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운전하다 보면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여러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멀쩡하던 차가 말썽을 부릴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만날 수도 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차 때문에 봉변을 당할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미리미리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운전, 방어운전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차근차근 풀어본다.
사고가 났다면 어떤 일보다도 부상자에 대한 응급조치가 가장 먼저다. 사람 목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했고 사람이 다쳤다면 119로 먼저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에, 그 다음 보험사로 알리는 게 좋다. 사고가 경미하고 사고 당사자 간 쉽게 합의가 된다면 경찰 신고는 생략해도 된다. 그러나 사고상황이 미심쩍고 상대편과 의견이 갈릴 때는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유리하다.
대개 사소한 사고는 당사자들끼리 처리키로 하고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후에 서로 얘기가 달라지거나 보상 문제 등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뺑소니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사고상황에 대한 판단이 뒤집어져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때론 어느 한 쪽이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지 말란 법도 없다. 만일 이런 일이 닥쳤을 때 가슴을 치며 내 결백을 주장해도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무조건 보험사와 경찰에 사고접수를 하는 게 뒤탈없이 안전하다. 물론 경찰에 신고하면 안전속도 위반, 전방주시 태만, 신호위반 등의 이유로 딱지를 끊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좋게 합의키로 약속하고 현장을 떠났다가 어느 한 쪽이 마음이 변하면서 일이 꼬이는 예가 잦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신고를 하지 않고 합의키로 했다면 사고현장에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서명을 받아두는 게 현명하다. 명함이나 백지 등에 육하원칙에 따라 사고내용을 적은 뒤 책임 소재 및 피해 보상비용 부담책임을 적어두면 된다. 사고 책임이 명백하고 가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인정할 뿐 아니라 목격자도 확보돼 있는 상황에서 각서를 받았다면 경찰 신고는 미뤄도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보통 상대방 잘못을 부각시키려고 혈안이 되게 마련이다.
어쨌거나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보험사와 경찰에는 신고하는 게 낫다. 사고가 나면 현장에서 서로의 잘잘못을 다투게 마련인데 그럴 필요 없다. 보험은 이럴 때 써먹자고 가입하는 것이다. 잘잘못은 경찰서에서 경찰의 입회 하에 가리는 게 좋다. 물론 그 자리에는 보험회사 직원도 함께 할 수 있다.
사고상황을 보험회사 직원과 경찰에 소상히 말하면 그 것으로 족하다. 그러면 경찰과 보험사 직원들이 사고상황을 분석한 뒤 상호 과실비율을 정하고 그에 따라 책임의 범위를 결정한다.
탤런트 차태현이 어느 보험회사 광고에서 멘트를 날렸다. “나야 모르지. 보험회사가 다 알아서 했으니까” 이 말이 맞는 말이다. 사고 뒷처리는 보험회사에 맡긴다.
하지만 명심할 일은 거의 대부분의 사고가 쌍방과실이라는 사실이다. 잘못의 많고 적음은 있겠지만 어느 한 쪽이 100%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사고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사고가 났을 때 자신의 잘못을 100% 인정할 필요는 없다. 내 잘못이 크고 결정적이기는 했지만 방어운전을 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상대방의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봐야 한다.
사고현장에서 부상자에 대한 조치와 신고가 끝났다면 그 다음 사고 상대방과의 사후조치를 해야 한다. 일단 현장사진을 찍는다. 한 곳에서만 찍지 말고 사방을 돌아가며 여러 각도에서 찍어야 현장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다. 카메라가 없으면 스프레이로 각자의 차 바퀴 위치를 표시한다. 사고차가 두 대라면 모두 8개의 타이어 위치를 표시해야 하는 것.
이 마저도 없으면 사고신고를 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 요즘엔 경찰이 5분 이내에 출동한다니 조금 불편하고, 지나는 차들에 미안하더라도 차분히 기다리는 게 좋다. 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일단 차를 빼버리면 사고현장의 증거가 없어져 나중에 애매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목격자 확보도 중요하다. 목격자의 증언은 사고상황에 대한 결정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잘잘못을 가릴 때도 매우 효과적이다. 목격자는 사고현장에서 확보하는 게 가장 좋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격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든다. 사고 초기에 목격자 여부를 확인하고 목격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알아둔다.
여기까지 했다면 이후의 일은 보험사와 의논하면서 처리하면 된다. 경찰서로 가서 사고조사를 받고 진술서를 써야 할 수도 있으나 종합보험, 즉 대인2와 대물보험 등에 가입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잘못이 있어도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다.
다만 음주운전, 횡단보도 사고, 중앙선 침범, 무면허 사고, 신호위반, 시속 200km 이상 속도위반, 건널목 통행방법 위반, 앞지르기 방법 위반, 보행자 도로 침범사고, 개문발차 사고 등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이른바 10대 중과실 사고에 대해서는 면책되지 않는다. 10대 중과실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속도, 앞지르기, 교차로, 건널목, 횡단보도 등에서 무심하게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사고수습을 마치면 남는 문제가 보험처리 관계다. 부서진 차는 누구 돈으로 고칠 것이며 다친 사람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느냐의 문제다. 수리비가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이걸 보험처리 해 말아...등도 알쏭달쏭하다.
차 수리비와 피해자 치료비는 가해자 보험으로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반면 가해자가 보험에 들지 않았다면 우선 자기 보험으로 처리하면 보험사가 차후에 가해자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차 수리비를 보험으로 쓰고 나면 나중에 보험을 갱신할 때 할증요즘을 물게 된다. 이 때문에 10만~20만원 정도의 수리비는 보험 대신 자기 돈을 들이는 게 낫다고 한다. 이 경우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 딱 잘라 얼마 이상부터 보험처리가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담당 보험직원과 의논한 뒤 결정하는 게 좋다.
무척 애매하긴 하지만 보험 가입 5년 이내라면 40만~50만원 정도까지는 자비로 고치는 게 낫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나이, 성별, 보험가입 연수, 가입조건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교통사고는 안일어나는 게 가장 속편한 일이라는 것. 세상 일이 앞서 쓴 상황대로 정확히만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고가 났어? 1. 부상자 조치하고 2. 신고하고 3. 목격자 찾고 4. 현장에서 합의하고...\' 등등 차근차근 풀리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경황이 없고 당황스러워 알면서도 실수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안전운전과 방어운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험은 반드시 대인1, 2와 대물, 무보험차 상해, 자손, 자차 등을 모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보험료는 그냥 버리는 돈이 아니다. 그야말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오종훈 기자(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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