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디 가서 조금씩 자랑해도 될 만큼 잘 만든 우리 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현대 i30였다. 물론 기아 씨드를 포함해서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과 관심 속에 처음으로 럭셔리 시장에 도전하는 현대의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개발 당시만 하더라도 렉서스나 인피니티처럼 현대가 아닌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 출시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은 현대 브랜드에 둥지를 틀었다. 기다림이 오랬던 만큼 기대는 무척이나 클 수 밖에 없다.
글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제네시스와는 공식 데뷔 전 현대 남양 연구소에서 짧은 상견례가 있었다.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경쟁하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내면서 내심 현대 스스로의 만족감을 표현하는 자리이기도 했었다. 그 후 제네시스는 공식 데뷔했지만 제대로 도로에서 시승할 기회가 금방 주어지지 않다가, 제네시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난 다음, 이제서야 정식 시승의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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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 본 결과는 역시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싼 돈을 들여 좋은 부품과 최신 기술을 들여와도 어딘가 부족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완전한 자체 기술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현대 스스로가 방향을 정하고 원하는 기술을 들여오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차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현대에 있어서 제네시스가 가지는 의미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본격적인 행보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토요타가 그랬고, 혼다와 닛산이 그랬다. 비교적 잘 만들었지만 값싼 자동차라는 인식을 넘어서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모델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정성 들여 브랜드를 관리해야만 한다. 앞서 말한 일본 브랜드들은 이를 위해서 렉서스, 어큐라, 인피니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였고, 유럽의 대중적인 브랜드 폭스바겐은 최고급 세단 페이톤을 개발했다.
현대는 어찌 보면 정공법을 택한 듯 보인다. 제품 그 자체로 당당히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현대의 선택은 높이 살 만하다. 그리고 마침내 본격적인 후륜 구동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시기적으로 분명히 늦은 감은 있지만 현대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왔다. 쏘나타, 그렌저, 싼타페 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 냈고, i30와 기아 씨드를 통해서 정통 유러피안 해치백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아 냈다. 그리고 본격적인 럭셔리 모델 출시에 앞서 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럭셔리 SUV 베라크루즈를 선보이면서 제네시스의 진로를 확보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제 제네시스가 국내에서, 그리고 외국에서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소비자도 그리고 현대 자동차 스스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많을 듯하다. 과거 ‘포니보다 못한 한국 정치’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의 현대를 돌아보면 ‘i30보다 못한 현대의 마인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국내에서는 당당히 ‘럭셔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허세를 부리는 반면, 미국에서는 차마 럭셔리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부끄러운듯한 가격 정책을 펴고 있다. 정책적인 면에서 나름 이해가 되긴 하나 기업의 윤리와 철학을 배제한 생존논리만 남은 듯해 안타깝다. 토요타는 일본에서 팔고 있는 모델에 엠블렘만 바꿔서 미국에서 더 비싼 값으로 팔았는데 말이다. 시승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비자, 특히 한국 국민들을 배려하고 그들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는 현대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후륜구동이라 외모부터 스포티하다, 당당하다.
다시 제네시스에 집중해 보자. 후륜구동 방식은 엔진과 변속기에 직접 연결되는 바퀴가 뒷바퀴인 만큼 앞 바퀴는 좀 더 차체 앞쪽으로 전진할 수 있고 덕분에 짧은 앞 오버행을 실현할 수 있어 비율 면에서 스포티함이 강조된다. 제네시스 역시 짧은 앞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로 첫 눈에 스포티함과 당당함이 돋보인다.
차체 길이가 4,975mm로 거의 5미터에 육박하는 만큼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위치한 세그먼트 평균보다 훨씬 큰 차체임을 알 수 있다. 5시리즈가 4,841mm, E클래스가 4,820mm 이니 약 10cm 이상이 큰 셈이다. 휠베이스 또한 이들보다 더 길다.
디자인 면에서는 대체로 세련된 모습을 완성했지만 기자의 눈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미 이야기한 바 있는데, 현대는 최근 쏘나타, 그렌저, 싼타페 등을 통해서 매력적이고 완성도가 뛰어난 자체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호 불호를 떠나서 과감한 터치에서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럭셔리 SUV로 첫 선을 보인 베라크루즈에서는 그런 자신감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앞선 주자들을 따라 하는 못된 옛날 습성을 보여주어 안타까움이 컸다. 제네시스의 모습에서도 그런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좀 더 과감하게 자신만의 선을 사용했다면 좋았겠다 는 바람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라인이 이것 저것 섞여 있다. 속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현대 디자인팀에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넌 이제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거든. 그러니 용기를 가져!” 라고.
