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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 벤츠 CLS350

메르세데스-벤츠가 본격적으로 창출해낸 새로운 장르인 4도어 쿠페, CLS클래스가 작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가뜩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좀 더 가다듬어 새롭게 등장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통틀어 가장 위상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독일 프리미엄 3사, 그중에서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벤츠가 만들어낸 이 럭셔리하고 매혹적인 모델은 쿠페가 갖춰야할 멋스러움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진가가 더해져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는 능력을 지녔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몸집이 큰 브랜드일수록 여러 개의 모델 라인업을 갖고 있다. 일단 소형, 중형, 대형 세단은 기본적으로 갖추어 놓고 최근엔 거기에 SUV라인업이 마찬가지로 소형, 중형, 대형으로 추가되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그 사이에 스포츠카라 불리는 쿠페나 컨버터블, 또는 경차나 승합차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벤츠로 예를 들자면 A클래스와 B클래스(My B)가 앞에 자리하며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의 세단 라인업, 그리고 곧 등장할 GLK와 기존 ML, GL의 SUV 라인업, 거기에 스포티한 컨버터블인 SLK와 SL, 쿠페인 CLK와 CL, 다시 SUV와 밴을 합친 형태의 R클래스까지 추가되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틈이 보이질 않아 만들어낼 모델이 없다고 생각되겠지만, 벤츠는 다른 메이커들의 1순위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지존답게 까짓거 하나 더 만들어 볼까.. 하면서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장르인 CLS클래스를 등장시켰는데,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아마 국내메이커가 2009년 현재 이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 출시했다면 시대를 앞서간 최고의 차라며 극찬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진짜 최고와 말로만 최고인 메이커의 격차란 실로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정말 잘난 사람이 자기가 누구보다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반면 자신의 부족함을 입으로 감추기 위해 말만 뻔질나게 허풍떠는 사람은 고개를 돌려보면 주위에 한명쯤 있을 것이다.

다시 CLS 이야기로 돌아와서,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뭐가 아쉬워 새로운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일까. 제아무리 프리미엄 브랜드라 할지라도 치열하기 그지없는 자동차 시장에서 가지치기 모델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만 최고의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가만 넋 놓고 앉아있다가는 밑에서 끈질기게 치고 올라오는 메이커들에게 언제 추월당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고가 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 속에 태어난 모델들은 다른 메이커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며 새로운 장르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CLS 또한 마찬가지로, 이젠 경쟁자인 BMW와 아우디를 비롯해 여러 메이커에서 CLS와 같은 4도어 쿠페모델을 출시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반면 선두주자로서 여유롭게 앞서 있는, 그리고 느긋하게 2세대를 구상하고 있는 CLS, 그 중에서 한국시장에 출시된 CLS350과 함께했다.


익스테리어
얼마 전 차에 대해 아무 관심 없는 지인과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게 무슨 차냐며 정말 잘빠졌다며 감탄하고 있는 지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 말 그대로 정말 잘빠진 CLS가 지나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론 5년 전 CLS의 출시가 임박했을 당시 먼저 접했던 비전CLS 라는 컨셉카의 형태를 보고는 양산모델은 많이 다를 것이리라 예상했었는데, 그 예상을 무참히 깨버리며 당시로선 정말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나타나 기자를 놀라게 했던 녀석이 바로 CLS다.

이 디자인에 대해서는 자세히 따져들며 논한다거나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냥 전문가의 입장을 떠나서 정말 멋지다, 라인 죽인다, 진짜 잘빠졌다 라는 감탄만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아름다운 자태를 바로 앞에서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너무나 매혹적인 여인이 그윽한 눈빛으로 내 눈앞에 서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런 건 평가하려들지 말고 그냥 즐기고 느껴야 한다. 디자인은 아무리 개인취향이라지만, CLS의 디자인을 별로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디자인 센스 꽝이라며 이마에 도장이라도 찍어주고 싶다. 이게 멋지지 않다면 이 녀석 보다 훨씬 못생긴 많은 차들은 한강물에 빠져 자살이라도 해야 된단 말인가.

