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K 4.2 쿠페는 우아하고 멋진 스타일 속에 강력한 달리기 실력을 갖춰, 여유와 스피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GT 스포츠카다. 최신 알루미늄 기술이 적용된 차체는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강성을 발휘하며, 화려한 실내는 이전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마무리 품질을 보여준다. 강력한 힐앤토를 구사하는 S 모드가 매력적이다.
글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사진 / 박기돈,
원선웅, 재규어 코리아
영국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럭셔리 스포츠 브랜드 재규어의 최신 스포츠카 XK를 만났다. 지난 디스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버터블을 선보일 때 쿠페도 함께 만난 적이 있었고, 국내에는 지난 부산 모터쇼를 통해 처음 선보였으니 시승까지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 셈이다.
재규어 중에서도 XK를 이야기할 때는 재규어의 역사를 잠깐이라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다양한 세단 라인업이 있고, 특히 XJ시리즈가 프리미엄 세단으로 위치를 잡고 있지만 재규어의 역사 속에서 XK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들 이상이기 때문이다.
1922년 ‘윌리엄 라이온스’ 경이 ‘스왈로우 사이드카’를 설립한 후에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용한 회사 이름은 스왈로우 사이드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SS’자동차였다. 그리고 1935년 생산한 모델이 SS 재규어였는데,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독일 나치 친위대를 의미하는 SS와 같은 이름의 회사명을 버리고 모델명이었던 ‘재규어’를 회사명으로 삼게 된다.
그리고 재규어가 처음 선보인 모델이 그 유명한 스포츠카 XK120이다.
현재 재규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XK120이 등장할 당시 재규어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고성능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를 지향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다양한 XK 시리즈가 등장하였고, 유명한 레이싱카인 C타입과 D타입으로 이어졌다. 수 많은 우승을 일궈낸 D타입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중의 하나로 꼽히는 E 타입은 그 멋진 스타일링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수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재규어의 스포츠카는 XJS로 이어졌다가 1996년 최초의 스포츠카와 같은 이름의 XK8으로 다시 태어난다. 당시 세단형 XJ에 엔진 실린더 수를 붙여서 이름으로 사용하던 방식에 따라 XK8으로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보디 스타일은 가장 아름다웠던 E타입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적용해 XK8 역시 디자인에서 높은 사랑을 받았다.
알루미늄 차체로 인해 무게는 줄고 강성은 높아져
새로운 XK는 2005년 어드밴스드 라이트웨이트 쿠페(ALC) 컨셉트카로 먼저 선을 보인 후, 컨셉트카의 모습을 그대로 적용한 양산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아우디 A8에 이어 보디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세단 XJ에 사용된 알루미늄 기술을 그대로 적용해 스포츠카인 XK도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이로 인해 스포츠카에 더욱 중요시되는 항목인 무게와 강성에서 확실한 이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뉴 XK는 전장×전폭×전고가 4,780×1,890×1,305mm로 전장과 전고는 구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폭은 12cm정도 좁아졌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의 형상이 더욱 날렵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차체가 낮아진 느낌이다. 타원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래부분의 반타원형 공기 흡입구, 그리고 안개등까지 모두 원을 주제로 앞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헤드램프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어 강조했다.
보닛 위에 두 줄을 넣어 가운데를 불룩하게 처리한 것은 이전 모델에도 있었지만 새 XK에는 라인을 좀더 예리하게 다듬었다.
옆모습에서는 허리 중앙을 가로지르는 예리한 캐릭터 라인이 강인함을 더하고, 앞 펜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라인이 뒤 펜더에 등장해 근육질 느낌을 더한다. 앞 펜더 뒤쪽으로는 세로로 길게 에어밴트 형상을 더하고 벨트 라인과 이어지는 부분에 크롬으로 장식된 엠블렘과 바로 위에 방향 지시등을 달았다.
재규어 XK는 측면에서 봤을 때 차의 성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노즈가 길고 운전석이 차체 절반을 넘어 뒤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C필러가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트렁크까지 연결된다. 재규어 E타입 쿠페의 클래식한 보디라인이 자랑하는 스포츠카의 비례를 타고 난 것이다.
뒷 모습에서는 헤드램프와 닮은 이미지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달고 그 가운데 크롬 밴드에 재규어 브랜드를 삽입했다. 다른 모델들처럼 밴드 가운데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재규어 로고를 달지 않고 밴드 아래쪽에 버튼을 숨겨 놓았다.
