 흥분과 감동은 서킷을 향한 또 다른 그리움을 낳은 것이다. 럭셔리 세단의 모습 그대로이면서,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동시에 갖춘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M5의 최신 진화 모델은 이전보다 더욱 더 자극적인 성능이 더해진 수퍼스포츠 세단으로, 도로보다는 서킷에 더욱 어울리는 모델이라는 것이 그 결론이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사진 / 박기돈, 원선웅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일까? 한 대의 자동차에 기대하는 바가 자꾸만 많아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역사와 전통을 가진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M5야 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구자가 아니겠는가? 럭셔리 세단과 강력한 파워의 스포츠카를 동시에 실현했으니 말이다.

1978년 등장한 최초의 M카인 M1은 오늘날의 M카의 성격과는 사뭇 달라서 정통 스포츠카에 가까웠다. 하지만 1984년 2세대 5시리즈(E28)를 베이스로 개발된 최초의 M5 때부터는 양산 모델을 기본으로 강력한 스포츠카를 만드는 전통이 시작되었다. 이 후 E34를 베이스로 1988년 2세대 M5가 등장했고, 1997년 E39형 4세대 5시리즈를 베이스로 3세대 M5가 선을 보였다. 이 3세대 M5는 이전까지 BMW의 전통이었던 직렬 6기통 엔진을 과감히 버리고 보다 강력한 V8 5리터 400마력 엔진을 장착해 명실공히 수퍼카와 대등한 성능을 선보였다. 지금은 흔해져(?)버린 듯한 400마력이라는 숫자도 그 당시엔 몇몇 수퍼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경이로운 숫자였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단으로서 선보인 400마력은 메르세데스-벤츠 AMG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었고, 결국 최근에 일고 있는 출력 경쟁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 매력적이었던 400마력 V8 엔진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로드스터의 하나로 기억 될 Z8에도 얹혀 강하면서 아름다운 Z8을 완성시켰다.
최신형인 4세대 M5는 현행 E60 5시리즈를 베이스로 개발되어 2004년 등장했다. 또 하나의 새로운 획을 그은 신기술은 지난해까지 F1 서킷을 호령했던 V10 구조에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5리터 507마력의 강력한 엔진의 적용과 SMG II에서 더욱 진화한 7단 SMG III, 그리고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인 첨단 장치들이다.

Exterior

모든 M5가 그러했듯 새로운 M5도 잘 모르는 이가 볼 땐 흔히 볼 수 있는 BMW 5시리즈의 모습 그대로 같아 보이지만 M5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한 눈에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있는 외관을 가졌다.
앞모습에서는 범퍼 아래에 마치 이글거리는 불꽃의 형상을 하고 있는 대형 공기 흡입구와 브레이크 냉각용 좌우 흡기구를 마련하고, 그 아래 작지만 효과를 톡톡히 발휘할 립 스포일러도 더했다.

옆으로 돌아가면 화살촉을 닮은 새로운 디자인의 사이드 미러와 앞 펜더에 위치한 M5로고의 사이드 공기 흡입구, 그리고 사이드 스커트와 강력한 성능에 잘 어울리는 19인치 대형 알루미늄 휠 등이 M5를 성격 짓는다. 또한 창문 주위를 크롬으로 감싼 일반 5시리즈와 달리 M5는 검정색으로 처리한 점도 차이점이다.
뒷 모습에서는 뒤 따르는 이의 전의를 상실케 하기에 충분한 큼직한 M5 로고와 트링크 리드의 일체형 스포일러, 범퍼 아래 맆 스포일러, 그리고 좌우로 뻗은 4개의 배기 파이프가 특징이다.

Interior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 리모컨 키를 작동해 보면 리모컨 작동 거리가 길어 졌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랫동안 BMW의 리모컨 키는 작동 거리가 너무 짧다는 불만이 있어 왔는데, 지난 번 650i와 550i 시승 때부터 개선되었다.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이제 앞 창문 근처에서 이리 저리 손을 옮겨 가면서 도어 버튼을 누르는 일은 없어지겠다.

