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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짜릿함을 채우다, 미니 JCW 클럽맨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하고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이들이 선택하는 자동차. 나에게는 미니가 그렇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남다른 취향을 가진 내가 어린 시절 미니를 꿈꾼 이유였다.


정체성이 확고한 영국 브랜드답게 미니 또한 콤팩트한 차체를 통해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과 특유의 주행 감각 등 확실한 ‘킬포’까지 갖췄다. 특히 고성능 JCW 모델은 한층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와 탁월한 운동 성능으로 남다른 매력을 어필한다.

 

그런 이유로 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무척 설레었고,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1956년 시작된 수에즈 전쟁의 여파로 영국은 수에즈운하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석유 파동까지 겪으며 경제적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석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서 효율적인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고, 미니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연비가 좋은 작은 자동차. 그것이 미니의 출발점이었기에 화려한 디자인과 안락한 승차감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때론 간결함 속에 더 많은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는 법.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과 함께 미니는 미니멀한 특유의 디자인으로 1960년대 패션, 음악,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열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며 문화적 아이콘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지난해 강남에서 진행된 브랜드 탄생 60주년 기념행사에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함께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폴 스미스의 국내 전시회에는 특별한 미니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리지널 미니에 대한 애착을 가진 이들은 2000년대 이후 생산된 미니를 ‘진정한’ 미니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여전히 작긴 하지만 차체 크기가 많이 커졌기 때문이다. 브랜드 라인업에 다양성을 더하는 클럽맨의 경우, 그나마 가장 오리지널 미니의 멋을 이어가고 있는 3도어 해치백보다 약 44cm 가량 더 길다. 후면에는 위로 열리는 해치가 아닌 양쪽으로 열리는 ‘스플릿 도어’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고유의 멋이 덜하긴 하지만 색다른 품격을 느낄 수 있는 모델로서 클럽맨의 가치는 부족하지 않다. 특히 외모부터 미니답지 않은 남다른 위용을 과시한다. JCW 모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는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다. 전용 컬러인 레벨 그린에 입혀진 스트라이프에서는 몬테카를로 랠리부터 다카르 랠리까지 이어지는 레이싱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글동글한 전면 LED 헤드램프 사이에 몸집을 키운 허니콤 그릴과 커다란 공기흡입구는 역동성을 부여한다. JCW 로고를 포함해 사이드 스커틀, 도어 실, 각진 형태로 변모한 사이드미러, 명확하고 간결한 선으로 완성된 19인치 경합금 휠, 풀 LED 유니언잭 리어램프는 기존 모델과 확실한 선을 긋는 디자인 요소다.



브랜드의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든 실내에서는 현대적이면서도 웃음 짓게 만드는 재치가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디자인 속에 섬세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레드 컬러 스티치가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기어노브와 시트에 추가되면서 시각적 만족도를 높였고, 노면과 가깝게 낮게 세팅된 스포츠 시트는 시각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시켜 주행감성을 끌어올린다.



귀여운 구석도 찾아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를 감싼 LED는 세팅 변경에 따라 빛을 바꾼다. 마치 차량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조 버튼 아래에는 붉은색 토글 스위치도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인 차량과는 다른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미니의 재치가 마음에 든다. 토글 스위치로 시동을 걸면 도로 위 짜릿한 경험이 시작된다.



시동 직후엔 거칠고 굵은 소리가 들려온다. 앙증맞은 외모와 다른 소리가 낯설게 다가오지만 묘하게 흥을 돋는 느낌이다. 미니는 JCW 배지에 걸맞은 요소들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미니 JCW 클럽맨은 신형 4기통 JCW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발휘한다.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지만, 기존 모델 대비 출력이 75마력이나 상승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움직임은 가볍다. 가뿐하고 경쾌한 거동이지만 경박스러울 만큼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 마음에 든다. 더욱이 고속으로 치닫는 움직임 속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빠른 가속만큼이나 제동 성능도 인상적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고성능 브레이크가 출중한 성능을 묵묵히 뒷받침한다.



미니의 ALL4 사륜구동 시스템도 짜릿한 경험에 한 몫을 담당한다. 달리면 달릴수록 로켓 같은 추진력에 민첩함이 더해지면서 스릴 넘치는 운전의 재미는 배가된다. 더욱이 스포츠 서스펜션과 스포츠 배기 시스템에 JCW 전용 에어로 다이내믹 키트까지 미니 JCW 클럽맨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출구 없는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스포츠 모드가 아니더라도 즐거움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JCW 배지와 함께 차분하고 조용한 주행이라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변속과 매끄러운 감각은 덤이다. 단,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JCW 모델을 타면서 그런 것들을 바라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토글 스위치에 다시 손가락을 올릴 때쯤 한 잡지에서 읽었던 인터뷰 내용이 불현듯 떠올랐다. 유럽 고급 필기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브랜드’로 정의했다. 정교한 수작업과 엄격한 점검을 거쳐 만들어지는 만년필은 상자 속이 아닌 사용자의 손에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이었다. 도로 위에서 달릴 때 존재의 이유가 더욱 명확해지는 미니 JCW 클럽맨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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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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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d***** 2020-06-24 13:48 | 신고
센타페시아마져 귀엽네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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