앞모습에서는 심형래 감독의 화제작 ‘디 워’에 나오는 이무기의 비늘 같은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선을 끈다. 독창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시승차에는 ACC가 적용되어 있지 않아 가운데 부분에 레이더를 덮는 박스가 없어 터치가 시원시원하다. 그 위로 엔진 후드 끝 부분에는 날개 형상의 제네시스 엠블렘이 부착되어 있다. 어떤 브랜드를 흉내 냈다는 둥 말이 많지만 날개를 단다고 욕할 부분은 아니다. 다만 현대가 얼마나 확고하게 신념을 유지하고 이 엠블렘의 가치를 높여 나가느냐가 관건일 따름이다.
헤드램프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펜더 위로 파고 들어가는 형상이 최근의 트랜드이지만 좀 더 예쁘게 다듬었어야 했다. 어설프게 꺾인 라인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HID 램프가 적용된 눈망울은 아름답다. 시승차에는 액티브 헤드램프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최첨단 기술을 직접 경험해 볼 순 없었다.
옆 모습에서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당당하면서 속도감도 잘 표현됐다. 면 처리가 BMW의 그것을 닮았지만 그것은 트랜드이므로 나무랄 수는 없다. 턴 시그널이 내장된 사이드 미러도 유행을 잘 따랐다. 더욱이 라이트 가이드가 적용된 LED 타입이라 상당히 고급스럽다. 반면 BH330에 적용되는 17인치 휠은 18인치 휠에 비해 디자인에서 느낌이 약하고 림 폭도 좁아 빈약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시승 결과 연비와 승차감 등을 고려한 휠, 타이어 세팅으로 보이지만 그 점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매력적이고 강렬한 18인치 휠을 장착한다면 제네시스의 스타일이 더 돋보일 것 같다.
뒷 모습에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BMW 7시리즈와 5시리즈의 트렁크 리드 라인을 합쳐 놓은 듯한 라인을 따라 어설프게 연결된 리어 램프 윗 부분은 실버 코팅이 되어 있어 흰색이 두드러지면서 더 모나게 보인다. 아랫부분에 라이트 가이드가 적용된 것은 야간에 독특한 형상을 만들면서 고급스럽게 보인다. 좌우에 자리잡은 머플러도 멋지다. 부분적으로 들여다보면 모두 이해가 되는 디자인이지만 전체적으로 현대 만의 완성도를 만들어 내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세계 최고 수준 자랑하는 인테리어
제네시스를 대하면서 현대 엠블렘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다. 외관 어디에서도 현대 엠블렘을 찾아 볼 수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휠의 중앙, 트렁크 리드에서도 없다. 물론 실내에서도 그렇다. 스티어링 휠 패드 가운데 으레 있게 마련인 현대 엠블렘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엔진룸을 들여다 보면 엔진 커버에는 현대 마크가 찍혀 있으며, 간혹 아주 눈이 좋은 분이라면 유리창에 찍힌 조그만 현대 엠블렘 정도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인테리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호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디자인, 재질, 편의성, 조립의 완성도 등 모든 면에서 수준급이다. 오랫동안 실내 다듬기에 공을 들여왔던 현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수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은 입체적으로 디자인했다.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면 입체가 두드러지진 않지만 디자인은 깔끔하고 시인성도 좋다. 굳이 더 바라자면 계기가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상당히 모던하다. 오디오, 트립 컴퓨터, 전화뿐 아니라 국산차에서 그 동안 찾아 보기 힘들었던 크루즈 컨트롤 조작 버튼이 위치했다. 제네시스에 국내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을 때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제공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역시 시승차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아 직접 경험해 볼 수 없었다. 전동식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지원되어 적당한 운전자세를 잡는 데도 문제가 없다.
우드 그레인은 고급스럽다. 기자 시승회에서 만났던 천연 가죽 데시보드도 상당히 멋스러웠는데 BH330과 380모두 가장 비싼 VIP팩에서만 적용된다. 8인치 모니터와 네비게이션, DMB, DVD체인저, 음성 인식 시스템, 7.1채널을 지원하는 렉시콘 디스크릿 로직 7 사운드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DIS도 선택사양이다. 트림에 따라 510만원, 혹은 46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DIS가 적용되면 기어 레버 아래에 다이얼과 버튼들로 구성된 멋진 컨트롤러가 더해진다. 지난 번 기자 시승회에서 만났었는데, 디자인이 멋지고 마무리나 조작감등의 완성도가 높으며, 무엇보다 고급스런 실내 연출에 더 없는 장비였었다.
