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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토속신앙의 성지 태백산도립공원






늦가을 정취는 진한 커피향처럼 깊고 그윽하다. 붉디붉은 낙엽의 유혹에 가슴이 설레는 시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늦가을 한껏 멋부린 나무의 매무새가 요염하기까지 하다. 어느새 낙엽이 지고 억새가 곱게 피어오를 즈음, 민족의 정기가 살아 숨쉬는 태백산으로 가을산행을 떠났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
태백산이 우수수 낙엽을 떨군다. 만추의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며 늦가을 산행하기에는 이 곳이 안성맞춤이다. 암벽이 적고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알록달록한 아기자기함보다는 남성다운 중후한 웅장함과 포용력이 느껴지는 산이기도 하다. 또한 태백산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국토의 종산이다. 산 정상에는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도 불린다.

▲등반코스
가을산은 해가 일찍 지고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 되도록 너무 늦게 하산하지 않도록 한다. 태백산에 오르는 코스는 대개 2시간을 전후로 한다. 등산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유일사 코스는 유일사 입구-유일사-장군봉-천제단(4km/2시간 소요)에 이르며, 백단사 코스는 백단사 입구-반재-망경사-천제단(4km/2시간)에 닿는다. 마지막으로 당골코스는 당골광장-반재-망경사-천제단(4.4km/2시간30분)으로 오르는 길이다. 일반적으로 당골코스를 많이 택하나 오늘 산행은 이 맘 때 산을 지키는 산지기, 주목들의 군락지가 유명한 유일사코스로 정했다.

▲단풍이 훑고 지나간 태백산의 쓸쓸한 여운
비록 산행이 서투른 이 사람도 이 맘 때가 되면 저절로 발길이 산으로 향한다. 산행을 즐기기엔 늦가을만큼 좋은 때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태백산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하다. 깊어가는 가을에 흠뻑 빠져 옛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홀로 산을 오르는 이들도 기꺼이 서로의 길동무가 돼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

한발한발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태산의 기운이 발길을 재촉하고 어느새 산의 중턱인 유일사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 천제단까지는 주목군락지다. 태백산 주목은 죽은 가지 사이로 짙푸른 싱싱한 가지가 소생돼 자라 그 모양이 예술적 형상처럼 신비롭고 다양하다. 이러한 타고난 생명력에 오랜 산사람들 역시 감탄사를 아끼지 않는다. 겨울이 되면 이 푸른 잎새로 얼음이 대롱대롱 매달려 햇빛에 반짝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 겨울 산행객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크고 작은 바위를 디디며 주목 사이로 오르는 산행이 어느새 장군봉 정상이다. 이 곳에 민간인이 주로 이용하는 제례장소인 장군단이 있고, 장군봉에서 천제단까지는 거칠 게 없다.

드디어 태백산 정상이다. 단군제를 지낸 천제단이 있고, 사방은 오직 거대한 봉우리들뿐이다. 바람은 미끈한 능선을 따라 몰아 온 향을 한꺼번에 풀어 놓는다. 깊은 숨을 들이키자 진한 소나무향이 가슴을 파고든다. 손나팔을 만들어 크게 소리지르며 오랜 시름을 토해 버렸다.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새가 돼 저 아름다운 능선 위로 날아 오르는 상상을 하면서….

▲주변 볼거리
태백의 또 다른 볼거리라고 하면 바로 전국 최고지대의 동굴 용연동굴을 들 수 있다. 주차장에서 용연동굴까지 1km 정도 되는데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 산책로로는 그만이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해 동굴 입구까지 용연열차를 운행한다.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동굴 중앙에는 아름다운 분수가 있어 둥굴 속에서 환상적인 ‘분수쇼’를 감상할 수 있다. 동굴 내부를 도는 데는 40분 정도 걸린다.

그 밖에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 황지연못, 태백 석탄박물관, 검룡소, 고생대의 탐험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구문소 등이 있다.

▲먹거리
태백산 한우는 해발 650m 이상의 고지대에서 맑고 청정한 공기와 물을 먹고 자라므로 육질이 뛰어나며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숯불에 구워 먹는 생등심의 맛이 독특하다. 인심도 후해 2인분이면 두 사람이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다. 태백시청 부근 태성실비식당을 추천할 만하다. (033-552-5287)

최정희(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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