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키 작은 프리미엄 왜건 ‘오공이’ 이야기, 뉴 볼보 V50

컴팩트한 느낌이 강한 볼보의 준중형 왜건 V50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세단인 신형 S40이 ‘베이비 S80’의 느낌을 주듯이, 실내외 사양을 개선하고 안전장비를 추가한 새 V50은 신형 V70 못지 않게 ‘프리미엄 에스테이트’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차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잘 생기고, 능력 되고, 집안 좋은 남자를 세 글자로 하면?’

여성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하길, ‘이! 상! 형!’이란다.

여기, 볼보에서 만든 기자의 이상형…아니 이상형에 근접한 자동차가 있다. 바로 신형 볼보 V50이다.

기자는 덩치 큰 차를 싫어해서 주로 컴팩트한 해치백을 선호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짐 공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조금 더 큰 차를 돌아보곤 한다. 해치백이 제아무리 실용적이라고는 해도 절대적인 공간 자체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는 것은 세단이 아닌 왜건. 특히 차체가 그리 크지 않은 준중형 왜건이다. 이 정도라면 최소한의 크기로 대부분의 상황을 만족시킬 수 있다. 게다가 프라이드 이후로 준중형 이하 급의 왜건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으니 더 낮출래야 낮출 수도 없다.

그럼 왜 하필 V50인가?

V50은 안팎으로 잘생겼고, 달리기 성능이나 적재능력은 물론 사양에서도 남부럽지 않으며, 적어도 안전에 있어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집안의 자제이기 때문이다. 볼보라고 하면 알아주는 분야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에스테이트, 즉 왜건의 명가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안전’과 ‘왜건’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처럼 진작에 V50에 콩깍지가 씐 기자는 ‘갖고 싶은 수입차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공연히 V50을 언급하곤 했다. 사실 마음에 두고 있는 모델은 몇 가지가 더 있고, ‘사줄 테니 하나 골라봐라’ 하는 얘기였다면 다른 대답을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이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V50에 대한 기자의 일방적인 짝사랑 고백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V50은 S40의 왜건 버전이다.

1995년 볼보가 미쓰비시와 합작해 내놓았던 1세대 모델은 V40이라는 이름으로 팔렸었지만, 포드 포커스, 마쓰다 3와 플랫폼을 공유한 현 세대의 모델이 나온 이후 볼보의 새 작명법을 따라 오공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V50은 본사가 있는 스웨덴이나 1세대가 생산됐던 네덜란드가 아닌 벨기에의 켄트(Ghent) 볼보 공장에서 C30, S40, S60등과 함께 생산되고 있는데, 이번에 들어온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올 봄, 새 S40과 함께 2008년형으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태생이 태생이니만큼 변경 폭은 S4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워트레인은 그대로이고, 실내외 디자인과 사양에만 차이가 생겼다. 눈에 가장 쉽게 띄는 변화는 역시 앞뒤 생김새의 변경. 새로운 그릴과 범퍼, 헤드램프의 적용으로 S80을 연상시키는 준수한 외모를 갖게 된 것은 S40과 같은 내용이다. 기존 모델이 못났던 것은 아니지만 아이언마크를 강조하고 그 주변을 시원하게 비워낸 새 디자인은 한층 젊고 세련되어 보인다. 국내에 소개된 기존 모델의 촘촘한 세로 그릴은 비싸 보이는 대신 초대 모델의 잔재가 느껴졌었고, 숨쉬기도 불편해 보였다. 헤드기어를 쓴 듯한 새 얼굴은 S80과 V70, XC70으로 이어지는 최신 모델들과 컨셉트카 XC60등을 통해 호평을 받고 있는 볼보의 새 패밀리 룩. 블랙베젤을 버린 새 헤드램프의 모양이 보는 각도에 따라 몬데오등 유럽 포드의 최신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점이나 프로젝션 램프에 두른 하늘색 링을 현대 I30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다만, 기존 모델에 얼굴만 새로 적용한 과도기적 디자인인 탓에 어색하게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모서리를 지나치게 둥글린 탓에 작고 덜 단단하게 보이는 뒷모습은 기존 모델보다 딱히 나아 보이지 않는다. 눈엣가시였던 원형램프를 없앤 것은 당연하다 해도, 삐죽하게 튀어나온 뒷범퍼로 이어져 내리는 테일램프의 구성요소들은 그 배치솜씨가 윗급 모델들보다 한참을 뒤져 보인다.


