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대표 정몽구 회장)가 미국정부 에너지성(DOE)이 주관하는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및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사업의 시행사로 선정돼 향후 5년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연료전지차를 시범운행하게 됐다고 28일 밝혔다.

미국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의 시행사로 국내 기업이 선정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더구나 대체에너지의 자동차용 주동력원인 연료전지 기술력 선점을 통해 향후 차세대 환경친화차 개발 경쟁에서 주도적인 시장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상권 현대·기아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이번 사업에 셰브론 텍사코, 유티씨 퓨얼셀과 같은 세계 유수의 에너지·연료전지 전문업체들과 공동 참여함으로써 관련업계뿐 아니라 미국정부로부터 당사의 연료전지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며 \"세계 유명 자동차사를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중인 연료전지차 개발과 기술표준화 및 법규제정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09년 상반기까지 5년간 진행될 시범운행사업에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GM,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일본컨소시엄(토요타, 혼다, 닛산) 등이 시행사로 선정됐다. 전체 예산규모는 3억8,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사업수행은 미국의 서부 및 동부 주요 도시에서 연료전지차 시범운행을 통한 기술안정화와 수소연료 인프라 구축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회사인 셰브론 텍사코 및 연료전지 개발회사 유티씨 퓨얼셀과 협력하게 된다.

이번 과제에서 현대·기아차는 연료전지차 개발 및 제작비용의 50%를 미국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상세 예산은 앞으로 미국 에너지성과 2개월에 걸친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시범운행에 새롭게 개발한 투싼 연료전지차를 투입한다. 2년의 연구개발기간이 든 투싼 연료전지차는 기존 싼타페 연료전지차의 후속모델로 올해말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30여대가 시범 운행된다. 이 차는 3월 제네바 모터쇼 및 4월 뉴욕 모터쇼에서 일반에게 공개됐으며, 11월부터는 시범운행된다.

투싼 수소 연료전지차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차의 밑부분에 설치됐던 싼타페 연료전지차와는 달리 엔진룸에 탑재됐고 출력도 싼타페의 75kW보다 80kW로 향상됐다. 영하에서도 시동 및 운행이 가능해 연료전지차 실용화에 한 단계 다가간 차다.

이번 시범운행은 현대·기아차의 총괄 하에 지역별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시험운행 사업자들에게 리스 대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연료전지차를 통한 수익창출의 첫 단계에 진입했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연료전지차 시범운행을 통해 오는 2010년까지 양산 가능한 상품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하에서 운전이 가능한 고출력 연료전지 시스템, 주행거리 증대를 위한 고압 수소저장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등의 신기술을 다양한 실제 도로 및 기후조건에서 평가할 예정이다. 또 신기술 적용으로 운전성능 향상, 차량 동력 및 출력 증가, 300km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28일(한국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웨인 주립대학에서 스펜서 에이브러함 에너지성 장관의 주재로 열린 시행사 발표식에는 조원석 현대·기아차 미국 기술연구소장을 비롯해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과제 시행사와 셰브론 텍사코, 유티씨 퓨얼셀 관계자들이 참석해 인증서를 받고 성공적인 과제 수행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6월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CaFCP)에 참여하면서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이후 세계 최초로 350기압 수소충전에 성공했다. 또 연료전지차 경주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연료전지차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한편 수소연료 인프라를 제공할 셰브론 텍사코는 미국2위, 세계 5위의 종합 에너지 회사로 이번 과제를 위해 6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주요 시범운행지역에 건설하고 다양한 수소생산법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또 유티씨 퓨얼셀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전기·수소 병합발전 시스템 성능평가와 경제성 검토를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유티씨 퓨얼셀은 상업용, 차량용, 주거용, 우주비행선용 연료전지 생산과 개발에 대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회사로 2000년 4월부터 현대·기아차와 자동차용 연료전지 공동개발을 벌이고 있다.

■ 현대차 환경친화 차량 개발 주요 이력
2000.06.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 참여
2000.11. CaFCP에서 싼타페 연료전지차 발표
2001.06. 세계 최초 350기압 수소충전(CaFCP)
2001.10. 2001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2개의 금메달 수상
2002.09. CaFCP의 최초 로드 랠리 참가
2002.10. 일본 연료전지 상업화 추진 멤버로 참여
2003.09. 2003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5개의 금메달, 3개 은메달 수상
2004.10. 냉시동 및 운전 가능한 투싼 연료전지차 개발
2004.11. 투싼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