윗면을 반원형으로 디자인한 센터 페시아 디자인은 보기에 따라 RV 같은 느낌도 살짝 들지만 디자인뿐 아니라 편의성, 마무리 등에서 뛰어난 품질을 보이고 있다. 불룩하게 나온 배 부분은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를 닮았다. 그 부분에는 6매 CD 체인저 혹은 DIS를 선택했을 때 DVD 체인저가 위치한다.
시승차는 프라임 팩이 적용된 트림으로 오디오는 롤스로이스에 적용되고 있는 렉시콘 로직7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기본형인 그랜드와 럭셔리 트림에는 일반 오디오가 적용되고, 프라임 팩과 VIP 팩에는 렉시콘 로직 7, 그리고 옵션인 DIS를 선택했을 때는 7.1채널까지 지원하는 렉시콘 디스크릿 로직7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스피커 14개가 적용된 렉시콘 오디오는 최고급 음질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운드 세팅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도어에 장착된 우퍼에서 뿜어내는 음압이 기대에 못 미치고, 데시보드 상단에 배치된 센터 스피커가 서브우퍼인양 저음을 두드러지게 뿜어내는 점이 거슬리며 전체적으로 웅장함이 부족하다. 사운드 세팅 모드에서 뒤쪽 사운드를 살짝 올리면 나름 균형이 잡힌다.
시트는 안락함이 많이 강조되어 현대가 내세우는 스포츠 세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기자에게는 만족도가 높다. 디자인과 가죽 질감이 고급스럽고 쿠션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등받이 부분에는 제네시스 엠블렘까지 찍혀 있다. 포지션은 살짝 높은 느낌이어서 시야 확보에 유리하지만 스포티함은 조금 덜하다. 그렇다고 헤드 룸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내리기 쉽도록 시트와 스티어링 휠이 물러났다가 다시 시동을 걸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 오는 이지 억세스 기능도 효율적으로 잘 세팅 되어 있다. 시트 메모리 기능은 기어가 P에 위치한 상태에서만 작동된다.
오토 홀드 기능 역시 처음으로 적용되었는데, 오토홀드를 작동시키면 차가 잠깐 정차했을 때 굳이 기어를 P로 옮기지 않아도 D 상태에서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걸려 잠깐이나마 오른발이 쉴 수 있다. 출발할 땐 엑셀을 밟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풀린다. 브레이크가 걸리고 풀리는 동작이 매끄럽다. BMW 7 시리즈에서 오토 홀드 기능이 처음 나왔을 땐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잠기거나 풀릴 때 약간씩의 충격이 있었는데 그 후 개선이 되었었다.
센터 콘솔 박스는 2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랫단에는 USB 단자와 AUX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USB 메모리는 꽂는 즉시 오디오가 켜지면서 MP3 파일을 찾아 재생해 준다. 1단과 2단 사이에는 전선을 통과 시키는 용도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미닫이 문을 달아 사용하지 않을 땐 닫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제네시스는 거의 모든 면에서, 그리고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편의성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지극히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유럽 모델들에 적용되고 있는 원터치 방향 지시등이 적용되지 않은 점이다. 국내에서는 기아 모하비에 처음으로 적용된 바 있고 체어맨 W에도 적용되었다. 제네시스에서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편의성이 고려된 점을 생각해 보면 개발 관계자가 원터치 방향 지시등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원이 한꺼번에 꺼지는 문제도 시승회에서 개발 관계자에게 지적한 바 있었는데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렉서스나 인피니티를 주로 벤치마킹한 탓으로도 보인다.
제네시스는 쇼퍼 드리븐도 고려했다. 동반자석 시트 왼쪽 면에는 프라임 팩부터 제공되는 시트 조절 버튼이 붙어 있다. 운전자가 뒷 좌석 VIP를 위해, 혹은 뒷좌석 탑승자가 시트를 앞으로 이동시킬 때 사용하기 위함이다. 뒷 유리 썬 바이저도 운전석에서 전동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다.