실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의 SMG 변속기 레버다. 하지만 좀더 찬찬히 둘러보면 천정에서부터 데시보드 위, 그리고 센터페시아를 지나, 뒤 선반까지 꼼꼼하게 뒤 덮은 가죽 마감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이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가죽을 사용해 마감했다. 알칸타라로 감싼 천정은 760Li나 인디비주얼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옵션이다. 새 M5는 하이 퍼포먼스 카뿐 아니라 럭셔리 세단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3스포크 M형 스티어링 휠은 550i에서 미리 만나 본 것이지만 스포크에 M 버튼이 추가되었다. M 버튼은 세팅에 의해 운전자가 원하는 최적의 레이싱 모드로 돌변하게 해 준다. 센터 페시아와 맨 아래 히팅과 쿨링 시트 작동 버튼, 그리고 코너링 시 옆구리를 지지해 주는 액티브 시트 작동 버튼 등도 550i에서 보았던 것과 같다.
계기판은 성능에 맞게 330Km/h와 9,000rpm까지 기록되어 있으며, 타코미터의 경우 7,750rpm부터 옐로우존을, 8,250rpm부터 레드존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알루미늄 테두리 안쪽으로 알루미늄 테를 하나 더 더하고 M 로고 장식도 더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BMW 차량들에 제공되는 연비계 대신 수온계가 자리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는 일반 모델과 달리 타코미터를 디지털 그림으로 제공하고, 현재의 속도와 함께 기어 단수도 표시하고 있다. 더욱이 수동 모드에서는 옐로우 존을 지나 레드존에 이르면 타코미터 그림이 번쩍이면서 변속 시점을 알려주기까지 하니 수동모드로 강력한 달리기를 즐길 때 조차도 변속 타이밍 확인을 위해 고개를 숙여 계기판을 바라볼 일이 없어진 것이다. HUD는 기자가 최근 경험한 기능 중 안전과 편의성에서 단연 최고의 장비라 할 만하다.


M5 실내의 백미는 화려한 센터터널로, 타원형 SMG 기어 레버와 그 주변에 4개의 버튼이 위치해 있으며 그 아래에는 i 드라이브와 같은 기능이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그레이 메탈릭으로 처리한 M 드라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SMG 기어 레버는 마치 뚱뚱한 엄지 손가락 같은데, 손톱 부분에 자상하게 작동법을 그려 넣었고, 뒷면은 손으로 감싸기 좋게 오목하게 처리했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는 작동감 또한 일품이다. 이전 M5의 수동 변속기 레버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M5의 그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비교적 긴 레버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스트로크가 긴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쫀득쫀득하게 찾아 들어가는 조작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전통적인 수동변속기의 발전과는 그 맥을 달리하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SMG는 디자인에서부터 마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테크놀로지에 복종하라는 듯이……

M5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시트는 가죽의 재질과 디자인에서 지지성을 더욱 높였다. 사이드 볼스터 전동 조절 및 어깨 부분 각도 조절 등 첨단 기능은 모두 그대로다. 단 헤드레스터에 마련되었던 조절식 날개는 제공되지 않는다.
5시리즈를 탈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센터 터널 주변에 수납공간이 전혀 없는 점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수첩이나 지갑, 아니면 무엇이든 잠깐 놓을 만한 공간이 전혀 없다. 컵홀더는 동반자석 쪽에 수납되어 있고, 그나마 센터 콘솔 박스 안엔 전화기가 모든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어디 펜 하나 둘 곳이 없다.
뒷 좌석도 일반 5시리즈와 차이가 없다. 공간뿐 아니라 뒷좌석 냉방 장치, 센터 암레스트에 마련된 컵홀더와 수납공간, 그리고 6:4 분할 폴딩 기능까지 5시리즈 그대로여서 철저하게 패밀리세단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Powertrain & Performance

앞서 말한 것처럼 4세대 M5의 강력한 심장은 모터 스포츠의 최고봉 F1에서 이식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럭용 엔진을 베이스로 개발된 닷지 바이퍼의 V10 8.0리터 엔진을 제외하고는 그리 흔치 않았던 V10 엔진은 최근 스포츠카에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에 V10 5.0리터를 얹었고, 포르쉐는 궁극의 포르쉐인 카레라 GT에 V10 5.7리터를 얹었다. 폭스바겐은 최강의 디젤엔진인 V10 TDI를 선보였다. 가야르도의 엔진은 약간의 변화를 거쳐 아우디 S6에도 얹히게 되었다.
하지만 V10 엔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F1이다. 지난해까지 F1에서는 V10 엔진을 사용하다 올해부터 V8로 바뀌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V10 엔진들은 F1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들의 것이다. 그러므로 F1 기술이 제대로 접목된 V10 엔진은 BMW가 처음인 셈이다. 게다가 F1에서 사용하는 SMG까지 갖추고 등장했으니 M5와 F1 머신은 유전자 확인을 통해서도 친자확인이 가능할 듯하다.