굳이 외관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전체적인 모습은 쿠페형 세단과 달리 완연한 쿠페형태에 도어 두 개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CLS의 특징은 역시 측면의 높은 숄더라인이며 베이스로 사용된 E클래스와 비교해 차체의 높낮이 차이가 확실하다. 쿠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 낮고 넓으며 날렵한 모습과 더불어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는 벤츠의 멋스러운 라인과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들어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변한 것은 전면 라디에이터그릴의 라인이 2개로 줄어들고 코너링 헤드램프의 추가, 턴 시그널 사이드미러는 최근의 패밀리 룩으로 변경, 리어에선 테일 램프에 LED추가와 납작한 듀얼머플러를 장착해 전체적으론 이전보다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다는 느낌을 주면서 이전모델보다 스포티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테리어
출시 된지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볼 때마다 반해버릴 수밖에 없는 겉모습처럼, 쿠페답게 앞 뒤 모두 윈도우 프레임이 없는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역시나 감탄을 자아낼 만큼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풍기고 있어 다시금 비싼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변한 실내의 차이점은 스포티한 벤츠모델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3스포크 스티어링휠, 그리고 E클래스와 거의 같은 모습의 흰색 바탕 계기판이다. 럭셔리한 자태와 가격에 걸맞게 여기저기 사용된 대부분의 재질은 가죽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벤츠답게 작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느낌까지 높은 수준의 감성품질을 지니고 있다.

완성도가 높아진 7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변속레버 주변에는 주행특성을 컴포트, 스포츠 모드로 변환시켜주는 버튼과 에어서스펜션의 하체 세팅을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버튼, 그리고 에어서스펜션을 조절해 차고를 20mm 높여주는 버튼 등이 전체적인 디자인과 어울려 잘 정돈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화질이 영 시원찮은 모니터가 센터페시아 중단에 위치해 있어 운행 중 시선을 내려 확인하기 애매하다는 것과, 비상등 버튼 또한 익숙해지기 전까진 빠른 조작이 힘들다는 것이다.

운전석, 조수석 시트는 모두 열선, 통풍 기능이 내장된 각기 3인분의 메모리를 포함한 전동식이며, 시트에 파묻혀 앉으면 정말 쿠페라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질 만큼 낮은 차체와 더불어 낮은 포지션을 갖게 된다. 밖에서 보면 높아진 숄더라인 때문에 측면 윈도우의 면적이 좁아 안에서 답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 도어를 닫고 나면 전방시야는 예상보다 개방감이 훨씬 뛰어나며, 측면도 멋진 루프라인의 디자인을 감안하면 수긍이 될 정도로 적당히 타협한 최소한의 시야는 보장해 주기 때문에 운행을 시작하면 곧바로 적응이 가능하다.

두 명의 탑승자를 위해 좌우로 독립된 형태를 하고 있는 뒷좌석은 2도어 쿠페모델과 차별화되는 CLS만의 가장 큰 특징이며, 어설픈 3인 탑승공간이 아니라 센터 터널이 가로질러 확실한 2인 탑승공간을 확보해 놓은 것이 마음에 든다. 전동식 트렁크를 열면 예상보다 훨씬 깊고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길게 뒤로 뺀 디자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초반 언급했던 벤츠의 수많은 모델들에 두루 사용되는 배기량 3,498cc의 DOHC V6 자연흡기 엔진은 6,000rpm에서 272마력, 2,400~5,000rpm에서 35.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같은 엔진이라도 적용되는 모델에 따라 세팅을 달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포티한 SLK 등의 모델에서는 좀 더 고회전 지향의 305마력 버전을 탑재했고, CLS에서는 종전과 같이 272마력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엔진의 파워를 최대한 이끌어내 상향조정하는 대부분의 메이커들과는 달리 벤츠는 모델의 성격에 따라 때론 최대한으로, 때론 여력을 남겨두며 같은 엔진으로도 세팅을 달리 하고 있는데, 물론 기본적인 특성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며 272마력의 CLS350에서는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남겨놓으며 7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연비 등의 효율성에도 신경을 쓴 것이다.

이는 경쟁자인 BMW와 비교되는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즉각 반응하는 BMW의 성격과는 달리 벤츠는 묵직한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비슷한 힘을 가진 모델끼리 비교해봤을 때 초, 중속은 BMW가 더 경쾌하며 고속으로 넘어갈수록 벤츠의 탁월함이 좀 더 우월하게 다가온다. 물론 양쪽의 차이가 큰 것은 아니며 저마다의 장단점은 있겠다.

