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들판. 수평선이 아닌 지평선이 보이는 곳. 전북 김제평야의 그 너른 들판을 달려가면, 평야 끝 해변 얕은 벼랑 위에 작은 산사 망해사에 이른다.
망해사(望海寺)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안고 있다. 진봉산 고개 넘어 깎아 놓은 듯한 기암괴석의 벼랑 위에 망망대해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다.
망해사가 품고 있는 그 바다를 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물이 빠져 나간 시커먼 갯벌은 속으로만 타들어간 애닯은 이의 가슴같아서 서럽고, 물이 차오른 만조 때는 떨어지는 노을빛이 너무 고와 절로 서럽다.
망해사는 오랜 역사에 어울리지 않게 절 자체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백제 의자왕 2년(642년) 부설거사가 이 곳에 와 사찰을 지어 수도했고, 당나라 승려 중도법사가 중창, 조선조 인조 때 진묵대사가 1589년 낙서전(문화재자료 128호)을 증건하고, 1933년 김정희 화상이 보광전과 칠성각을 건축하고 중수했다 한다.
대웅전은 몇 해 전 신축됐고, 대부분 건물들 또한 옛모습은 찾아볼 길이 없다. 주지승이 거처하는 낙서전만이 옛모습을 조금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망해사의 제일 가는 풍경은 황혼 무렵의 낙조. 아름다운 낙조를 보려면 망해사 뒷산 전망대로 올라가야 한다. 북으로 군산반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군산시의 모습도 아스라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고군산열도가 아련히 떠 있고, 황혼 무렵 총총히 심포항 포구로 돌아오는 고깃배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정겹고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노을에 취한 눈길을 주변으로 돌려 보면 전망대 바로 옆에 이름없는 무덤 하나가 외롭게 스러지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저렇듯 바다를 안고 누웠는지 나그네의 마음은 더욱 심란해진다.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망해사 산책로를 따라 망해대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평야와 심포항을 구경하고 1km 산책 후 방파제 언덕에 닿으면 새로이 조성된 대형 횟집단지가 기다린다.
*맛집
망해사에서 나와 심포리로 가면 작은 포구 주변으로 20여곳의 횟집이 형성돼 있다. 그 중 신선횟집(063-543-6557)은 20여년 전부터 심포항을 지켜 온 터줏대감. 이 지역 특산물인 백합과 죽합, 꽃게 등과 함께 대하, 오도리, 각종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자연산 백합은 바다에서 나는 최고의 고단백질 식품. 강과 바다가 만나며 갯벌이 발달한 곳에 주로 산다. 상큼하고 향기로운 백합회는 큰 것보다 중간 크기의 것이 오히려 맛있다. 백합회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은박지로 백합을 싸서 구운 백합구이를 즐겨 찾는다. 백합 안에 찹쌀가루와 계란 등 갖은 양념을 넣어 굽거나 쪄먹는 경우도 있다. 갖은 야채와 다진 백합, 계란을 넣고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춘 백합죽은 구수하고 은은한 맛이 그만이다.
그 밖에도 길쭉길쭉하게 생긴 모양이 대나무같은 죽합과 대하, 꽃게 등의 회와 찌개, 구이, 찜, 전 등은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별미들이다. 그런데 죽합은 사리 때와 음력 보름 때만 잡히므로 때를 맞춰 가야 맛볼 수 있다.
*가는 요령
호남고속도로 서전주 인터체인지에서 김제 방면 716번 지방도를 탄다. 김제시를 지나 29번 국도를 따라 만경 방향으로 향하면 만경종합여중고가 나온다. 702번 지방도를 타고 심포항 방면으로 향하면 망해사에 이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김제역 시내버스터미널에서 18번(진봉 심포리, 거전리 방향) 버스를 이용해 망해사 입구에서 하차한다. 망해사까지 걸어서 10분 남짓 소요.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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