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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정비기술자 출신 ‘박사’ 탄생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정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정비인이 20여년의 주경야독 끝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기아자동차 해외정비기술2팀에서 근무중인 문학훈(40) 씨. 문 씨는 최근 명지대 대학원에서 ‘디젤엔진의 전자식 배기재순환밸브 특성 및 성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 심사를 통과했다. 이 논문은 디젤엔진의 전자식 배기재순환밸브(e-EGR밸브)를 ECU와 매칭시켜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질소산화물 등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직 국산화되지 않은 이 기술은 향후 국내 디젤승용차용으로 개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 씨는 지난 83년 인천기계공고 3학년 때 전국기능경진대회 자동차수리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정비수재’였다. 이듬해 졸업과 동시에 현대자동차 소형정비부에 입사한 그는 85년 10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 한국대표로 출전, 입상한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88년 군대를 제대하고 현대에 복직한 문 씨는 정비연수원 교사로 발령받아 정비기술 강의를 하면서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자동차 전자제어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자신보다 경력이 많은 정비사들도 가르쳐야 했던 문 씨는 더욱 깊이있는 이론을 익히기 위해 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90년 동서울대 기계과 야간과정 입학을 시작으로 향학열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93년 경기대 재료공학과에 편입한 데 이어 98년에는 전북대 대학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곧바로 명지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아 ‘주경야독’ 14년만에 영예의 박사학위까지 받게 된 것.

문 씨는 2002년초부터는 기아 해외정비기술팀에서 일하면서 해외 정비사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전화와 인터넷, 화상회의 등을 통해 각국의 기아차 정비사들에게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고장진단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문 씨가 국내 자동차업계 처음으로 구축한 인터넷 기반의 ‘해외 테크니컬 핫라인센터’에는 16개 기아차종 180가지 시스템의 고장코드별 진단법, 고장현상별 진단요령, 정비사례 등이 2만여건이나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해외 정비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 씨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대상을 찾는 습관이 오늘의 영광을 가져다 준 것같다”며 “힘든 과정이었던 만큼 성취감도 크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또다른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회사와 동료 선후배들의 지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디지털 정비시대\'에 후배 정비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손쉽고 빠르게 고장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쏟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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