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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꽃향기, 문학 향취 가득한 평사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국도 19번이다. 굽이치는 섬진강의 맑고 푸른 물줄기가 내내 차창에 출렁이는 하동포구 80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맘 때면 만개한 벚꽃이 우수수 우수수 꽃비를 날리는 쌍계사 십리 벚꽃길이 그 곳에 기다린다.

하지만 그 유명세만큼이나 이 곳은 봄날 상춘객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제대로 이 곳을 즐기려면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다른 볼거리를 찾아 여유있게 돌아본 후, 차들의 행렬이 줄어든 때 ‘십리 벚꽃길’로 방향을 잡는 게 현명하다.

이 길목에 최근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됐던 평사리와 조선시대 축성된 고소산성(姑蘇山城)이 바로 그 곳.

ꡒ지리산이 한과 눈물과 핏빛 수난의 역사적 현장이라면 악양은 풍요를 약속한 이상향이다. 두 곳이 맞물린 형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고난의 역정을 밟고 가는 수없는 무리, 이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면 이상향을 꿈꾸고 지향하며 가는 것 또한 우리네 삶의 갈망이다. 그리고 진실이다.ꡓ -\'토지\'의 머리말 부분에서-


우리 문학 최대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대하소설 \'토지\'는 집필기간만 25년, 200자 원고지 4만여매, 총 5부 16권에 달하는 대작이다. 봉건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혼돈스런 한말부터 일제의 식민지와 해방에 이르기까지 60년을 관통하는 사건전개와 경남 하동의 작은 마을 평사리에서 시작해 서울, 일본, 만주, 간도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으로 공간배경이 확대되는 \'토지\'는 민족의 고난과 시련극복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작이다.

그런데 사실 평사리는 \'토지\'의 주요 무대로 유명해진 마을이지만, 실제 마을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낳은 허구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곳을 찾아가면 악양벌의 너른 들판과 희뿌연 안개를 품고 흐르는 섬진강, 장엄한 지리산이 어울려 빚어 놓은 풍경이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와 닿는다.

거기에다 이 마을 언덕에 지난 2002년 소설 속의 최참판댁을 완벽하게 복원시켜 평사리와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실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건평 110평에 18억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는 최참판댁은 안채, 사랑채, 별당채, 초당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최참판댁에서 나와 고소산성에 오르면 평사리와 악양벌을 더욱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산악도로를 오르다 보면 산성은 보이지 않고 작은 절집에 이르게 된다. 길을 잘못든 게 아니라 고소산성은 한산사라는 이 작은 절에서 비탈진 산길을 500m쯤 오르면 웅장한 성벽 모습을 드러낸다.


고소산성은 축조시기가 정확하지 않으나 1,000여년 전 삼국시대 당시 이 요충지를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성둘레는 800여m. 장방형 바위를 견고하게 쌓아올린 석성(石城)이다. 남북 양쪽에 성문을 설치했으며 성벽 높이는 3.5~4.5m로 아래폭이 6m, 상면폭이 2m인 사다리 모양이다.

전설에 따르면 소송이(蘇松伊) 장군의 부친과 모친 경주 김씨는 후손이 없어 걱정하던 중 어느 날 김씨 꿈에 신령이 나타나 강주(康州, 지금의 진주) 부근으로 이사하면 후손을 볼 것이라고 하여 그대로 했더니 아들을 얻었다 한다. 그 후 소장군이 성장해 외성을 쌓으라는 어머니 김씨의 명에 따라 산성을 축조했는데 이를 소장군의 성씨를 따 고소산성이라 부른다고 한다.

근래 반듯하게 복원된 성벽에 올라서면 드넓은 악양벌과 면면이 이어지는 섬진강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개면의 19번 국도변에 있는 평사리공원에는 대형 주차장과 그늘막, 바비큐 그릴, 야외의자, 농구장 및 족구장 등 운동시설이 마련돼 있다. 넓은 백사장, 장승동산도 마련된 이 곳에서 재첩잡이 체험도 할 수 있고,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
하동은 재첩으로 유명하다. 하동포구 언저리의 대부분 음식점마다 재첩국을 선보인다. 옛날재첩국식당(055-883-3819), 강변식당(882-1369), 신방촌횟집(882-3745), 원조재첩국나룻터식당(882-1370) 등이 유명하다. 화개장터 인근 동백식당(883-2439)은 섬진강의 별미인 은어회와 튀김, 참게탕, 참게장으로 소문난 집이다.

◆가는 요령
대전-진주를 잇는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함양IC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다. 88고속도로 남원IC에서 나와 19번국도를 따라 구례→화개→악양에 이른다. 혹은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악양→화개로 향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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