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모터스포츠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걸 꼽으라면 레이스 도중 팀과 드라이버가 말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것. 드라이버는 경주차의 상태를 팀에 보고하고, 팀은 전반적인 흐름을 드라이버에게 알려줘 만약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올들어 이런 인터콤 시스템을 도입한 팀은 인디고와 시그마PAO렉서스팀이다. 그 만큼 레이스가 체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모터스포츠라는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있다. 다른 팀들도 이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팀과 드라이버는 경기중 어떤 말들을 주고 받을까. 인디고팀의 협조를 얻어 교신내용을 경기흐름에 맞춰 재구성했다.
통합전에 출전한 30대의 경주차가 연주하는 선율은 서킷을 감싸며 멋진 하모니를 그려냈고, 관중은 숨을 죽였다. 스타트 아치의 녹색등을 신호로 적막하던 서킷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주차의 질주가 시작되면서 갈무리됐던 스피드와 굉음의 욕망이 봇물 터지듯 관중석에 몰아쳤다.
이 순간 드라이버 못지 않게 팀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45랩을 돌고 한 차례의 피트 스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소홀할 수 없어서다. 스타트와 함께 팀에서 드라이버에게 주문을 넣었다.
팀: "재우야 경주차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7랩까지 끌고 가면서 피트로 들어와. 세진(윤세진)이 상황도 잘 파악하고"
재우: "경주차 상태는 아직 괜찮아. 알았어"
3랩 2번 코너에서 황진우와의 추돌로 3위를 달리던 이재우가 5위로 구르자 팀과 드라이버의 교신이 다시 이어졌다.
팀: "어때?"
재우: "아직은 견딜만해"
6랩에서 윤세진이 피트로 뛰어들자 팀에서 이재우에게 오더를 내렸다.
팀: "재우야 피트인"
재우: "알았어"
선두권의 피트스톱이 끝나자 상황을 지켜 보던 팀장이 시그널 플래폼에서 레이스를 지휘하던 팀원을 불렀다.
팀장: "지금 순위를 한 번 불러봐"
팀: "현재 김의수, 이재우, 윤세진 그리고 2, 3위와 기록은 3.5초"
인디고팀의 원투피니시가 예상되면서 팀장과 팀원들은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팀장: "의수, 재우 타이어 관리 잘 하면서 버텨 보자"
드라이버: "OK"
묵묵히 레이스를 바라보다 20랩, 팀과 드라이버의 교신이 다시 이어졌다.
팀: "트랙에 오일을 뿌리면서 달리는 차 있어. 아주 신중하게 달려"
23랩,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던 이재우의 경주차에 트러블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는 것.
재우: "브레이크가 너무 깊이 들어가"
팀: "처음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신뢰성이 없으니 신중하게 해보자"
재우: "3위와 차이가 얼마나 돼?"
팀: "7초"
일찌감치 선두로 올라서 독주를 거듭하던 김의수도 거들고 나섰다.
의수: "나도 불러줘. 2위가 누군데?"
팀: "2위는 재우, 20여초 차이로 앞섰어"
의수: "재우형 조심해, 투어링카들이 곳곳에 퍼졌거든"
27랩을 지나면서 레이스가 안정권에 들자 팀에서 드라이버들에게 주문을 걸었다.
팀: "의수야 20초 앞선 상태로 페이스 유지해라"
재우: "엔진이 떨려요. 차가 설 것 같아요"
의수: "재우형, 3위와 7초 이상 벌어졌으니까 침착하게 달려"
팀: "페이스 조절하자. 흥분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팀장: "주행횟수가 많아서 니들이 고생이다"
의수: "알면 술 사세요"
이재우의 경주차가 트러블 조짐을 보이고 시그마PAO렉서스팀의 황진우가 치고 올라오자 팀의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또 황진우가 윤세진을 앞지르자 팀은 본격적으로 황진우 상태 파악에 나섰다.
팀장: "재우야 랩타임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3위와 5초 이내로 줄었어. 진우의 랩타임을 체크해봐"
팀: "진우가 재우보다 평균 0.7초 이상 빠른데. 이러다가 잡히는 거 아닌 지 모르겠어"
드라이버의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39랩에서 이재우의 경주차는 오른쪽 펜더 부분에서 흰 연기를 뿜었고,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팀: "재우야 고생했다. 차 잘 빼라"
재우: "어휴~"
팀장: "의수와 진우의 차이는 얼마나 돼?"
팀: "20여초 정도"
팀장: "의수야 현 상태 유지해라"
라스트랩을 알리는 신호가 나오면서 조금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인디고팀은 축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이재우의 리타이어에도 불구하고 김의수가 시즌 3승을 거둬 단독선두로 나섰기 때문.
팀장: "한 바퀴 남았다. 신중하게 잘 끝내자"
의수: "예"
팀장: "의수야 축하한다"
이를 마지막으로 팀과 드라이버의 긴박했던 교신도 체커기가 날리는 동시에 끊어졌다.
용인=김태종 기자(kls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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