뒷범퍼 아래쪽에서는 배기구가 범퍼 안쪽으로 몸을 숨긴 탓에 빨간색 반사판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이 반사판을 경계로 차의 하단부는 차체색상이 아닌 검정색(어두운 회색)으로 처리하고 있어 실용적이다. 자칫 짜리 몽땅하게 보일 수도 있는 차체를 늘씬하게 길어 보이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다이내믹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이 부분에 차체와 같은 색상의 바디킷을 달 수 있는 팩키지 옵션(크롬 머플러 팁, 알루미늄 패달 포함)도 준비되어 있다니 고민해 볼만 하겠다. 국내 수입사양의 알로이 휠은 배기량에 비해 겸손하게 보이는 16인치 사이즈의 ‘Crius’ 디자인으로 기존과 동일한데, 이 역시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공식딜러를 통해 다른 크기와 디자인의 순정 휠로 교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세부적으로 변경된 곳들이 있는데 쉽게 알아보기는 힘들다. BLIS가 적용된 도어 미러는 하우징 모양도 살짝 바뀌었고, 경합금으로 만들어진 새 루프 캐리어는 75kg까지 지탱이 가능하다. 참고로 사진 속 시승차의 색상은 ‘카멜레온 블루 펄’로, 빛의 밝기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상이 엿보인다.


디자인이 살짝 바뀐 전자식 시동키를 들고 차에 오르면, S40과 동일하게 변경된 실내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센터 스택의 연장선상에 높이를 맞춘 센터콘솔과 암레스트. 새 도어 판넬과 마찬가지로 수납공간 확장에 중점을 두어 개선한 부분이다. 센터콘솔의 메탈판넬은 당초 센터스택과 하나의 부품으로 구상됐던 것이 아닐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물러 앉은 판넬 위로는 STC 스위치 대신 BLIS 스위치가 자리잡았고, 컵홀더에는 슬라이딩 커버가 추가되었다. 높아진 콘솔에 맞춰 가죽부츠를 없앤 심플한 모양으로 바뀐 핸드브레이크(잡아 당긴 상태에서는 모양이 썩 좋지는 않다)와 윈터 버튼이 사라진 기어트로닉 자동변속기 조작부도 눈에 띈다. 송풍구 부품처럼 티 안 나게 바뀐 부분도 있다.

커다란 PET병도 무리 없이 삼켜대는 요즘 차들에 비하면 여전히 수납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했더니 대신 다른 차에는 없는 수납공간이 센터스택 뒤에 있지 않느냐고 동승자가 오공이 편을 든다. C30에서 센터스택 뒤편에, 그것도 조수석 쪽으로 자리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AUX 단자는 정상적인 위치(?)인 암레스트 서랍 안쪽으로 배치되었다.

시작할 때 액정에 오공이의 모습을 띄워주는 센스!를 보여주는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 급 오디오는 8개의 스피커와 4개의 40W 앰프로 무난한 소리를 들려준다. 대시보드 위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센터스피커용 그릴은 윗급인 ‘프리미엄 사운드’오디오를 위한 것으로, 여기서는 비어있다. 센터스택 뒤에는 MP3가 지원되는 6 CD 체인저가 내장되어 있는데, 디스크를 바꿀 때 요란한 소리로 티를 내는 것이 흠이다.

티를 내는 것으로 말하자면 ‘박아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안전한 차의 아우라도 빼놓을 수 없다.

