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중에 '에프엠(FM)\'이란 말이 있다. FM은 Field Manual(야전교범)의 이니셜로 '배운대로 하라\'고 강조하거나, 대부분 대충대충 넘어가는 규정을 꼼꼼하게 지키려는 이를 빗대는 의미로 쓰인다. 그만큼 실제 상황에선 교범의 규정대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반영하는 말이다.
이는 사회생활이나 회사운영에서도 마찬가지. 규정과 원칙을 정확하게 지키려는 이는 융통성이 없는 답답한 사람, 업무경험이 적은 무능력자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회경력이 쌓일수록 각종 편법과 불의에 익숙해지는 게 현실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종합(1급)정비업체 '도곡자동차공업사\'의 김태원(42) 사장. 그는 정비업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FM식 경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 주목을 끄는 인물이다. 도곡공업사에선 모든 작업과정이 정비지침서대로 진행된다. 적당히 처리하면 서너 시간만에 끝낼 수도 있는 사소한 판금·도장 작업도 2~3일을 끈다. 고객이 아무리 조기 출고를 요구해도 페인트를 완전하게 건조시켜 열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정비요금도 다른 곳보다 비싸지만 절대 깎아주는 법이 없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협력업체인 이 업체는 모든 작업공임을 르노삼성 직영 애프터서비스센터와 똑같이 적용한다. 본사의 작업규정대로 처리하고 작업품질도 국내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10명의 정비기술자 전원을 일반 정비공장의 반장금 인력으로 채웠고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사고차를 유치해주는 댓가로 견인차주에게 주는 '통값\' 등은 도곡공업사에선 다른 세상 얘기다.
김 사장이 경영난에 시달리던 현재의 업체를 인수한 것은 지난 99년 10월. 이같은 FM식 경영으로 초기에는 고객과 마찰도 있었지만 1년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뤘고 작업물량이 넘쳐 지난해 2월에는 분당에 800평 규모의 '남서울모터스\'를 열어 사업을 확장했다.
김 사장이 'FM 경영자\'가 된 배경에는 '명교관\'으로 명성을 높인 그의 남다른 경력이 있다. 인천기계공고를 졸업하고 6년 간의 군생활을 마친 뒤 뒤늦게 진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역 앞 대학입시학원을 다녔다. 한번의 대입 실패 후 그의 눈에 띤 것은 입시학원 부근의 한국정비학원. 자동차를 좋아했던 그는 즉시 한국학원에 등록해 1년만에 정비기능사 1·2급, 검사기능사1·2급 등 7개 차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한국학원의 강사로 채용된 그는 8년간 전자제어시스템, 자동변속기 등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강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95년 자동차사업을 준비하던 삼성그룹 21세기기획단에 스카웃됐다. 삼성에서도 일본 닛산을 오가며 정비교육 교재를 만들고 전 임직원 교육을 맡다가 99년 당시 '빅딜파동\' 과정에서 명예퇴직해 사업의 길에 들어섰다.
“정비업체 운영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강의한 대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지요. 정비업계의 특성상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 적도 많았지만 결국엔 원칙을 지키는 자가 이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 사장은 앞으로의 삶도 정비업체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실공히 국내 정비업체의 표준으로 삼을 만한 업체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도곡공업사 02-5757-666)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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