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분정비업계에 불황의 찬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서울 장안동을 비롯한 주요 부분정비업소 밀집지역 업주들에 따르면 1년여 전부터 매출액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다가 올해 들어선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까지 급감하고 있다. 업소를 임대해 운영하는 곳은 임대료와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향후 경기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소를 매물로 내놓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비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동대문 장안동의 D업소. 지난 20여년간 이 지역에서 영업하며 많은 단골고객을 확보, 다른 업소의 부러움을 샀던 곳이다. 그러나 소비심리가 얼면서 요즘엔 하루 평균 서너대도 업소를 찾지 않는다. 그나마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품 교환 등 단순작업이 대부분이어서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기습한파에 따른 \'반짝수요\'로 일거리가 늘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오히려 추위가 풀리는 게 이 업소의 걱정이다.
D업소 업주는 “고가의 임대료와 인건비 때문에 문을 열어 놓을수록 적자 폭이 커져 휴업이나 전업을 원하는 업주가 늘고 있지만 시설 등 투자비 회수가 여의치 않아 그마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가 되살아날 때만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후미진 곳의 업소는 고장차가 아예 한대도 들어오지 않는 '공치는 날\'도 적지 않아 '셔터맨\'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 신도림동의 목 좋은 곳에 자리잡은 P업소. 약 20평의 면적에 업주를 포함해 2명의 정비사가 일하면서 월임대료 200만원을 내는 이 업소는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월평균 2,500만원의 매출을 올려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액이 1,000만원대로 뚝 떨어져 요즘에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업소는 카오디오, 연료절감기 등 관련제품 판매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업소 업주는 “대부분 운전자들이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5,000㎞에서 1만㎞ 정도로 늘리고 브레이크 패드 등 주요 부품도 이상이 생기기 전에는 정비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예방정비는 커녕 교환주기가 다 된 부품조차 바꾸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곳보다 경제사정이 좋다는 강남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 자동차메이커 협력업체인 방배동의 한 업소는 보증수리와 긴급출동, 4거리에 자리잡고 있다는 좋은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정비는 물론 용품판매와 세차 등으로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이 업소도 요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일반정비 고객의 발길이 준 데다 하루 평균 20대 이상이던 세차고객도 인근 주유소의 무료 자동세차서비스로 몰리고 있다.
현대 그린서비스, 기아 카클리닉 등 자동메이커의 협력정비업소 등은 보증수리나 긴급출동 서비스로 어려움은 덜한 편이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높은 일반수리 매출은 작년보다 평균 30% 이상 감소했다. 1~2년 전부터 조짐을 보인 부분정비업계의 불황은 이제 업계 전반적인 현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최근의 불황의 직접적인 이유를 우선 전체 경기불황 우려로 소비심리가 냉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장날 때까지 무조건 버티고 보자는 운전자들의 지나친 절약정신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시작된 자동차메이커의 보증수리기간 연장 경쟁 등 애프터서비스 강화, 정유 및 보험업계의 자사 고객에 대한 정비서비스 확대 등도 업소 매출에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소규모 경정비업소 수가 지나치게 많아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 데다 카센터는 바가지 씌우는 곳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자동차메이커 등 대기업 계열의 정비업소를 선호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은 상당기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얘기다. 부분정비업주들은 끝이 보이지 않은 불황터널을 거치며 상당수 업소가 도태되는 등 구조조정의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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