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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바람을 가르는 주먹, 기아 모하비 PG 시승기

22일, 기아 자동차 화성공장 프루빙 그라운드(PG)에서 모하비를 만났다. 기아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대형 SUV 모하비는 현대 베라크루즈와 같은 엔진을 썼을 뿐 전혀 다른 플랫폼과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강력한 성능과 다양한 사양을 겸비해 럭셔리 SUV 시장의 투탑으로 군림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실제로 접한 모하비의 외관은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사진이나 기아 측에서 사전 공개한 이미지를 통해 가졌던 느낌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바꿔서 말하자면 실물이 더 잘생겼다. 폭만 살짝 좁을 뿐 휠베이스나 길이, 높이가 모두 베라크루즈보다 큰데, 각진 차체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로 크게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스럽다. 물론 이것은 탁 트인 프루빙 그라운드에서의 인상으로, 실제 도로에 나서면 다른 느낌일수도 있겠다.

똑바로 선 자세로 가까이에서 보니 가장먼저 보닛부분의 두 개로 나뉘어진 파워 돔이 시선을 잡아 끌었고, 곧이어 라디에이터 그릴의 ‘대형’ 엠블렘이 눈에 들어왔다. 모하비의 영문명이 함께 새겨진 엠블렘은 기존 오피러스의 것을 응용한 것으로, 최상급 차량들간의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함과 동시에 각각 세단과 SUV에서의 유일한 존재(The one)임을 상징한다는 것이 기아 측의 설명이었다. 오피러스가 그랬듯이 수출용에서는 다른 기아차들과 같은 엠블렘을 쓴다. 보닛 아래에 놓이는 엔진은 3.0리터 V6 디젤이 국내시장의 주력이고, 미국 수출사양에는 기아차 최초의 V8 가솔린 엔진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수출명은 ‘보레고(Borrego)’로 정해졌다.


외관디자인은 종전에 발표되었던 컨셉카 메사(Mesa)로부터 그대로 물려 받은 부분이 많아 대체로 눈에 익다. 메사의 디자인을 토대로 하되 요란한 장식적 요소들은 거두어낸 덕분에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주창하고 있는 ‘직선의 단순화’에 잘 부합하는 듯 하다. 하지만 기아 측의 홍보와는 달리 이번 모하비의 디자인에 그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기아에 합류한 지는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니까.

어쨌거나 직선이 강조된 남성적인 디자인은 한식구인 현대의 베라크루즈와 명확한 차별화를 이루고 있어 서로에게,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다행스럽다.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승용차 타입의 모노코크 바디(베라크루즈)對 정통 SUV 스타일의 프레임 방식(모하비)이 되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사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앞뒤 휀더의 캐릭터라인이 만들어 내는 근육질의 느낌과 메사에서 이어진사이드 가니시의 하부 투톤 분할 스타일이 높이 살만하다면, 블랙아웃처리를 생략한 측면 윈도우 프레임의 어색한 마감과 다소 심심하게 보이는 뒷모습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실내 디자인은 베라크루즈에 비해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렉서스쪽보다는 폭스바겐 쪽이랄 수 있겠다. 차량에 따라 베이지 톤 또는 어두운 회색 톤의 실내색상이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럭셔리한 분위기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질감 면에서도 밝은 쪽이 몇 곱절은 나아 보였다.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은 모니터는 보기 드문 8인치 제품으로, 실시간 교통정보가 반영되는 티펙 (TPEG, 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 방식의 DVD 네비게이션 화면 등을 보여준다. 리얼 5.1채널을 지원하는 스피커 17개짜리 JBL 사운드시스템과 애프터마켓용 제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3.5인치 모니터 내장형 룸미러 등은 국내 양산차 최초로 적용된 사양이다. 대시보드의 스티어링 컬럼 오른편으로는 스마트키 시스템의 엔진 시동버튼이, 왼편으로는 4륜 구동 모드 셀렉터와 차고조절 스위치 등이 위치하고 있다.

위아래로 각각 4cm씩 움직이는 후륜 에어 서스펜션의 차고조절 기능은 짐을 실을 때나 승하차시, 오프로드 주행 시 유용한 장비. 하지만 고속주행시 이에 감응해 자동으로 차고가 낮아진다던가 하는 기능은 없고, 오히려 수동으로 낮춰놓은 차고가 주행 시 일반 높이로 돌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상모드’는 주행에 이용할 수 없는 듯 했다. 하기야 고속에서 뒷부분만 낮아진 채 달리는 것은 이상할 테지. 모하비에는 이외에도 내리막길 저속유지장치 (DAC, Downhill Assist Control)와 오르막길 뒤로 밀림 방지장치(HAC, Hill-start Assist Control)가 적용되었다.

