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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애잔하고 쓸쓸한 메밀꽃 필 무렵

산허리가 온통 메밀밭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메밀꽃 필 무렵이다.

메밀꽃…. 왠지 애잔하고 쓸쓸한 느낌이 앞서는 것은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떠올려서일 게다. 강원도 평창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곳.

*가산 이효석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떨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 맘 때 봉평을 찾아가면 가산이 묘사한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객주집 토방을 나와 개울가를 찾았던 허생원이 봉평서 제일가는 미색인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던 물방앗간이며, 메밀밭에 둘러싸인 그의 생가와 함께 달빛이 흐뭇한 보름밤이면 금방이라도 허생원의 나귀가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울리며 나타날 것만 같다.

해마다 메밀꽃 필 무렵이면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도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9월5일부터 9월14일까지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가산은 1907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서 태어나 평창초등학교, 경성고보,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마쳤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서 ‘봄’이 선외가작으로 뽑히기도 했고, ‘도시와 유령’(1928)으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고향 평창에서 많은 작품을 썼던 그는 1940년 사랑하던 아내를 여의고 어린 자식마저 잃은 뒤 실의에 빠져 만주 등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그도 뇌막염으로 병석에 눕게 되고 2년여간 투병하다가 1942년, 36세로 요절하여 고향에 묻혔다.

그는 처음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출발한 뒤 자연적인 모든 사물을 예찬하는 서정적인 문학으로 경향을 바꿨다. 짧은 생애동안 ‘메밀꽃 필 무렵’ 외에도 ‘향수’‘낙엽기’‘산정’‘황제’ 등 많은 단편과 함께 ‘벽공무한’‘화분’ 등의 장편소설, 희곡 ‘역사’도 발표했다.

*메밀꽃 축제
9월2일부터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는 때맞춰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평창으로 가는 길목인, 영동고속도로 영동1터널을 얼마쯤 지난 지점인 진조리 태기산 전망대에는 가산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80년 가을 재경강원문우회 발기로 세운 가산문학비 앞면에는 유진오의 글씨로 ‘가산 이효석 문학비’가, 뒷면에는 ‘허공을 지나는 구름이어, 옷깃을 스쳐가는 바람 긴 여로에 길손이어, 잠시 이곳에 발을 멈추고 저 하늘과 이 땅 사이에 찬란하게 피워올려 꺼질 수 없는 민족문학의 등대를 세운 가산 이효석을 기념하는 문학비 앞에서 잠시나마 생각하는 촛불이 되어지라...(생략)’는 시인 황금찬의 글이 새겨져 있다.

봉평면 창동리에는 가산의 문학적 체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객주집 토방을 나와 개울가를 찾았던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던 물방앗간이며, 메밀밭에 둘러싸인 그의 생가와 함께 달빛이 흐뭇한 보름밤이면 금방이라도 허생원의 나귀가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울리며 나타날 것만 같다.

용평면 장평리 3거리에서 300m쯤 가면 가산의 무덤이 있었으나 98년 후손들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으로 이장했다.


*맛있는 집
봉평읍 농협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는 진미식당(033-335-0242)은 16년째 메밀막국수를 만들고 있는 소문난 집. 허름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건 진미식당만이 선보이는 메밀육수 때문. 사골을 푹 곤 진한 육수는 오후 늦게 찾아갈수록 진국을 맛볼 수 있다. 쌉싸름한 첫맛과 달리 뒷맛은 구수하고 달짝지근하다.

메밀국수의 면발은 100% 메밀로 만든 것보다 밀가루를 적당량(30%) 섞은 게 오히려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순메밀로 만든 면발은 끈기가 없고 텁텁하다. 그러나 손님의 기호에 따라 순메밀 면발을 원하거나 섞은 메밀 면발을 원하는 경우 주문 시 미리 주인에게 말하면 된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면온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우회전해 지방도 408번을 타고 보광 피닉스파크와 봉평 방면으로 달린다. 3km를 가면 왼쪽으로 피닉스파크가 보인다. 그 곳에서 다시 3km 더 가면 국도 6번과 만난다.이 도로를 타고 우회전(이정표 있음)해 6.5km 가면 봉평읍이다.

장평 인터체인지를 이용할 경우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국도 6번을 타고 봉평읍으로 들어간다. 봉평중고등학교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물방앗간과 생가가 차례로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평창, 영월쪽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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