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이다. 전국이 단풍인파로 난리다. 이 곳의 고요와 적막함은 그래서 딴 세상 같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의 방아다리약수터를 찾아가는 초행길의 사람들은 자꾸 지도를 확인하게 된다. 인적 드문 산중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면서 \'이거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할 때쯤 정갈한 전나무숲을 만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하늘을 가린 빽빽한 전나무숲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거진 단풍숲 속에 그린 듯이 자리잡은 운치 넘치는 건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로 방아다리약수가 있는 산장이다.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정도로 주변이 고요하다.
그 곳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소리\'가 살아 있다. \"투둑 투둑\" 아궁이의 불티소리, 바람결에 사그락거리는 낙엽이며 늦도록 잠못 드는 어린 산새의 울음소리, 심란한 바람은 밤새 애닯게 문을 흔들어댄다. 그 때문일까, 방아다리약수의 단풍은 유난히 붉다. 적막함과 고독에 지치고 지친듯.
조선 숙종 때 발견된 방아다리약수는 철분,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불소 등 30여종의 무기질이 함유돼 위장병, 피부병, 신경통에 효험이 큰 명천이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오래 전 경상도 태생의 이 씨 노인이 신병으로 고생하다가 각처의 유명한 의원을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약을 썼지만 아무 효험이 없어 거의 삶을 포기하게 됐다. 그러다가 이 곳에 이르러 아늑한 나무 밑에 잠자리를 정하고 잠을 잤는데 꿈에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가 나타나 말하기를“어인 사람인데 이 산중에서 노숙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노인은 꿈 속이었지만 이 분이 틀임없이 산신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노인께서 제 인생을 가련하게 생각하시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 있는 곳을 가르쳐주시오”라고 간청했더니 “그러면 네가 누워 있는 자리를 파보아라”하며 사라졌다.
이 씨 노인은 소스라쳐 깨어나 있는 힘을 다해 땅을 파헤치니 지하에서 맑은 물이 솟아올랐다. 약초를 기대했던 터에 실망은 하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을 퍼마셨더니 정신이 맑아지고 원기가 소생했다. 며칠을 머무르면서 이 물을 마셨더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방아다리약수는 87년 6월 \'한국의 명수\'로 지정됐다.
약수와 함께 이 곳의 또 다른 명물은 우거진 삼림이다. 조림왕 김익로 씨가 전나무 100만그루를 비롯해 주변 250만평에 잣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 박달나무, 주목 등 70여종의 나무를 심어 삼림을 조성했다.
이 일대의 계방산(1,577m)은 태백산맥의 한 줄기로 동쪽으로 오대산을 바라보고 우뚝 서 있으며 한라, 지리, 설악, 덕유산에 이은 남한 제 5위봉이다. 차가 다니는 고개인 운두령(해발 1,089m)이 산자락을 휘감고 있으며, 각종 약초와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으로, 특히 산삼이 유명해 사철 심마니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또 이 산에는 회귀목인 주목, 철쭉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으며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된 곳이다.
하늘을 가린 숲 속에 파묻혀 삼림욕을 하고 톡 쏘는 약수를 마시며 며칠 머물면 도심에 찌든 심신이 새롭게 소생하는 듯하다.
*맛있는 집, 소문난 집
맛집을 찾아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방아다리약수터에 있는 약수산장 (033-335-7480)은 식당과 여관을 겸하고 있다. 뜨내기손님을 상대로 한, 현지에 있는 그렇고 그런 음식점으로 이 곳을 생각해선 안된다. 약수로 담근 된장과 이 곳 특산인 산채로 요리한 된장백반이 맛깔나다. 특히 약수로 지은 영양돌솥밥에는 20여가지의 맛깔스런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온다. 직접 담근 동동주에 감자전까지 곁들이면 최고의 만찬이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진부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6번 국도를 타고 좌회전해 오대산 방향으로 향한다. 1.8km 가량 가다가 8번 군도 분기점(약수터 진입로)에서 군도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약 9km를 달리면 두일리-척천리 민박마을-방아다리-1.2km-방아다리 약수 입구에 이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직행버스를 탄다. 군내버스로 약수터 입구까지 갈 수 있다. 진부-방아다리 약수 시내버스(1일 5회 운행/ 30분 소요).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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