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긴 회랑을 지나 만나는 백제 고도 부여는 겨울나그네의 발길을 끝없이 잡는다. 온갖 정한이 깃든 부소산성과 궁남지, 쓸쓸함과 적막함이 가슴 저미는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이며 박물관 앞뜰에 뒹구는 깨어진 와당 한 조각에도 잃어버린 왕국, 백제의 따뜻한 체온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부여를 처음 찾는 이들은 초라한(?) 첫 인상에 우선 실망을 한다. 아니, 한 왕조를 호령했던 그 옛날의 영화는 어디에 남아 있단 말인가. 올망졸망한 건물들이 어깨를 맞댄 그 곳에는 어디에도 ‘백제 향기’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제의 그 기구한 운명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오늘 부여의 쓸쓸하고 어설픈 표정에 이해가 가리라. 신라는 경주 한 곳에서 1,000년의 영화를 누렸지만 백제는 고구려에 쫓겨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다. 그나마 122년동안 백제문화를 꽃피웠던 부여는 신라와 당나라의 침입에 철저히 파괴됐고 잃어버린 왕국으로 1,500년동안 잊혀져 내려 왔다.

그 역사를 떠올리며 애정 어린 눈길로 찬찬히 돌아보는 부여에는 곳곳에 부드럽고 온유한 백제문화의 흔적이 숨쉬고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다감한 눈빛으로 부여를 되돌아보자. 부여는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문화유적지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우선 부여시내에 흩어진 문화유적지를 돌아보고 부소산성을 여유있게 찾는 것이 좋다.
9,500평이라는 드넓은 정림사지에는 5층석탑과 석불좌상이 덩그러니 솟아 있을 뿐 절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넓은 절터로 미뤄 보아 그 규모가 웅장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국보 제98호로 지정된 정림사지 5층석탑은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백제미의 상징적 유물이다. 높이 8.33m이고 149매의 잘 다듬은 화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목조탑 축조 양식을 계승한 걸작품이다.
정림사지 석불좌상은 고려시대 정림사를 중건하면서 새롭게 조성한 불상이다. 이 석불좌상 좌대의 윗부분은 위로 치켜든 연꽃이, 중간에는 팔각간석마다 안상이, 아래부분은 겹연꽃 무늬가 아래로 중첩되게 새겨진 뛰어난 작품이다.

궁남지는 무왕 35년에 만들어진 궁궐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20리 밖에서 물을 끌어들여 정원을 만들었다. 왕과 신하들이 주연을 베풀었던 그 영화는 이제 찾을 길 없고 궁남지에는 적막감이 맴돈다.
부여의 대표적인 명소인 부소산성은 백제의 마지막을 지켰던 중심 산성이다. 그 유명한 낙화암과 고란사를 비롯해 삼충사, 반월루, 군창터, 영일루, 사자루 등 역사와 사연이 깃든 유적이 흩어져 있다. 사자루에서 백마강으로 내려가는 길에 울퉁불퉁한 암벽과 그 위에 정자 하나가 솟아 있다. 바로 낙화암과 백화정이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무너지자 삼천 궁녀가 이 곳에서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
낙화암에서 가파른 산기슭을 따라 내려가면 백마강가에 서 있는 작은 절 고란사.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라는 대중가요로 나이 지긋한 이들에게 추억어린 곳으로 절 뒤쪽에 있는 고란초와 약수도 유명하다.

*맛집
부여의 소문난 맛집들은 대부분 백마강가에 모여 있다. 백마강에서 잡아올린 민물고기 매운탕과 장어구이가 주 메뉴. 산장식당(041-835-3039)도 그 중 한 곳. 깔끔한 한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정림사지 앞에 있는 개성식당(041-835-2103)을 찾도록. 40년 넘게 한자리에서 터잡고 손맛을 지켜 오는 맛집이다. 개성이 고향인 주인이 깔끔하고 담백한 개성의 음식맛을 되살리고 있다. 금방 지은 듯한 고슬고슬한 밥에, 담백하고 구수한 된장찌개에 조기구이, 게장, 새우, 나물, 편육, 조림 등 입맛에 맞는 맛깔스런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다.
*교통편
서울 남부터미널, 대전, 전주, 청주, 예산, 장항, 대천 등지에서 부여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천안 JCT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고 서논산IC에서 빠져 국도 4번을 타고 부여시내로 들어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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