뒷좌석 공간도 급을 감안할 때 아쉬움이 없을 만큼 여유 있다. 휠베이스가 2,935mm나 되는 만큼 실내 공간 확보가 잘 이루어졌다. 참고로 BMW 5시리즈는 2,888mm,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2,855mm, 현대 쏘나타(NF)는 2,730mm, 그렌저(TG)는 2,780mm다. 센터 콘솔 뒷 부분과 B 필러에는 에어컨 공기 배출구가 마련되어 있다. 시트 역시 편안하고 헤드레스트도 안락하다. 암레스트를 내리면 수납공간과 오디오 조작 버튼들이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에도 오디오가 훌륭하다. 도어에 우퍼와 함께 트위터도 마련되어 있다. 뒤 선반에도 서브 우퍼를 포함해 3개의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은 무난하다. 시동을 끄면 작동 중이던 오디오가 동시에 꺼진다. 계속 음악을 들으려면 스타트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서 전원을 켜야 한다. 이 시스템은 일본 모델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유럽 쪽 모델들은 시동을 꺼도 오디오가 꺼지지 않는 모델들이 있다. 도어를 열면 그 때서야 오디오가 꺼진다. 참고로 체어맨 W는 시동을 끄고 내려서 문을 닫아도 계속 켜져 있다가 도어를 잠글 때 꺼지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한가지 팁을 발견했다. 기어를 D에 둔 상태에서 전자식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정차한 상태에서는 시동을 꺼도 오디오가 꺼지지 않고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안정적이고 안락한 주행 성능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제네시스에는 현대가 개발한 람다 3.3과 3.8 엔진이 장착된다. 모두 실린더 블록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듀얼 가별 밸브 타이밍 시스템과 가변 흡기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V6 3.3 D-CVVT 엔진은 최고출력 262마력/6,200rpm과 최대토크 32.2kg.m/4,500rpm을 발휘한다. V6 3.8 D-CVVT 엔진은 최고출력 290마력/6,200rpm과 최대토크 36.5kg.m/4,500rpm을 발휘한다. 미국을 위해서는 4.5리터 V8 엔진도 제공될 예정이다.
시승차는 내심 BH380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BH330이다. 럭셔리 트림에 프라임 팩이 적용되어 고급 편의 장비가 대거 적용되었지만, 그럼에도 현대가 국내 최초라며 자랑했던 기능들은 거의 빠져 있다. 어댑티브 헤드램프,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에어 서스펜션, DIS는 물론 썬루프 조차도 없다. 자동차 전문 기자에게 시승차를 내주면서, 그것도 한 참이나 지난 후에 내주면서 도대체 무엇을 시승해 보라는 건지 모를 일이다. 이미 많은 오너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이제서야 떠들어 대려니 참 머쓱하다.
어쨌든… BH330에는 아이신제 6단 자동 변속기가 얹혔다. 수동모드에서 다이나믹하게 변속할 수 있지만 회전수 매칭 기능은 없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가속은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엔진 소음도 아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특히 부드럽게 회전이 상승하는 엔진의 반응이 기대이상이다. 사실 V6 3.3리터 이 람다 엔진은 그랜저에 처음 얹혔을 때의 경험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233마력을 발휘했었는데, 회전 상승은 답답하기 그지없고, 배기량에 비해 파워는 턱 없이 모자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해야 할 정도로 회전도 매끄럽고 큰 차체를 이끄는데도 힘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현대가 처음으로 뒷바퀴 굴림 승용차를 만들면서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만큼 앞선 모델들의 벤치마킹에 철저했으며 기본기도 탄탄해 졌다는 말이다. 차체 중량 배분은 52:48로 이상적인 수준이다. 이를 위해 현대도 배터리를 트렁크로 옮겨 달았다.
현대가 발표한 0~100km/h 가속은 BH330이 7.6초, BH380이 7초다. 경쟁모델에 비해 가장 빠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경쾌한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엔진의 회전 상승이 매끄럽고 변속기와의 매칭도 좋아 어떤 영역에서든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하면 1단에서는 5,500rpm에서 변속하고 그 다음부터는 6,5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각 단에서의 최고속도는 50, 95, 140 195km/h다. 가뿐하게 200km/h를 넘어서서도 가속은 계속 이루어지다가 220km/h에서 속도 제한이 걸린다. 가속은 한마디로 시원하다. 차의 크기와 배기량을 고려할 때 충분이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돋보인다. 현대차 특유의 가벼움은 찾아 볼 수 없다. 뒷바퀴 굴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체의 안정성을 이렇게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앞바퀴 굴림의 현대차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경쟁상대로 내세운 5시리즈나 E클래스와 비교해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렉서스 GS나 인피니티 M 등도 처음부터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처럼 제네시스 역시 어떤 방향을 지향하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비교적 부드럽게 세팅되었다. 지난 시승회에서 등장한 BH380은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어서 지금의 BH330보다 조금 더 안락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네시스에는 앞 뒤 모두 멀티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이 적용되었으며, 특히 세계 최초로 진폭 감응형 댐퍼를 적용했다고 한다. 댐퍼 내 기존 감쇄력 조절 밸브에 슬라이딩 밸브를 추가해 일상 주행에서는 부드럽게 요철을 걸러주고, 코너링 등에서는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비다. 