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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존재감, 전통의 자동차 엠블럼



상징의 시대가 도래했다. 문득 거창해 보이지만 상징성이 지닌 힘은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아이폰을, ‘저금통’은 돼지를 떠올리게 만들듯, 수많은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고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상징적 이미지를 효율적인 수단으로 선택해왔다.


자동차라고 다를 건 없었다. 20세기 초반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자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들은 차량 생산에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지만, 생김새만으로 브랜드를 구분하기엔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에 저마다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상징적 이미지로 엠블럼을 탄생시켰다.


전통의 역사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현재까지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슈퍼카와 럭셔리카 브랜드의 엠블럼들을 소개해본다.



페라리 (Ferrari)

‘도약하는 말’은 페라리의 상징이다. 자동차(엔진)의 힘을 흔히 ‘마력’이라 표현하는데, 페라리의 엠블럼에는 앞발을 치켜들어 도약을 준비하는 야생마의 모습이 담겨있다. 상단에 위치한 적색, 백색, 녹색의 삼색 줄은 엔초 페라리의 모국인 이탈리아를 의미하며, 노란색 바탕은 레이싱 선수였던 그의 팀 연고지인 모데나 지역을 상징한다.


특히 검정 야생마는 1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이탈리아 공군의 전쟁영웅 ‘프란체스코 바라카’ 백작의 전투기에 그려져 있던 것으로, 백작부부는 그 말이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엔초 페라리에게 레이싱 자동차에 붙이기를 권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엔초 페라리는 말 로고를 달고 레이싱 대회에 출전했으며, 이후 본인의 자동차 브랜드 엠블럼에도 사용했다.



람보르기니 (Lamborghini)

람보르기니의 상징은 ‘성난 황소’로, 창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인 황소자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본인만의 노하우로 트랙터 제조업체를 운영했고, 페라리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카를 보유할 만큼 모터스포츠를 열렬히 사랑하는 팬이었다.


그는 페라리보다 빠른 자동차를 모토로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를 설립한다. 특히 엠블럼 속 황소의 머리 방향이 마치 페라리의 엠블럼 속 말을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보여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람보르기니는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야르도, 무르시엘라고, 우라칸 등 유명한 투우 황소의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가티 (Bugatti)

알파벳 ‘E’와 ‘B’가 합쳐진 부가티의 엠블럼은 창립자 에토레 부가티의 이니셜을 딴 글자다. 이니셜을 둘러싼 테두리, 타원을 이루는 60개의 점들은 조개 속의 진주 또는 안전한 철조망을 나타내는데, 아름다움과 안전성을 모두 내포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 출생의 에토레 부가티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보석 설계 디자이너였던 아버지가 산업혁명 말기에 증기기관 삼륜 자동차를 생산해 많은 돈을 벌게 되자, 그 역시 부가티 오토모빌을 설립해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경제 대공황 발생에 이은 에토레 부가티의 사망과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공장 폭발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1988년 폭스바겐 그룹이 부가티를 인수해 현재는 슈퍼카를 넘어선 하이퍼카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벤틀리 (Bentley)

알파벳 ‘B’와 ‘날개’는 벤틀리의 상징이다. ‘B’는 벤틀리모터스 설립자 형제의 이니셜이며, 매에서 영감을 얻은 날개에는 용맹하고 빠르게 세계무대로 나아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벤틀리는 자동차의 종류에 따라 날개의 깃털 수를 다르게 적용하고 좌우 역시 비대칭을 추구하는데, 이유는 비대칭이 눈에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월터 오웬 벤틀리와 그의 형 호레이스 밀러 벤틀리는 프랑스의 한 자동차 회사 차량을 수입해 판매를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그들은 자동차 대신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게 되는데, 거듭된 호평에 곧바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1919년 첫 번째 모델 ‘3리터’를 출시한다. 이후 경영난으로 수차례 매각됐지만 1970년대에 비커스를 만나 고급 세단 ‘뮬산’을 출시해 다시 한 번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으며, 세계 3대 명차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마세라티 (Maserati)

‘삼지창’은 마세라티의 상징이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표현한 것으로, 설립자인 마세라티 형제들의 본고장인 볼로냐 지역은 포세이돈 신을 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지창은 용기와 힘을 의미하며, 마세라티 형제들 중 유일하게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마리오 마세라티가 디자인했다.


마세라티 가문은 5형제로, 경주용 자동차 엔진 회사에 입사한 첫째 카를로 마세라티를 중심으로 나머지 형제들 또한 자연스레 자동차에 업계에 종사하게 된다. 카를로가 사망하자 남은 형제들은 자동차 납품회사를 설립하는데, 1922년 자신들이 만든 경주용 차량이 스피드 레이싱 경주대회에서 우승하자 1926년에는 첫 자체 제작 자동차인 ‘티포26’을 출시한다. 이후 그들은 성공가도를 달렸으며, 마세라티는 현재까지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럭셔리카 브랜드로써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롤스로이스 (Rolls-Royce)

롤스로이스의 경우에는 본래의 엠블럼보다 ‘환희의 여신상’이 상징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이는 귀족 출신의 에드워드 몬테규와 그의 비서인 엘리노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몬테규와 엘리노어는 신분차이로 인해 끝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했고, 이후 엘리노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몬테규는 절친한 친구이자 조각가인 사이크스에게 그녀의 모습이 담긴 엠블럼을 제작해줄 것을 부탁한다. 일명 '플라잉 레이디'라 알려진 이 엠블럼은 1911년 2월 실버고스트 차량에 처음으로 부착했다.


몬테규는 이 엠블럼을 부착한 자동차를 ‘스피릿 오브 스피드’라고 불렀으며, 엠블럼이 점차 유명해지자 사이크스에게 롤스로이스만의 엠블럼을 만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사이크스는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에서 영감을 얻어 엠블럼을 제작했고, 이것이 환희의 여신상의 기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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