샌드 캐스팅 공법으로 만들어져 고도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V10 엔진은 배기량이 4,999cc로 V8 5리터로 표기하는 이전 M5의 4,941cc에 비해 약간 늘어났다. 하지만 출력의 증가는 무려 107마력에 달한다. 5리터 엔진으로 507마력을 마크함으로 M3의 직렬 6기통 3.2리터 343마력 엔진과 함께 자연흡기 엔진으로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엔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다른 메이커로는 페라리에서 엔초의 V12와 V8 계열 엔진들, 그리고 혼다 S2000이 있었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회전수가 8,000rpm에 이른다는 점이다. 회전수와 마력과의 상관관계를 알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수퍼카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507마력의 파워 못지않게 새 M5의 멋진 점은 평소에는 400마력만 사용할 수 있도록 잠가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불필요한 출력의 낭비를 줄이면서 주행하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버튼 하나로 그 봉인을 풀고 500마력, 혹은 507마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했다.
최대토크는 53.0Kg.m/6,100rpm에 이른다.

변속기는 3세대로 진화한 SMG다. 클러치 패달을 없애고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을 갖추었지만 토크 컨버터를 가진 자동변속기와는 달리, 클러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조작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방식으로 그 근본은 수동변속기다. 그런 만큼 성능과 연비에서 손실이 없다. 특히 변속시간은 프로 드라이버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SMG II보다 20%가 빨라졌다.

시동을 걸 땐 먼저 레버를 N에 위치시킨 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레버를 우로 밀면 D모드가 된다. 이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즉 크리핑 현상이 없다. 엑셀을 밟아야만 차는 움직이다. 언덕에서는 당연히 뒤로 밀린다. 하지만 SMG II와는 달리 새로운 M5는 언덕에서 뒤로 밀리지 않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1초 동안 브레이크를 유지해 주는 힐홀드 기능 때문이다. 이 1초 이내에 엑셀을 밟아 출발하면 그만이다. SMG와 같은 형태의 변속기들에서 불편한 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언덕에서 뒤로 밀리는 현상과 주차 등 아주 조금씩 움직여야 할 때 크리핑이 없어 미세한 조작이 힘들다는 점 등인데, 신형 SMG는 그 중 하나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하였다.

D모드에서는 변속기 아래 마련된 버튼으로 1단계에서 5단계로(S모드에서는 6단계로) 변속 타이밍과 클러치 작동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낮은 rpm에서 부드럽게 변속을 마무리해 준다. 일반적인 시내 주행에서는 1단계가 가장 적합할 듯하다. 액셀을 밟은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선 거의 10Km/h에 한 단씩 변속할 정도로 아주 낮은 회전수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며 이 때 충격도 가장 적다. 좀 예민하다면 변속 시 약간의 울컥임을 느낄 수 있지만 그리 예민하지 않거나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있다면 거의 무시 될 정도로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이전 세대 SMG와 비교할 때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진 부분이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높은 회전수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며 변속 시간도 빨라진다. 그런 만큼 변속 충격도 좀 더 커진다.
이처럼 높은 회전수를 이용한 다이나믹한 주행을 하고자 한다면 기어 레버를 우측으로 한 번 더 밀어 S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을 당겨도 S모드로 전환된다.
S모드에서는 기어레버나 패들을 이용해 변속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달리기를 원한다면 회전수가 옐로우존을 지나고 8천 rpm 근처 레드존에 이르러 계기판이 깜박거릴 때 신속하게 기어 레버를 당기면 된다. SMG III에서도 BMW의 일반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같이 기어를 앞으로 밀면 시프트 다운, 당기면 시프트 업이다. 타 회사 차량과는 반대다. 패들을 이용할 경우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업, 왼쪽 패들을 당기면 다운이다.
여기서 잠깐 매끄럽게 변속할 수 있는 SMG 조작 팁을 소개하자면, 기어를 올릴 때는 레버를 당기는 순간 잠깐 엑셀 페달을 놓았다가 다시 가속해 주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어를 내릴 때는 오히려 엑셀을 계속 밟고 있는 상태에서 변속하는 것이 훨씬 매끄럽다.
기어 레버와 패들의 두 가지 변속 방법 중에서는 기어 레버로 변속할 때 조작감이 훨씬 좋다. 가볍게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듯 당기거나 밀어주면 가볍고 절도 있게 작동된다. 반면 뒷면에 고무를 부착해 그립을 좋게 한 새로운 디자인의 패들은 기어 레버에 비해 작동 시 좀 빡빡한 느낌이다. 또한 조작 시 딸깍하는 소리도 좀 거슬린다. 보다 편리하고 주행 중 안정성도 높은 패들 대신 자꾸만 기어 레버에 손이 가는 이유다.


