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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車테크]⑨ 재생부품 알뜰 활용기


95년식 쏘나타Ⅱ를 모는 회사원 김모 씨. 차를 산 지 9년이 지나자 이곳저곳 말썽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시동을 거는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약하게 나다가 결국은 \'키릭키릭\' 소리만 날 뿐 반응이 없다.

차를 살펴 본 정비기사가 하는 말, \"발전기가 고장나 배터리가 방전됐네요. 배터리도 오래 됐고 발전기와 함께 교환해야 합니다\".

김 씨는 평소 핸들을 한쪽으로 돌릴 때마다 타이어 부근에서 잡음이 나던 것도 이번 기회에 수리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정비업소측이 부르는 요금에 혀를 내둘렀다. 배터리, 발전기, 등속조인트 모두 합해서 50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온 것. 수리만 하면 한참을 더 탈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수리를 할까, 이 참에 새 차로 바꿔버릴까, 김 씨는 고민에 빠졌다.

김 씨는 쏘나타Ⅱ를 10년 가까이 타면서 늘 새 부품만 사용했다. 자동차메이커가가 권장하는 순정부품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조향계통 일부(조향기어기구)와 제동장치 일부(마스터 실린더 및 배력장치)를 제외하고는 부품의 재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정비업소에서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하는 점검·정비내역서에도 수리에 사용된 부품에 따라 자동차메이커가 공급하는 신부품(A), 기타 신부품(B), 중고재생품(C)과 같이 구분해 기재토록 하고 있다. 이는 중고 재생품 사용이 일반화됐다는 의미다.

중고 또는 재생품은 대부분 폐차장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운행하지 못하는 폐차에서도 멀쩡한 부품은 있게 마련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오래된 차의 부품은 폐차장 등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 거저 얻거나 신품 값의 5~10%만 주고 구매해서 사용하는 \'알뜰 운전자\'들도 적지 않다.

김 씨 차의 수리에 필요한 발전기와 등속조인트의 경우 폐차에서 떼어낸 부품을 그대로 쓰기 보다는 수리 또는 재가공한 재생품을 이용하면 된다. 95년식 쏘나타Ⅱ의 경우 발전기와 등속조인트의 재생품 가격은 3만~4만원선. 공임을 고려해도 신품값의 30~40%만 들이면 수리할 수 있다.

주요 정비업소에 따르면 재생품의 품질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애프터서비스도 신품 못지 않다. 운전자들이 단골업소 권유로 재생품을 사용하는데, 하자가 발생하면 업소는 단골을 놓치게 되고 그 경우 재생품업체는 거래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재생품업체는 손해배상보험에 가입해 최대 1억원의 배상을 내걸고 부품 장착 후 1년 또는 주행거리 2만km 이내에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 보증해준다. 24시간 이내 애프터서비스를 원칙으로 하는 곳도 있다. 부품의 하자 여부를 가려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메이커 협력정비업체까지 쫓아가야 하는 신품의 품질보증체계보다 훨씬 편하다는 게 정비업소 기술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동변속기가 재생품 활용의 좋은 예다. 자동차메이커 품질보증기간이 지나면 자동변속기는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이 때 정비업소를 찾으면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재생품으로 교환하라고 권한다. 자동변속기를 수리하자면 시간이 오래 걸려 그 걸 공임으로 환산하면 수리비가 커지고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완벽하게 수리하기도 어려워서다. 그렇다고 100만원을 넘나드는 새 변속기를 장착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재생품을 사용하면 고장난 변속기를 내리고 이미 분해와 수리를 거친 재생 변속기를 장착하면 작업완료다. 비용도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신품의 40~50%선이면 충분하다. 또 대부분 재생품업체들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발생하는 고장에 대해 소비자 과실이 없는 한 무료 교환해주는 품질보증까지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정비업소를 운영하며 구청 여성대학 자동차과 강의를 맡고 있는 김현걸 사장은 \"오래된 차에 신품을 끼운다고 새 차가 되는 건 아니다\"며 \"단골업소에서 권하는 재생품은 가격도 싸고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해 믿고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재생품업체가 크게 늘면서 겉만 말끔한 불량품도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가 직접 재생품을 구매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걸 듯 중고차에 신품만 고집하기 보다는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한 재생품을 사용하는 것도 알뜰 차관리 요령 중 하나다.

◆재생부품 선택은 이렇게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이 중에는 안전과 직결된 부품들이 있다. 연료, 제동, 조향장치, 안전벨트 등이다. 이들 부품을 제외한 단순 기능성 부품이나, 외관품 등은 재활용 부품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일반화된 자동변속기를 비롯해 단품으로 재활용률이 높은 발전기나 시동모터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부품들처럼 수요가 많은 재생품의 공통된 특징은 신품값이 최소한 10만원이 넘어간다는 것.

발전기나 시동모터의 경우 제품 하자를 초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애프터서비스 받기도 쉽다. 재생품을 쓸 경우는 단골업소가 추천하는 품질보증 제품을 택하는 게 좋다. 고객관리를 중시하는 요즘 정비업계 상황에서 적어도 단골고객에겐 이윤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하자있는 부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품질을 보증하는 재생부품은 포장지에 품질보증서가 명기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의 \'CARPOS\' 제품처럼 정비업단체가 제품의 품질을 확인한 뒤 추천하는 재생품도 믿고 쓸 만하다.

◆자동차부품 재생업계 동향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틈을 타 부품 재생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원동기(엔진) 정비업을 제외하고는 재생품 사용과 관련한 별다른 제도적 기준이 없어 문제다.

관계당국은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에 자동차부품 재사용 촉진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업계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품질제고와 재생부품 활성화에 앞장서 온 기존 재생업체들은 \"당국이 제도 상으로는 재생품을 쓸 수 있게 하면서도 재생에 대한 기준 마련 작업이 늦어져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생부품 생산 및 판매업체인 아산엔지니어링의 윤은택 사장은 \"재생공장이나 제품 생산에 대한 기준이 없는 현 상황에선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에 치우치기 쉽다\"며 \"심한 경우 쓰던 그리스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등속조인트의 경우 고무부트도 교환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이프카팔육, 아산엔지니어링 등 오래 전부터 재생품을 가공, 판매해 온 업체의 경우 ISO 인증을 받거나 품질마크‘Q\'를 획득, 품질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일부 신규업체들은 거래처 확보를 위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겉만 깨끗이 해서 파는 예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OECD 가입국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자동차부품의 재이용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이 서둘러 부품 재이용에 관한 제도를 마련해 재생업체들을 양성화해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송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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