뉴 XK에서 이전과 크게 다른 점 중의 하나는 해치백처럼 열리는 트렁크다. 길게 누운 C필러 덕분에 뒷면 전체를 유리로 덮다시피 했으며, 그 유리를 포함한 해치가 통째로 열린다. 트렁크 끝부분에는 작은 일체형 스포일러를, 그리고 범퍼 아래에는 원형 듀얼 머플러를 달았다.
뛰어난 마무리와 화려한 돋보이는 실내
실내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특히 럭셔리 스포츠카답게 데시보드 상단 등 거의 모든 부분을 가죽으로 감쌌고, 요소요소에 크롬과 알루미늄, 우드를 더해 돋보이는 화려함을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적인 자세를 유도하기 보다는 여유와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달릴 수 있도록 탑승자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전 모델에 비해서도 현대적이고 테크니컬한 이미지가 많이 강조되었다.
도어 패널에는 상단 앞 쪽에 시트를 조절하는 장치들이 모여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위치다. 특히 스포츠카답게 옆구리를 지지해주는 사이드 볼스터도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다이나믹한 주행을 하기 전에 볼스터에 공기를 잔뜩 넣어 몸을 꽉 잡아 주도록 할 수 있다.
도어 패널에서는 도어락 방식이 재미있다. 별도의 버튼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도어 레버를 살짝 눌러서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면 도어가 잠기고 살짝 당겨 주면 락이 풀린다. 물론 차를 세우고 내릴 때 레버를 당겨주면 락이 풀리면서 도어가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스포츠카에서 운전자와 가장 가깝게 차를 연결해 주는 부분은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페달 등이다. XK의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은 이전에 비해 한결 정교한 느낌이 돋보이며, 역시 과격함보다는 품위에 더욱 어울린다. 계기판 모니터 가운데에는 아날로그 스타일의 디지털 시계가 자리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리모컨들은 버튼이 아닌 터치 다이얼 방식으로 촉감이 좋다.
새로운 XK의 실내에서 화려함을 더하는 부분중의 하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니터다. 최근 유행하는 i-드라이브나 MMI와 생긴 것은 다르지만 메뉴 구조는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메인 메뉴에서 아래 메뉴로 들어가면서 다양한 기능들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서브 메뉴에서 다른 메뉴로 한 번에 들어갈 수는 없다. 메인 메뉴로 가는 버튼에 Home(집)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재치가 돋보인다.
오디오에서 단점으로 지적할 부분은 엔진스타트/스톱 버튼을 눌러 시동을 끄면 동시에 전원이 차단되면서 오디오도 꺼져 버린다는 점이다. 엔진 스톱과 별도로 오디오에는 전원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오랫동안 재규어의 전통으로 내려오던 “J”자 모양의 기어 게이트가 모양을 약간 바꾸었다. 끝이 올라가지 않는 “J”자 스타일로 D에서 레버를 좌로 밀면 S 모드가 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기어 레버를 상하로 움직일 수는 없다. 수동처럼 변속하려면 스티어링 휠의 패들을 사용해야 한다. 포르쉐와 같은 방식이다. 기어 레버를 직접 움직일 수는 없지만 다이나믹한 주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무엇보다 그렇게나마 J자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듯하다.
뉴 XK에는 기함 XJ에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 V8 4.2 DOHC 엔진이 장착되었다. 최고출력은 300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42.8kg.m/4,100rpm을 발휘한다. XK자체로 스포츠카임에 틀림없지만 재규어는 보다 더 강한 스포츠성을 지향하는 R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XKR이다. XKR에는 XJR과 같이 V8 4.2 수퍼차저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변속기는 ZF제 6단 자동으로 재규어 S타입과 XJ 뿐 아니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기종이다. 하지만 XK에서는 세단형 모델과는 달리 인터페이스 부분이 바뀌었다. 세단형에서는 S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는 방식이었으나 새 XK는 기어 레버를 좌로 밀면 S모드가 된다. 그리고 패들로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J게이트 방식의 경우 저단 기어를 사용하면 기어 포지션이 가려져서 현재 몇 단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었는데, 이제 개선된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60, 105, 165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지고 이후 215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이루어진다. 5,000rpm에 이르렀을 때 속도는 시속 230Km에 이른다.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할 때 회전수는 1,800rpm이다.