삼공이나 사공이, 칠공이 같은 형제들도 그랬지만, 보기에만 두툼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묵직한 도어를 시작으로 스티어링휠과 변속레버는 물론 작은 스위치까지 하나같이 평균 이상의 조작력을 요하는 오공이는 ‘나는 안전한 차요’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 하다. 드문 예외 중 하나는 스티어링휠 오른쪽 대시보드에 꽂아 돌리는 시동키인데, 스티어링 컬럼이 아닌 대시보드에 배치된 것 자체는 역시 안전을 위한 배려이지만 한번 돌렸다 놔주면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이 부분의 조작감만큼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드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씹스(SIPS:측면충격보호시스템), 휩스(WHIPS:경추보호시스템), 아이씨(IC:커튼 에어백)와 같은 요상한 이름의 안전장치 로고들이 실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그 중 압권은 뒷좌석에 내장된 어린이용 시트라 할 수 있다. 방석부분의 손잡이를 당겨 올리면 짜잔 하고 나타나 고정되는 이 보조좌석은 15~36kg의 몸무게를 가진 3~12세 어린이를 위한 것인데, 안전벨트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바깥풍경을 내다보기에도 적당한 위치를 잡아주는 우등 좌석이다. 이와 더불어 뒷문의 어린이 잠금장치 (차일드락)까지 운전석에서 전동식으로 조작할 수 있으니 빨리 애를 낳아 그 유용함을 테스트해보고 싶을 지경이다. 뒷좌석 유리도 원터치로 작동할 수 있지만 창을 절반 밖에 내릴 수 없는 것은 조금 답답하다. 설마 애들이 뛰어 내릴 까봐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겠지.

S40은 쿠페처럼 떨어지는 지붕선 때문에 뒷좌석 헤드룸에서 치명적인 손해를 보았지만, 지붕선이 완만하게 내려갈 뿐더러 훨씬 뒤쪽에서 끝나는 오공이의 뒷좌석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다소 높아 보이는 센터 터널은 각을 주어 꺾은 덕분에 실내외 디자인과 잘 어울리며, 센터콘솔 뒤편으로 12볼트 전원소켓과 작은 서랍을 갖추고 있다. 앞좌석 시트 하단에 발목부분이 걸리는 것이나 센터 암레스트가 낮은 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물론 왜건의 진가는 이 뒷좌석을 접으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진에서는 등받이만 접어 약식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방석 부분을 먼저 앞으로 젖히고 등받이를 접으면 평편한 적재공간이 만들어진다. 등받이를 접을 때는 안전벨트의 잠금고리를 천정 쪽 손잡이에 걸도록 되어있고, 분리한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세워진 방석 윗부분에 꽂도록 되어있다. 적재공간은 기본이 417리터, 뒷시트를 접어 유리 하단까지 채웠을 때 717리터, 천정까지 가득 채웠을 때 1,307리터 이다. 필요하다면 동반석 시트까지 앞으로 접어 거의 3미터에 가까운 긴 물건도 실을 수 있다. 단, 동반석 시트를 접을 때는 시트를 최대한 뒤로 빼고 등받이를 수직으로 세운 상태에서 조작해야 대시보드 아래로 헤드레스트를 통과시킬 수 있다. 화물로 인해 뒤쪽이 무거워졌을 때는 서스펜션의 높이 조절장치가 작동해 최대한 수평을 맞춰준다. 물론 기본사양인 바이제논 헤드램프의 조사각 조절 기능도 함께 움직인다.

리어게이트(뒷문)는 열 때 묵직하고 닫을 때 가볍다. 최근에 시승한 골프는 이와 반대였던 것이 생각난다. 뒤에서 보는 트렁크 바닥은 예상보다 높은 편으로, 임시타이어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보이는 것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선에 의해 개구부의 천정이 낮게 위치한 탓이 아닐까 싶다. 바닥공간도 그냥 평편한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는 부분은 더 파고 아닌 곳은 그냥 놔두어 실제보다 좁아 보이는 면이 있다. 트렁크 바닥의 가운데 부분을 젖혀 세우면 쇼핑백 걸이가 나오는데, 아이디어는 좋다 쳐도, 뭔가를 믿고 걸어 두기에는 다소 불안해 보인다.