AMG 버전이 아닌 이상 CLS350은 무조건 빠르게 달리기 위한 모델이 아니다. 적당히 크고 멋스러운 차체를 이끌어가기에 전혀 부족함 없으며, 세련된 하체와 더불어 달리고 싶을 땐 얼마든지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론 스포티한 럭셔리 쿠페의 여유로운 성능을 벤츠의 감성과 함께 즐기면 그만이다. 제원표에 적혀있는 각종 수치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수치화시킬 수 없는 그 벤츠의 감성은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달리고 돌고 멈추는 그 부분에서 매우 이상적이고 인상적인 느낌을 운전자에게 선사해준다. 마치 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으로 움직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CLS350보다 더 싸고 더 빠른 차들도 있지만, 그 차들은 단지 속도 자체만 더 빠를 뿐 나머지 모든 부분에선 가격 차이만큼 떨어진다는 것에 백만스물아홉표 걸겠다. 이런 자신감은 벤츠의 감성을 제대로 느낀 후에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기자도 만약 현재 능력이 되어 값비싼 애마를 선택한다면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메이커의 스포티한 모델들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나이 먹으면 결국 벤츠로 간다.’ 라는 그 말의 뜻을 언젠가 이해하고 난 후로는 크게 공감하고 있다. 단, 신형 C클래스에선 그 감성을 느끼기 힘들었지만..


CLS350의 주행 특징 중 하나는 에어서스펜션의 장착으로 인해 보다 세련된 하체를 세 단계로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엔진과 변속기의 적당한 매칭으로 인해 매끄러우면서 어느 정도 스포티한 주행까지 동반된다는 점이다. 사실 0-100km/h 7초의 초반 가속성능도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며 250km를 살짝 넘어 리미트에 걸리는 그 순간까지 고속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안정감은 과연 아우토반의 나라에 위치한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훌륭한 모습이다.

에어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스포츠 모드로 맞추고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이 새겨진 7단자동변속기의 기어레버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하면 단단한 하체에 에어서스펜션의 세련됨이 더해져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면서도 최소한의 승차감을 잃지 않는 특유의 감각이 전해져온다. 다만 수동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과 회전수 보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벤츠가 앞서갔던 7단 자동변속기를 뛰어넘어버린 최신의 변속기들에 비해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코너에서는 어지간히 몰아붙이지 않는 한 245/40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좀처럼 접지력을 잃지 않고 받쳐주기 때문에 믿음직스럽고, ESP를 끈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밸런스가 뛰어나 어지간히 속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코너 바깥쪽으로 들이밀다 안쪽으로 급격하게 카운터를 먹여야만 뒷바퀴가 흐르는 짜릿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ESP의 개입시점은 일반적인 스포츠세단들의 평균치보다 약간 늦은 편이라 어느 정도 리어가 미끄러지면서, 혹은 미끄러지고 나서 개입하게 되는데 기본적인 밸런스가 뛰어나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는 일이 없으며 약간의 카운터만으로 빠르고 손쉽게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

벤츠의 모델들이 대게 그러하듯, 브레이킹 감각 하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CLS의 시승을 마치고도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이 바로 세련되면서 분에 넘칠 정도의 브레이킹 감각이었는데, 초반 응답성이 예민하지 않아 다루기 편하면서도 익숙해지면 딱 눈앞에 그려놓은 라인에서 정확하고 안정감 있게 멈춰주는 그 느낌이란.. 거치고 거쳐 결국엔 벤츠로 간다는 말에 힘을 실어주는 가장 큰 요인일지 모른다.


에필로그
출시 후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4도어 쿠페형 모델들에 비해 전혀 뒤질것 없는, 아니 여전히 가장 멋져 보이는 외모는 CLS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일 수 있겠다. 더군다나 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세련되고 스포티하게 다듬어졌으니 도대체 후속모델은 어떻게 디자인하려고 이러나 하는 괜한 노파심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겉모습만이 다가 아니다. 디자인의 시대라고 하니 너도나도 껍데기만 화려하게 치장하고 내실은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지만, 3포인트 스타 엠블럼을 보란 듯이 달고 태어난 4도어 쿠페의 왕자 CLS는 빈틈없는 내공의 성능과 더불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가치의 감성 가득한 내면을 간직하고 있다.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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