8,000 ~ 8,200 rpm 사이에서 변속할 때 1단에서는 70Km/h, 2단에서는 104Km/h, 3단에서는 155Km/h, 4단에서는208Km/h, 그리고 5단에서 8,000rpm에 이르렀을 때 제원표상의 속도 제한선인 250Km/h에 이른다. 하지만 6단으로 바뀐 후에도 가속은 계속 이루어져 270Km/h에 이르자 마침내 연료 차단과 함께 속도 제한이 작동했다. 하지만 그 시점까지도 가속에 전혀 무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속도 제한이 없다면 300Km/h까지도 계속해서 뻗어나갈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물론 정지 가속과 추월 가속도 탁월하다. 제원표 상 0~100Km/h 가속은 4.7초에 끝난다. 정말 총알 같은 가속인 만큼 등에 가해지는 압력은 대단하지만 차체가 크고 안락해진 탓인지 체감상의 가속력은 그에 약간 못 미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차이라는 것도 일반인이라면 등골이 오싹한 가속력에 정신을 빼앗겨 결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7단 SMG와의 매칭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시프트다운 시 회전수를 맞추어 주는 기능이다. 레이싱에서 사용하는 더블 클러치와 힐앤토에 해당하는 기술로 기어를 내릴 때 아래 단 기어에 맞는 회전수로 높여서 클러치를 미트 시킴으로써 울컥임으로 인한 불필요한 하중이동을 막고 매끄럽게 변속을 마무리 해주는 것이다.
기어를 내려서 가속하기 위해 기어 레버나 패들을 조작하면 순간적으로 회전수가 상승하는 ‘휑’하는 소리와 함께 기어는 순식간에 아래 단에 물려 있지만 차체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조금의 미동도 없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강력한 토크를 뿜으며 M5는 돌진한다. 보다 강력한 가속을 원하면 당연히 두 단, 혹은 상황에 따라 세 단을 내리면 된다. 연속 힐앤토인 셈이다. 그 이후의 폭발적인 가속력은 상상에 맡긴다.
새로운 7단 SMG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매끄럽게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도의 정밀한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만큼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숙달과 함께 정밀한 조작이 요구 된다. 결국 클러치 패달을 직접 밟는 더블 클러치나 힐앤토를 익힐 필요는 없어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고도로 정밀한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새로운 레이싱 테크닉을 익혀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너무나 쉽게 세계 최고의 프로 드라이버 수준의 변속을 해 낼 수 있는 SMG이지만 이전 M5 수동변속기의 쫀득쫀득한 조작감과 탄력있는 클러치의 반발력이 그리워질 것 같다.

새로운 M5에는 이들 외에도 다양한 레이싱 장비(?) 혹은 편의 장비들을 탑재했다. 먼저 기어 레버 좌측 상단에 있는 POWER 버튼은 앞서 말했듯이 평상시 400마력의 힘으로 주행하다 버튼을 누르면 즉시 500마력 혹은 507마력을 모두 뿜어 낼 수 있도록 M 드라이버를 통해 세팅할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 사실 처음엔 400마력과 507마력의 차이가 바로 다가오지 않았다. 400마력이라는 힘 자체가 이미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번 파워 버튼을 켰다 껐다 하면서 반복해서 달려보면 107마력의 차이는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차이를 1/4이 증가됐다고 정량화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등에 가해지는 압박만 하더라도 차원을 달리함에는 분명하다. 솔직히 한대의 차량으로 400마력과 507마력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설정 자체부터가 무척 재미있는 발상이며, 기자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아마 기자라면 평소에 늘 400마력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며 달릴 텐데, 과연 어떤 상대를 만났을 때 흥분된 마음으로 파워 버튼을 누르게 될 지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그 아래에는 자세 안정 장치인 DSC를 켜거나 끄는 버튼이 위치하고 그 아래에 EDC라는 버튼이 위치한다. 전자식 댐핑 컨트롤의 약자인 EDC 버튼을 누르면 댐퍼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불이 꺼진 상태가 가장 부드러운 노멀이고, 불이 2개 들어오면 곧장 서킷으로 달려들어도 될 만큼 단단한 레이싱 모드가 된다.
이러한 다양한 세팅 모드를 종합적으로 일괄 관리하는 MDM(M Dynamic mode) 시스템을 더했는데 M 드라이브를 통해 댐핑 강도, 최고출력, 변속 타이밍 등 무려 279가지의 다양한 조건을 운전자가 원하는 가장 강력한 상태로 세팅해 놓으면 스티어링 휠의 M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즉시 레이싱 모드로 돌입할 수 있도록 했다.

