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낭화, 깽깽이풀, 솜나물, 애기똥풀, 홀아비바람꽃….
생소하지만 되뇌어 보면 더없이 순정하고 다정한 토종 야생화들이다. 한 때 우리의 산과 들을 뒤덮었던 이 어여쁜 꽃들은 4월중순이면 산언덕 양지바른 곳에 해맑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언젠가부터 더 이상 이런 야생화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산등성이가 잘려나가고 식물들이 뽑혀지면서 그 동안 쉽게 눈맞출 수 있었던 꽃들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곳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자생식물원을 찾으면 정겨운 옛친구같은 우리 꽃 토종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노랑매미꽃, 앵초, 민백미꽃, 은방울꽃, 벌깨덩굴, 뻐국채, 매발톱꽃, 붓꽃, 쥐오줌풀, 하늘매발톱....그 이름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오대산 자락 3만3,000여평에는 연못을 만들어 수생·습지식물이 자라게 했고, 우리 꽃이 자연스럽게 산자락으로 번져가도록 산으로까지 꽃길을 냈다. 이들이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분경·분화관에는 식물원에 있는 모든 종의 우리 꽃이 전시돼 있다. 꽃이 크고 화려한 서양꽃에 비해 꽃잎이 다소 작고 소박한 우리 꽃의 특징을 살려 분경, 분화로 만들었다. 조경소재관에서는 우리 꽃으로 꾸민 작은 정원들을 보여준다.

야생화에는 꽃마다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공주가 꽃으로 피었다는 산목련을 비롯해 어린 동자승이 얼어죽은 자리에 피어났다는 동자꽃, 딸네집에 닿지 못하고 죽은 할머니의 무덤가에 피었다는 할미꽃, 먼저 죽은 지아비의 마음을 담았다는 홀아비꽃대…우리 꽃들에는 하나같이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담겨 있다.
그 동안 봉선화, 나팔꽃, 백일홍, 달맞이꽃, 개망초를 우리 토종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이라면 이번 기회에 순정한 우리의 토종 꽃을 직접 만나 보자.

<한국자생식물원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405-2, 033-332-7069>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오대산 월정사 방향(인터체인지에서 좌회전)으로 향한다. 오대산호텔과 오대산 청소년수련원을 지나면 한국자생식물원 입구 간판이 보인다. 이 곳에서 1km 정도를 올라가면 대형주차장이, 조금 더 올라가면 소형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버스 승차(약 30분 간격) 진부터미널에서 내려 오대산 월정사 또는 상원사행 시내버스를 탄다. 오대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에서 내려 도보로 20분 정도 걸으면 한국자생식물원에 도착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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