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의 동북쪽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동학사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겨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주변에 여러 볼거리가 있기도 해서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리한 교통이 한 몫 단단히 하기 때문이다. 또 계룡산의 여러 관광지를 찾아가는 길은 대개 동학사에서 시작되고,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이 이 곳을 중심으로 모여 있어서다.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4)에 상원조사가 암자를 지었던 곳에 회의화상이 절을 창건해 상원사라 이름했고, 고려 태조 4년(921)에 도선국사가 중건하고 태조의 원당을 삼았다. 936년 신라가 망하자 대승관이었던 유차달이 이 곳에 와서 신라의 시조와 박제상을 제사하기 위해 절을 짓고 사찰을 확장한 뒤 이름도 동학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절의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동학사(東鶴寺)라 불리었다는 설과 고려의 충신이자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조종인 정몽주를 이 절에 제향했으므로 동학사(東學寺)라 하였다는 설도 있다.
경북 청도에 있는 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수련도량으로 손꼽히는 동학사는 이른 새벽 비구니의 청아한 독경소리와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선경에 온 듯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석탑, 문화재 자료 제57호인 삼성각, 숙모전, 동계사, 삼은각 등이 있다.
잎새를 다 떨군 나무들이 몸을 떨고 선 이 맘 때 동학사를 찾으면, 언젠가 교과서에서 배운 이상보 선생의 명수필 <갑사로 가는 길>이 떠오른다.
\'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丹粧)한 콘크리트 사찰(寺刹)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觀光)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境內)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이렇게 시작하는 수필은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갑사로 가는 길에 대한 묘사다. 남매탑은 동학사 들목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어 5리 정도 가야 한다. 삼불봉 바로 아래 계명정사가 있고 그 곁에 남매탑으로 불리는 5층과 7층의 석탑 두 채가 나란히 서 있다.
전설에 따르면 그 근처에 있는 토굴에서 도를 닦던 백제의 한 왕족이 어느 겨울밤에 비녀가 목에 걸려 죽어가는 호랑이를 살려주자 그 보답으로 한 여자를 물어다 놓고 사라졌다. 그는 여자를 극진히 간호해 살려 놓고 사연을 들으니 경상도 상주에 산다는 그 여자는 혼례를 치르고 신방에 들기 직전 호랑이에 물려 왔다고 한다.
왕족은 이튿날 데려다주려 했으나 밤새 눈이 많이 내려 하는 수없이 여인과 함께 겨울을 나게 됐다. 젊은 남녀가 토굴 안에서 아무 일없이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밤마다 끓어오르는 욕정을 좌선과 염불로 달래어 아무 일 없이 겨울을 넘겼다.
이듬해 봄 여자를 고향집에 데려다줬으나 그 여자는 곧 다시 되돌아와 그의 불제자가 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의남매가 되어 부지런히 도를 닦아 훌륭한 스님이 되어 입적했고, 뒤에 그 제자들이 그들의 불심을 기려 나란히 탑을 세웠으니 이를 남매탑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전설과 달리 5층 석탑은 백제시대에, 7층 석탑은 훨씬 뒤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돼 전설과 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보 선생의 수필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탑에 얽힌 남매(男妹)의 지순(至純)한 사랑도 끝이 없어, 탑신(塔身)에 손을 얹으니 천 년 뒤에 오히려 뜨거운 열기(熱氣)가 스며드는구나!…(중략)…하나,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지려 하고 땀도 가신지 오래여서, 다시 산허리를 타고 갑사로 내려가는 길에, 눈은 한결같이 내리고 있다.\'
글의 묘미를 음미해가며 초겨울,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갑사로 가는 길을 한 번 찾아보자.
*드라이브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남공주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공주 → 32번 국도 → 박정자 3거리 → 동학사에 이른다. 혹은 호남고속도로 유성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공주 방면 32번 국도를 타고 박정자 3거리-동학사에 이른다.
*맛있는 집
동학사 관광지구에 음식점이 즐비하다. 대부분 계룡산에서 채취한 더덕을 비롯해 각종 산나물로 꾸며진 산채정식을 비롯해 동동주, 멧돼지 양념구이 등을 선보인다.
공주시내로 나가면 새이학가든(041-855-7080)이 손맛을 자랑한다. 1954년부터 이학식당을 지켜 온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전수해 새이학가든을 열었다. 공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국밥이 얼큰하고 담백하다.
옛날 어씨네집(041-852-7340)은 장어구이, 자연산 참게매운탕, 메기매운탕, 새우매운탕을 선보인다. 금강변에 살던 조상들이 장어를 가정에서 즐겨 구워 먹던 것을 개발, 조리해 선보인다. 동학사에서 약 10㎞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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