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변종 아닌 변종, 볼보 V40 크로스 컨트리


볼보는 V40 해치백의 차체를 살짝 높이고 앞 뒤 범퍼와 사이드스커트에 프로텍터를 덧대서 V40 ‘크로스 컨트리’를 만들었다. 지상고는 12mm, 전고는 38mm 더 높아졌는데, 그래봤자 평범한 국산 해치백인 i30와 전고가 1,470mm로 동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크로스오버 모델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QM3나 2008 같은 소형 SUV들도 전고가 최소한 1,500mm는 넘고, 카렌스처럼 작은 RV도 1,600mm가 넘는다.

글 / 박혜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결국 이 차는 크기와 형태만 놓고 보면 ‘크로스 컨트리’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준중형급 해치백일 뿐이다. 그나마 V40과 다른 벌집 모양의 전면 그릴과 전용 리어 디퓨저 등의 깨알 같은 디테일이 가미되어 분위기가 살짝 달라 보인다는 차이점은 있다. 실내는 전용 투톤 시트와 스포티한 디테일이 상당히 고급스럽고 젊은 감각을 강조한다.


사실 V40 크로스 컨트리의 가장 큰 특징은 AWD 시스템. 즉, 구동 방식의 차이에 있다. V40 해치백은 전륜구동 모델만 생산되지만 V40 크로스 컨트리에는 AWD 모델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륜구동 방식의 D4 단일모델만 판매된다. 그렇다면 V40 크로스 컨트리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어떤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V40 크로스 컨트리의 가장 큰 매력은 온로드 주행성능과 연료 효율에서 느껴졌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의 힘은 작은 차체에서 전혀 부족함 없다. 이와 맞물린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 덕분인지 효율도 뛰어나다. 복합연비는 16.4km/L로, 연비 도둑인 루프박스를 얹고 달렸지만 실제연비가 복합연비를 쉽게 넘어섰다.

V40 크로스 컨트리는 강한 토크 덕분에 굉장히 경쾌하게 달린다. 초반보다 중후반에 더 시원한 가속을 선사하는데, 타이트하게 치고나가는 감각은 아니지만 상당히 매끄럽다. 고속도로에서 100km/h 정속주행을 하다가도 추월이 필요하면 손쉽게 빠른 가속을 이끌어낸다. 다만 너무 욕심을 부려 앞자리를 1에서 2로 바꾸려면 마지막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크로스 컨트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고 평가한 낮은 차체는 온로드 주행에서 온전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안정감 뛰어난 하체와 함께 노면에 밀착되는 든든함이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은 노면 상황을 일일이 엉덩이에 전달하면서도 충격은 잘 걸러낸다. 중저속에서는 적당히 단단하고,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코너에서도 불안한 기색이 없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독일산 스포츠 세단 뺨치는 수준이라 해도 무방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느껴지는 감각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 속도와 상황에 따라 적당한 반응을 제공한다.


너무 가혹하게 몰아치지만 않는다면 V40 크로스 컨트리는 상당히 빠르고 안정적이다. 운전자가 필요한 만큼 상황을 전달하고, 의도한 만큼 반응하며, 원하는 만큼 가속한다. 전반적으로 운전하는 자체가 편하고 쉽다. 다만 제동력은 조금 아쉬운 부분. 초반에는 잘 잡아주다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타입이다.


풍부한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는 볼보답게 부족함 없다. 특히 차간거리까지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건이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는 기능이지만 볼보차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럽게 작동한다. 여기에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 경보장치, 차선이탈 방지장치, 보행자 에어백까지 적용됐다. 볼보 라인업에서 엔트리급에 속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황송한 구성이다.


V40 크로스 컨트리는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출중한 주행성능, 부족함 없는 편의성과 안전성 등을 고루 갖췄다. 그냥 해치백이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100점 만점에 90점은 충분하다. 그런데 이런 저런 장점을 나열해 봐도 굳이 ‘크로스 컨트리’라는 이름이 붙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

볼보는 맛들린 것처럼 V40뿐만 아니라 S60과 V60으로도 크로스 컨트리를 만들었다. 완전한 SUV도 세단도 해치백도 왜건도 아닌 것은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오프로더처럼 험로를 돌파할 건 아니지만 가벼운 비포장도로 정도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달리고 싶다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12mm 차이로 넘을 수 있는 턱의 높이가 다를 것이고, 차체 하부가 긁히는 경우도 줄어들 것은 분명하니까. 결국 V40 크로스 컨트리는 기존 V40의 장점에 아웃도어 느낌을 가미한 변종 아닌 변종이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취향에 들어맞을 경우에는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감을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