M5에서 의외라고 느낀 것은 바로 배기음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Z4 이후 등장한 모델들마다 대부분 배기음을 강조해서 오히려 매력적인 엔진음이 묻히는 결과를 보여 아쉬웠었는데, 새 M5는 제대로 엔진음을 살릴 수 있게 과장된 배기음을 적절히 배제했다. 아이들링 시에는 바리톤이라기엔 약간 높고, 테너라기엔 약간 낮은 듯한 엔진음이 외부에서만 조금 크게 전달되고 실내에선 아이들링 소음이 거의 없다.
엔진음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기로 유명한 BMW, 그것도 M5에 있어서 이 선택은 탁월했다고 보여진다. 아이들링 때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하던 엔진은 회전수를 올리면서 아주 우렁차고 경쾌한 엔진음을 선사한다.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높아진 회전수를 감안했을 때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테너에 가까운 고음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욱 우렁차고 가슴벅찬 바리톤 음색으로 변했다. 분당 8천 회전을 만들어 내는 엔진의 우렁차고도 매끄러운 소리는 M5만의 매력임에 틀림없다. 엔진음이 원하는 수준으로 나오자 슬며시 배기음도 좀 더 우렁찼으면 하는 변덕스러운 바람이 고개를 드는 건 역시 간사한 인간의 본 모습인가 보다.

이미 정평이 나있는 50:50에 가까운 앞 뒤 무게 배분과 첨단 액티브 프론트 스티어링, EDC가 더해진 탄탄한 앞 서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예리한 핸들링의 진수를 맛보게 해 준다. 앞 255/40 ZR19, 뒤 285/35 ZR19의 초광폭 타이어가 거대하고도 무거운 차체를 노면에 밀착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또한 강력한 브레이크에도 일등 조력자가 되어준다.

M5를 일컬을 때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말이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M5는 외관상 약간의 차이점 외에도 기본적인 주행특성에서부터 일반 5시리즈와는 차이(수동변속기, 단단한 하체 등)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의 탈을 썼으면서도 늑대의 꼬리까지 제대로 감추지는 못했었는데 새로운 M5는 거의 완벽하게 늑대의 모습을 숨기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 7단 SMG의 공이 가장 크며, 다음으로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인 EDC에 의한 부드러운 승차감, 아이들링 시 또는 저회전 주행 시 놀라운 정숙성, 그리고 파워를 400마력에 잠궈 놓을 수 있는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M5는 일상에서 보다 더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레이싱 머신으로 돌변했을 때의 강력한 성능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결국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가끔씩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는 정도로는 M5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차라리 서킷을 본 무대로 마음껏 달리다가 가끔은 도로에도 뛰쳐나올 수 있는 그런 이미지가 더욱 어울린다. 영화 드리븐이나 미녀 삼총사에서 포뮬러카가 도로 위를 질주하던 것처럼 말이다.

M5와 함께라면 지금 즉시 서킷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레이싱 테크닉인 SMG를 보다 더 정밀하게 조작하는 기술을 익혀야 하겠다.



주요제원 BMW M5(E60)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55×1,846×1,469mm
휠 베이스: 2,889 mm
트레드 :앞/뒤 1,580×1,566 mm
공차중량: 1,890 kg
연료탱크 : 70리터
수화물 적재용량 : 500리터

엔진: 4,999cc V10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92.0×75.2mm
최고출력: 507bph/7,750rpm
최대토크: 520Nm/6,100rpm

구동방식: FR
트랜스미션: 7단 SMGIII
기어비 : 1단:3.985/ 2단:2.652/ 3단:1.806/ 4단:1.392 / 5단:1.159 / 6단:1 / 7단: 0.833 후진:3.985
최종감속비 : 3.62

서스펜션 앞/뒤 :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 전 255/40ZR19, 후 285/35ZR19

성능 :
0-100km/h : 4.7초
안전최고속도 : 250km/h

연비: 유럽 기준 14.8 리터/100km
가솔린 옥탄가:
차량 가격 1억6890만원(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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