6단 변속기임에도 기어비가 비교적 길게 설정되어 있어 2단에서 100km/h를 넘어선다. 6단은 연비를 고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재규어 최초로 적용된 패들 시프트와 강력한 S모드
재규어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패들 시프트는 수동처럼 다이나믹하게 운전하기에 유용하다. S 모드에서는 물론 D모드에서도 패들을 이용하면 즉시 변속을 할 수 있다. 다만 D모드에서 패들로 변속했을 때는 변속 후 정속 주행을 하면 다시 D모드로 바뀌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수동모드에서 패들로 변속할 때도 회전수가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진다. 엔진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치솟는 속도로 인해 변속 시점을 놓쳐 연료 차단으로 인한 울컥거림을 피할 수 있어 시프트업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한 점은 적절하다. 물론 레드 존 직전에서는 토크가 떨어지므로 레드존에 이르기 전에 변속을 하는 것이 가속에 유리한데, 적극적으로 운전자가 변속에 개입하려면 직접 변속 시기를 선택해서 작동하면 된다.
시프트다운 시 속도에 맞게 회전수를 높여 주는 기능이 있어 기어를 내릴 때도 큰 변속 충격 없이 변속할 수 있다. 힐앤토와 같은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코너를 공략할 때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처럼 수동모드로 패들을 이용해 직접 변속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뉴 XK는 S모드로 주행하면 편리함과 다이나믹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기자가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S모드는 보다 편리하게 더욱 다이나믹함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차종에 따라 S모드에서 운용하는 회전수에 차이가 나서 더 다이나믹한 모델이 있고, 덜한 모델도 있다.
뉴 XK는 지금까지 기자가 시승한 S모드 중에서 아우디 TT 3.2 DSG와 함께 가장 다이나믹한 모델에 속한다.
D로 주행하다 S모드로 전환하면 순식간에 2~3단을 내리면서 고회전을 사용해 튀어 나갈 준비를 한다. 예를 들어 6단 1,500rpm 시속 90km로 주행하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밀면서 S모드로 바꾸게 되면 기어가 3단계나 내려가서 3단 3,250rpm에 이른다. 이 정도면 엑셀을 밟는 즉시 튀어 나가고도 남는다.
뿐만 아니라 S모드에도 힐앤토와 같은 기능이 마련되어 있어 급하게 감속을 하면 회전수가 떨어짐과 동시에 기어를 내려서 다시 높은 회전수를 유지해 준다. 코너 진입시 급 브레이크로 감속할 때 자동으로 기어를 내려 감속 후 재 가속을 유리하게 해 주는 것이다.
0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6.2초가 걸리며, 컨버터블 모델은 6.3초가 걸린다.
서스펜션은 재규어답게 스포츠카임에도 역시 부드러운 세팅이다. 물론 재규어 세단보다는 단단하지만 이 정도의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스포츠카 중에서는 거의 가장 부드러운 편이다. 이 대목에서 재규어 XK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XK는 그야말로 귀족적인 스포츠카다. 흔히 쉽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멋진 스타일과 빠른 달리기에도 불구하고 여유와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운전석에 앉으면 실제로 귀족적이라는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세팅이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높아진 강성으로 인해 다소 과격한 몸놀림에도 자세의 안정감은 한결 돋보인다.
재규어 XK는 멋진 스타일과 더욱 높아진 품질 마무리가 돋보이고, 가벼운 차체와 높아진 강성으로 인해 빠르고 안정적인 몸놀림을 선보인다. 그럼에도 멋진 정장을 차려 입고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가 뉴 XK다.
재규어 뉴 XK 4.2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780×1,890×1,305mm
휠베이스 : 2,750mm
트레드앞/뒤 : 1,560/1,600mm
차량중량 : 1,690kg
최소회전반경 : 5.48m
엔진
형식 : V8 DOHC
배기량 : 4,196cc
최고출력 : 300마력/6,000rpm
최대토크 : 42.8kg.m/4,100rpm
보어×스트로크 : 86×90.3mm
압축비 : 11.0:1
구동방식: 뒷바퀴굴림
트랜스미션
6단 자동 시퀀셜 시프트 시스템
기어비 1/2/3/4/5/6 4.171/2.340/1.521/1.143/0.867/0.691/ 후진 3.403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 CATS
브레이크: 4륜 V. 디스크 (전:주철 후:알루미늄 디스크)
스티어링: 랙 & 피니언(파워)
타이어245/40ZR 19 , 275/35 ZR 19
성능
0-100km/h: 6.2초
최고속도: 250km/h(속도제한)
연료탱크 : 70.6리터
연비 : 7.8km/리터
가격
쿠페 1 억 5,200만원 / 카브리올레 1억 6,700만원(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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