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유와 경유의 정유사간 제품교환이 휘발유와는 달리 거의 완제품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상표표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데다 판매가격도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SK(주)의 생산시설이 울산에 위치해 있고, LG정유가 전남 여수, 현대오일뱅크가 충남 대산에 자리잡고 있는 등 영,호남과 충청권에 분산 위치해 있는 탓에 상호 제품 교환으로 상당한 물류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유소와 석유수입업계는 "제품교환으로 정유사 개별 생산제품의 품질차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도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주유소에만 상표표시의무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석유수출입협회는 "경쟁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을 그대로 자사 주유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등 정유사의 제품교환은 소비자 기만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정작 계열 주유소에는 상표사용계약을 이유로 수직계열화된 공급체계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박논리로 정유업계에서는 "제품교환은 반제품 형태로 이뤄지며 최종 판매 이전에 각사 고유의 차별화된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혼합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휘발유의 경우 대다수의 정유사들이 연비향상이나 청정기능 등 다양한 목적의 첨가제를 혼합해 고유의 브랜드를 내걸고 있고, 심지어 경쟁회사 제품의 계열 주유소 유입을 방지하겠다며 식별제도 첨가하고 있다.
문제는 휘발유와는 달리 정유사별 품질 차별성이 거의 없는 등유와 경유의 제품교환에 있다.
지난해 정유사들이 제품교환한 휘발유와 등유, 경유, B-C 등의 석유제품은 총 9,700만배럴에 달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 해당유종의 내수판매물량인 3억4,800여만배럴 중 약 27.9%가 제품교환된 셈이다.
이 중 등유와 경유의 제품교환물량은 각각 1,797만배럴과 3,919만배럴로 해당 유종의 내수판매량 중 32.9%와 31.2%에 달했다.
올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9월까지 정유사들은 총 5,700만배럴의 석유제품을 교환 판매했고, 이 중 등유와 경유가 각각 953만배럴과 2,500만배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유사 내수판매물량의 28.7%와 25.7%에 해당하는 등유와 경유가 상호 교환돼 계열 주유소에 공급됐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등유나 경유에는 별다른 첨가제나 성능 강화 보조제가 추가 투입되지 않아 사실상 완제품상태로 맞교환되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한편 정유사들이 제품교환으로 거둔 물류비 절감분이 소비자판매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품질이 대동소이한 등유나 경유가 제품교환을 통해 어느 정유사로 유입되는냐에 따라 판매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입협회의 김철완 국장은 "정유사들이 내세우는 제품교환의 명분은 물류비 절감분만큼 판매가격을 인하시켜 소비자들에게 그 효과를 전달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시장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석유공사가 집계한 이달초 정유사별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LG정유의 실내등유판매가격이 리터당 650원으로 가장 비쌌고 SK가 648원, 현대오일뱅크는 637원을 기록하며 회사별로 최고 13원의 편차가 발생했다.
경유는 SK와 LG정유가 각각 796원으로 가장 높았고, 현대오일뱅크가 780원을 기록해 최고가격과 최저가격간에 16원정도가 차이 났다.
반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제품교환을 하지 않아 물류비용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에쓰-오일은 등유와 경유의 주유소 평균판매가격이 리터당 각각 636원과 780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경쟁 정유사들에 비해 낮게 형성됐다.
이에 대해 한 선발 정유사 관계자는 "소비자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제공과 보너스카드를 포함한 각종 마케팅지원 등에 소요되는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며 정유사별로 차등화된 판매가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 역시 "실제 석유제품을 생산한 주체가 누구인가와는 무관하게 정유사들이 계열 주유소에 공급한 제품에 대한 품질과 각종 고객마케팅을 책임져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상표표시의 본질인만큼 제품교환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출입협회는 "정유사간 제품교환은 상표표시제도의 취지에 위배되며 소비자선택권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국회와 산자부, 공정위 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시정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해묵은 상표표시논란이 또다시 유통업계의 주요 화두로 부상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신 기자(석유가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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