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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온화한 강풍, 마세라티 르반떼


‘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뜻. 우리가 흔히 쓰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라는 속담도 비슷한 의미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비슷한 맥락이 존재한다. 자신만의 편협한 사고방식과 좁디좁은 시야로만 차를 판단하며,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전체를 왜곡하는 그런 부류들. 그들에겐 제아무리 대단한 자동차도 불만스럽고 못마땅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시승기에서 소개할 럭셔리 SUV는 눈에 뭐만 보이는 뭐 같은 이들을 무시해버려도 될 정도로 굉장히 훌륭하다. 마세라티의 첫 번째 SUV ‘르반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차명은 온화한 미풍이 강풍으로 변하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의미.



브랜드 역사상 첫 번째 SUV지만 처음이라 해서 서툰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일단 외관 디자인부터 시선을 잡아끌어 머물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마세라티 고유의 특색과 이탈리안 디자인의 미학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스포티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



삼지창이 새겨진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측면 펜더에 자리 잡은 사다리꼴 형태의 에어벤트, C필러에 새겨진 ‘세타’ 로고 등 한 눈에 마세라티임을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들도 적절하게 가미됐으며, 새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와 4개의 배기파이프는 각각 전면과 후면의 포인트로 작용하며 날카로운 고성능 SUV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실내는 총 28종의 색상 조합이 가능한 가죽 시트 등 마세라티가 내세우는 맞춤형 인테리어 제작 서비스를 통해 개인 취향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할 수 있다. 시승차의 인테리어는 블랙/레드 컬러 가죽과 리얼 우드트림이 어우러져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한다.



SUV지만 스포츠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지니고 있는 만큼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몸을 꽤나 감싸주고, 스티어링 휠의 적당한 크기와 두툼한 그립감, 길쭉한 패들시프트, 실린더 타입 계기판 등이 럭셔리 스포츠카 뺨치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2열과 트렁크 공간은 차체 크기 대비 넓은 편은 아니지만 단점으로 지적할 만큼 좁지도 않은 무난한 수준이다.



다음은 주행성능을 확인해볼 차례. 시승차는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1kg.m의 3.0리터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품은 르반떼 S 모델. 강력한 힘을 8단 자동변속기와 상시사륜구동 AWD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각 바퀴의 구동력은 주행상황과 노면상태 등에 따라 최적으로 분배된다.



느긋하게 달리면 뒤쪽에서 간간히 배기음만 들려올 뿐, 온화한 미풍이 스치듯 여유롭고 안락하다. 그러다 문득 0-100km/h 가속시간 5.2초라는 제원표의 숫자가 떠올라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눌러본다. SUV의 높은 운전시야 때문에 실제 체감가속은 더 빠르게 느껴지고, 초반 가속뿐만 아니라 고속에 이르기까지 강풍이 몰아치듯 거침이 없다. 특색 있게 뿜어져 나오는 가변 배기의 다채로운 음색은 차의 안팎에서 청각적으로 마세라티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킨다.


모든 터보 엔진의 숙명인 터보렉은 르반떼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독일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가 그 명성 그대로 터보차저의 앙탈을 신속하고 매끄럽게 잘 조율한다. 어떤 속도 영역에서도 전반적인 안정감이 수준급이어서 고성능 SUV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확인한 이후에는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주행에만 집중해본다. 핸들링과 서스펜션은 예상보다 좀 더 날카롭고 탄탄하다. 기존의 마세라티 세단들이나 다른 이탈리아차들의 다소 유연한 감각을 넘어선 날카로움과 탄탄함이다.


덕분에 타이트한 차선변경과 코너링을 감행해도 SUV의 높은 무게중심에 개의치 않고 쏠쏠한 운전재미를 즐길 수 있다. 차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진 운전자의 몫인 셈이다. 샛노란 브레이크 캘리퍼의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은 강풍을 미풍으로 잠재우기에 충분한 제동력을 뒷받침한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앞 다퉈 새로운 SUV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는 SUV 춘추전국시대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브랜드의 첫 번째 SUV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았다. SUV 컨셉트카를 공개한 이후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동안 르반떼를 개발해왔고, 결국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의 이름에 전혀 흠 잡힐 일 없는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완성해냈다.



때론 온화한 미풍처럼, 때론 거칠게 몰아치는 강풍처럼 내달리는 이 매혹적인 지중해의 바람은 세계 곳곳의 도로 위에 불어닥쳤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 출시 이후 이미 500대 이상 팔려나갔다. 그 숫자는 마세라티의 볼륨모델인 기블리와 엇비슷하며, 올해는 기블리를 추월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마세라티는 럭셔리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르반떼의 인기가 아무리 치솟아도 연간 판매대수를 한정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그것은 곧 이 차의 진정한 가치를 볼 줄 아는 사람들만 신경 써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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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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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o**** 2017-09-20 10:53 | 신고
마세라티 특유의 디자인은 전면 그릴에서만 느낄 수 있고
그 이외에는 개취로 좀 아니다 싶네요.
실내디자인은 상당히 고급스러운데 레드랑은 좀 안어울리는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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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p** 2017-09-20 09:09 | 신고
내부 색상이 강렬한 레드네요~ 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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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j3*** 2017-09-15 17:19 | 신고
스포티한 느낌이라 역동성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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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w2*** 2017-09-12 12:02 | 신고
역시 마세라티네요.
외관 보고 '오.. 괞찼네..'
차량 내부와 엔진룸 보고 '헉...'
할 말을 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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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i**** 2017-09-10 16:58 | 신고
실내디자인이 정말 멋집니다 삼지창 언제 한번 타볼 수 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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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 2017-09-07 22:45 | 신고
바디비율 좋네요ㅋㅋ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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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jh**** 2017-09-05 21:36 | 신고
스포티 하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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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 2017-09-05 20:37 | 신고
보통의 차와는 다른 느낌이 확실히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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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2017-09-05 15:26 | 신고
외관부터 다른 자동차와 다른 이색적인 모습이고 스포티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자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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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2017-09-04 17:12 | 신고
디자인이 진짜 고급스러워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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