흔히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댐퍼의 형태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세팅에 있어서는 보다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때문인지 실제 주행 느낌은 이론이 설명하는 것과 약간 다른 느낌이다. BH330은 오히려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일반 도로에서는 요철 정보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고속 직진 안정성인 높은 반면, 고속에서 강하게 브레이킹을 할 땐 아쉬움이 남는다. 초기 반응에 비해 제동력에 여유가 없다. 아쉬움은 와인딩에서도 드러난다. 코너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까워 안정적인 주행이 돋보이지만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기엔 225/55R17 금호 솔루스 KH16 타이어에 걸리는 그립이 충분하지 않다. 속도를 조금만 높여서 코너에 진입해도 차체는 별 저항 없이 바깥으로 흐르며, 그 즉시 VDC가 개입해 라인을 잡아 준다. 코너 정점을 지나 엑셀을 조금만 과격하게 밟아도 마찬가지다. VDC는 충분한 신뢰를 줄 만큼 정교하다. 재 가속 시 밀어주는 힘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BH330은 일반적인 오너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일뿐더러 시원한 가속력과 고속 직진 안정성 면에서는 훌륭하다. 반면 스포티한 주행을 시도해 보면 브레이크는 강력하지 않고, 타이어도 그립이 충분하지 않다. 코너링에서 밀어 부치는 힘도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처럼 BH330은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돋보이는 반면 스포츠 세단이라고 할 만한 특성은 거의 갖추지 못했다고 보여진다. 즉 BH330이 지향하는 바는 뒷바퀴 굴림의 럭셔리 세단이지 스포츠 세단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좀 더 강력한 엔진을 얹고, 그립이 더 좋은 18인치 휠 타이어를 신은 BH380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현대가 야심 차게 선보인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는 아주 잘 만든 차다. 전륜구동 모델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주행성능을 확보했고, 장비면에서는 풀옵션 모델을 기준으로 볼 때, 1억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E500에나 있는 디스트로닉과 에어 서스펜션, 쿨링시트 등이 BH380에는 모두 갖추어져 있다. BMW 550i와 비교해도 매력적인 HUD가 없긴 하지만 다른 편의 장비들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절대적인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전통과 카리스마, 엔지니어링의 완성도 등에서 모두 부족하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는 지금 잘 만든 제네시스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정교함을 유지하면서 잘 굴러가 주는가 하는 점이다. 반면 렉서스 GS, 인피니티 M, 재규어 S타입, 캐딜락 CTS 등이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지향하면서도 각자 나름대로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는 것처럼 제네시스도 한국과 미국 등의 시장을 고려해 나름대로의 성격을 규정하는 면에서는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현대가 이제라도 이 정도 수준의 자동차 만들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견한 일이다. 아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축하만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 그 동안 현대 스스로 배 채우기에만 급급해 하지 않고 좀 더 일찍 이런 자동차 개발에 주력했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일찍 우리는 현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번에도, 현대차를 사랑해 주는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을 조금만 더 배려했다면 수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국내의 제네시스 가격을 비교해 보면서 역수입 운운하는 해프닝은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약자인 자국민의 권익은 무시하고, 강자인 미국 시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비굴해지는 현대가 과연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겠는가?
지금 현대는 비교적 잘 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수입차와 견주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또한 현대 스스로 세계적인 명차의 반열을 운운하는 만큼, 제네시스에 대한 평가도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의 현대가 더욱 잘 해 나가길 기대하며, 좀더 냉철하게 평가하고 더욱 분발하도록 채찍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대 제네시스 BH330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75×1,890×1,480mm
휠베이스 : 2,935mm
트레드 (앞/뒤) : 1,619 / 1,635
차량중량 : 1,715kg
엔진
형식 : V6 DOHC D-CVVT
배기량 : 3,342cc
최고출력 : 262마력 / 6,200 rpm
최대토크 : 32.2kg.m/4,500 rpm
구동방식: FR
변속기
자동 6단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5링크) / 멀티링크(5링크)
브레이크 : 4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타이어 : 225/55R17
성능
0-100km/h : 7.6
최고속도 : -
연료탱크 용량 : 73리터
연비 : 10.0km/L
가격
BH330 그랜드 : 4,050만원, 럭셔리 : 4,520만원, 프라임 팩 : 4,920만원, VIP 팩 : 5,520만원
BH380 로얄 : 5,280만원, VIP 팩 : 5,8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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