시승차에는 화물공간 덮개와는 별도로 뒷좌석 등받이 뒤편에 장착하는 안전그물 시스템이 있었는데, 이를 이용하면 등받이를 세웠을 때는 물론 접었을 때도 적재공간과 승객석 사이를 그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처음에는 송아지 만한 개를 뒤에 태웠을 때나 요긴한 장비가 아닐까 싶었으나, 50km/h로 충돌 시 20kg짜리 화물이 1,000kg의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을 읽고는 그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1열 좌석은 동반석까지 높이조절이 되는 전동열선시트이고, 운전석은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대신 WHIPS의 일부로 묶여있는 헤드레스트의 위치만큼은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며, 등받이에 달린 수동식 럼버서포트는 암레스트에 걸려 조작이 편치 않다. 틸트, 텔레스코픽이 되는 스티어링 컬럼의 조절 레버는 다소 깊숙히 위치해 운전 중에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을 듯 하다. (물론 그것이 원칙이지만!)

국내사양에서는 S40에 적용된 펀칭 가죽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오공이에게는 달리지 않는다. C30과 달리 기어트로닉 레버에 메탈장식이 들어가지 않는 점도 서운하다. 비상등 스위치가 살짝 멀게 느껴지는 것이나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것은 안전의 볼보가 보여준 드문 의외성이었다.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에어백이 터졌을 때 자동으로 비상등이 작동되는 EBL기능은 이번에 새로 더해졌다.


그럼, 새로 추가된 BLIS는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자가용의 사이드미러에 사각감시용의 보조미러를 붙이고 다니다 보니 이것이 없는 남의 차를 타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오공이의 BLIS는 이런 면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장비다. 사이드미러의 아래쪽에 후방을 향해 불룩하게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사각지대를 감시하고 있다가, 움직이는 물체가 감지되면 실내 델타 커버에 경고등을 켜주는 BLIS는 볼보가 2004년 처음으로 상용화시킨 안전장비. 이후 다른 메이커들도 비슷한 기능의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레이더 센서 등 고가의 부품으로 구성된 탓에 그 적용대상이 기함급 모델에 한정되어 있다. 오공이의 카메라 방식은 초당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 각 사진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름의 한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작은 차에 채택된 안전운전의 보조 장치로서는 여전히 황송한 수준이다.

이와는 약간 다른 의미의 안전 운전 보조장치인 주차 센서는 후방에 기본, 전방에 옵션으로 적용되는데, 정차 중에도 멀찌감치 비켜가는 오토바이에 반응하는 등 다소 신경이 쓰이는 물건이다. 경고음이 울릴 때 버튼을 눌러 잠시 해제시킬 수는 있으나 완전히 끌 수는 없으니 더욱 그렇다. 국내에서 장착한다는 전방센서는 깔끔한 디자인 덕에 보기에는 좋다.


V50의 엔진 라인업은...

가솔린이 1.6 / 1.8 / 2.0 / 2.4 / 2.4i / T5 (FWD/AWD), 디젤이 1.6D / 2.0D / D5로 구성되어있고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를 쓰는 1.8 플렉시 퓨얼 엔진이 새로 추가되었다. 이중 국내 수입사양은 직렬 5기통의 2.4i로, 220마력짜리 터보엔진인 T5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i’가 빠진 2.4 엔진보다는 최고출력이 30마력 높다.

여기에 물리는 5단 AT -‘기어트로닉’의 실제 품명은 일본 아이신의 AW55-51. V50과 S40은 물론, C30, C70, S60, S80, V70, XC70, XC90등 2.4i나 T5와 한 조를 이뤄 볼보의 전모델에 두루 탑재되는 변속기이다. 스포츠 모드나 스티어링휠의 시프트 패들은 두고 있지 않지만 셀렉트레버를 이용한 수동조작은 지원한다. 말뚝을 박아놓은 듯 강한 조작을 요구하는 기어트로닉의 수동 모드는 처음에는 흠칫 놀랄 지경이었지만 여러 형제들을 미리 만나본 탓에 오공이에서는 익숙하게 느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크지 않은 차체에 넘치는 배기량의 엔진… 이 정도 스펙이라면 달리기 성능에 일정 수준의 기대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공이는 생각만큼 잘 나가지 않는다. 제원상 0-100km/h 가속은 9초, 최고속도는 215km/h이지만 실제 가속감은 몹시 묵직하고 150km/h를 넘기면 속도를 붙이기가 만만치 않다. 변속기를 수동으로 조작하면 조금 나을까 싶지만, 뜸을 들이며 울컥거리다가 엇박자로 튀어나가곤 하는 불친절한 반응 탓에 마음이 상하기 일쑤. 아무래도 오공이에겐 여유로운 힘을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주행이 어울릴 듯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포티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이 다소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안전한 주행을 위한 기본 바탕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6,400rpm에서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되는 오공이는 풀 가속시 60, 90, 155km/h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100km/h 정속 주행시 엔진 회전수는 5단에서 2,200, 4단에서 2,800, 3단에서 4,200rpm. 80km/h에서는 각각 1,700, 2,300, 3,400rpm을 기록했다. 지난 시승기들과 비교해보면 기존의 S40과 V50, 최근의 S40등이 모두 조금씩 다른 값을 보이고 있는데, 엔진이나 기어비 자체는 모두 동일하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9.5km/리터였던 공인연비가 신형에서는 10.3km/리터로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볼보코리아측에 확인해보니 이번에 ODB II가 적용되어 재측정을 받은 결과란다.

