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의 맞수인 현대 아반떼와 쉐보레 크루즈의 인연은 아반떼 XD와 라세티 시절부터 시작됐다. 이후 아반떼는 HD, MD, AD로 변해왔으며, 라세티는 라세티 프리미어를 거쳐 크루즈에서 뉴 크루즈로 이어지고 있다.

아반떼는 완전변경 모델을 꾸준히 내놓은 반면, 크루즈는 오랫동안 라세티 프리미어의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올해 3월 드디어 9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인 뉴 크루즈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이제야 비로소 아반떼와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하게 된 것. 그러나 신형 크루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신형 크루즈가 출시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의 아반떼(AD)와 크루즈(J400) 신차등록 현황을 낱낱이 분석해봤다.

먼저 두 차종의 5개월간 신차등록 총 대수를 살펴보면, 아반떼는 3만 6,628대인 반면 크루즈는 7,124대가 등록되는데 그쳤다. 결국 신형 크루즈 출시 이후에도 아반떼가 크루즈보다 5배가량 더 많이 팔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법인 및 사업자를 제외한 순수 개인소비자의 성별 현황에서는 아반떼의 경우 남성이 1만 6,702대로 61.5%, 여성이 1만 448대로 38.5% 비율을 보였으며, 크루즈는 남성 4,485대, 여성 2,212대로 각각 67.0%, 33.0%를 나타냈다. 그에 따라 아반떼의 여성 비율과 크루즈의 남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음은 두 차종의 연령별 현황이다. 아반떼는 50대가 7,194대로 26.5%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서 20대, 30대, 40대, 60대 순서다. 반면 크루즈는 1,819대를 등록한 30대가 가장 높은 27.2%의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서 20대, 50대, 40대, 60대 순서로 연령별 신차등록대수 상위를 기록했다.

한편, 두 차종의 신차등록 현황을 렌터카와 자가용으로 구분해보면 아반떼의 렌터카 비율이 전체의 21.8%로 크루즈의 3.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개월간 팔려나간 아반떼 5대중 1대는 렌터카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신형 크루즈 출시 이후에도 아반떼와 크루즈의 신차등록대수 격차는 5배가량 벌어졌으며, 그러한 결과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크루즈의 높은 가격을 꼽을 수 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크루즈 출시 초기에 이례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현대는 연식변경 모델과 합리적인 구성의 밸류 플러스 등급을 내세우며 크루즈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이어가는 동시에 아반떼 스포츠 모델의 가격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등 다방면으로 크루즈를 견제하는데 성공했다.

쉐보레는 신형 크루즈의 신규 플랫폼를 비롯해 동급 유일의 R-EPS 스티어링 시스템과 미쉐린 타이어 등으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스포츠카가 아닌 대중적인 준중형 세단에서 그러한 강점들은 소수의 젊은 소비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보다 다채로운 옵션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아반떼의 시장 대응은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크루즈는 다소 현실적이지 못했기에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두 차종은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자료출처 -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