7인승이라 3열에도 접이식 시트를 갖고 있는데, 2열 시트 공간은 그에 아랑곳없이 넉넉하다. 시승차의 경우 동반석에 앞뒤거리조절이 되는 파워시트가 적용되어있었는데, 높이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뒷좌석 승객의 발 공간에는 여유가 있었다. 바닥은 센터터널이 없어 평편하고 아랫급 차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레그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헤드룸의 여유는 크지 않은 듯 한데, 천정에는 선루프의 인슬라이딩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2열과 3열을 위한 개별 송풍구까지 마련해놓고 있었다.


각도조절이 가능한 2열 등받이는 보통의 각도보다 더 뒤로 뉘여 안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대신 2개의 컵홀더가 달려있는 센터 암레스트는 그 높이나 형상이 다소 옹색하게 느껴졌다. 뒷좌석 열선 스위치는 도어 손잡이에 달려있고 도어트림에는 계기판 조명처럼 붉은색의 무드 조명이 내장되어 있다. 센터콘솔의 뒷부분으로는 뒷좌석 공간을 위한 공조장치의 조작부와 AV 입출력단자를 내장하고 있었는데, 사양에 따라서는 AV입력부를 플라스틱 커버로 막아놓아 보기에 좋지 않았던 차량도 있었다.

테일게이트에는 자동 잠김 방식을 채택하고 플립업 방식의 뒷유리나 전동개폐 방식은 적용하지 않았다. 플립업 방식의 유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에서는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사양이라 제외시켰다는데 그렇다면 수출시장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 전동 개폐식 테일게이트는 혹 베라크루즈에게 양보한 사양이 아닌지. 그렇다 하더라도 가볍고 부드럽게 여닫히는 느낌만은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모하비에 탑재된 3.0리터 디젤엔진은 기본적으로 베라크루즈의 것과 같지만 최고출력이 250마력(+10), 최대토크가 55kgm(+9)로 높아졌다. 이러한 수치는 국산은 물론 해외 유수의 동급차량들과 견주어도 뛰어난 것으로, X5, Q7등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모델을 언급하는 기아자동차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실제 시승에서 겪어보니 그러한 자신감은 전혀 무모하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정숙성이나 승차감의 우수성이 두드러진다.

ZF제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모하비는 부지불식간에 시속 100km/h까지 가속되었고, 프루빙 그라운드에 진입하자 180~190km/h까지 손쉽게 치닫는 여유를 보였다. 당시 시승차는 2륜 구동 모델로, 운전자까지 4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넉넉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했다시피 차고조절장치의 저상모드가 작동하지 않는 점이라던가 고속주행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타이어 사이즈가 마음에 걸려 200km/h에 가까운 고속은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뱅크 진입을 앞두고는 한참 전부터 저절로 가속페달에서 발이 떨어졌는데, 계속 가속했다가는 뱅크 바깥쪽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모하비의 VDC나 전복감지 커튼에어백의 성능을 제대로 테스트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자가 주최측의 지시대로 2차선을 탄 채 소심하게 가감속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250km/h까지 낼 수 있다는 프루빙 그라운드의 가장 바깥차선(1차선)의 급뱅크를 타고 벽을 타듯이 아찔하게 질주하는 모하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덩치 큰 차가 이렇게 잘 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불만이지만, 몇 km까지 낼 수 있느냐 보다는 각 속도까지 부드럽고 여유 있게, 그리고 조용하게 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덩치와 차체형상으로 인한 풍절음 만큼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바람을 가르는 주먹’, 이것이 모하비의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기아자동차의 해석이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모하비의 우수성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제대로 된 시승기회를 잡아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나머지 부분들을 살펴봐야겠다. 그때는 이번 시승에서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던 사진도 원 없이 찍을 수 있겠지. 모하비는 내년 초에 국내 출시된다.


기아 모하비 V6 3.0 VGT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80×1,915×1,810mm (루프랙 기본)
휠 베이스 : 2,895mm
트레드 (앞/뒤) : -/-mm
공차 중량 : - kg

엔진
형식 : V6 터보 디젤
배기량 : 3.0리터
보어×스트로크 : - x -mm
압축비 : -
최고출력 : 250마력 / - rpm,
최대토크 : 55.0 kgm / - rpm
구동방식 : 4WD

변속기
자동 6단
기어비 (1/2/3/4/5/6//R):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 / -
스티어링 : -

성능
0~100km/h 가속 : - 초
최고속도 : - km/h
타이어 : 265/60R18
연비 : 11.1km/ℓ (2WD) , 10.8 km/ℓ (4WD)
연료탱크 용량 : 82리터

차량가격
- 만원(VAT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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