인수할 당시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는 3천km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때에는 9.3km/리터의 평균연비 기록이 남아있었다. 시승 중에는 모두 450km를 달렸고, 평균연비는 8.6km/리터가 나왔다. 연료계가 절반 정도를 가리키고 있을 때 트립 컴퓨터상의 주행가능거리가 380km로 나와 흠칫 놀랐었는데, 이 수치는 최근 30km 주행시의 평균연비를 기준으로 한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때는 오공이에게 채찍질을 하다 하다 지쳐, 거의 포기 상태로 순항을 하고 다니던 참이었다.


‘스포츠 에스테이트’라는 수식어를 붙인 오공이는 사실 스포츠 주행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C30 T5의 경험으로 미루어 유추하자면 오공이의 T5 버전이 들어온다 해도 이러한 성격만큼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공이는 철저히 가족지향적이다. 오공이가 말하는 스포츠는 SUV의 S처럼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도구로 활용하기에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여전히 오공이를 좋아한다. 애초에 스포츠 모델이라서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오공이를 밑그림으로 좀더 이상형에 가까운 배필을 꿈꿔본다. 일단은 XC70과 꼭 닮은 동생- XC50 버전이 나온다면 가장 좋겠다. XC60에 밀려 그것이 어렵다면, 반대로 다이내믹한 R라인의 바디킷을 덧붙이는 것도 좋다. 그것도 어렵다면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기본형 바디킷과 18인치 알로이 휠로도 기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영영 쓰지 않을 것 같은 루프레일은 떼어 버려 남들에게는 없는 지붕선을 마음껏 드러내도록 할 것이다. 2.4i대신 다른 엔진도 고를 수 있다면 T5 대신 2.0D가 좋겠다. 이것이 \'컴팩트 프리미엄 패밀리 왜건\' V50을 바라보는 타인의 취향, 아니 기자의 취향이다.


볼보 V50 2.4i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22×1,770×1,457mm.
휠 베이스 : 2,640mm
트레드 (앞/뒤) : 1,535/1,531mm
최저지상고 : 135mm
중량 : 1,415kg (공차중량) / 1,855kg (차량총중량)

엔진
형식 : 자연흡기 직렬 5기통 가솔린 DOHC (B5244S4)
배기량 : 2,435cc
최고출력 : 170마력/6,000rpm
최대토크 : 23.4kg.m/4,400 rpm
보어×스트로크 : 83×90mm
압축비 : 10.3:1

섀시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변속기
형식 : 자동 5단 (AW55-51)
기어비 : 4.657 / 3.032 / 1.982 / 1.341 / 1.018 / R: 5.114
최종감속비 : 2.44

성능
0-100km/h 가속 : 9.0초
최고속도 : 215km/h
최소회전반경 : 5.3 m

타이어 : 205/55R16
연료탱크 용량 : 62리터
트렁크 용량 : 417 리터 (리어시트 폴딩시 1,307리터)
연비 : 10.3km/ℓ

차량 가격 : 3,804만원 (VAT 포함)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이전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글
잘 생기고 힘센 막내 도련님, 랜드로버 프리랜더 2 TD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