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입차 가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 내 판매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을 비교하며 수입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 것. 이들 언론은 수입차의 국내와 해외에서의 판매가격 차이가 차종별로 보통 10~5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1억790만원인 렉서스 LS430이 미국에선 풀옵션을 장착했을 때 약 7,032만원에 판매된다. BMW 745Li는 국내에선 1억6,760만원이지만 미국에서는 1억443만원에 팔린다. 벤츠 S600L도 국내에선 2억4,570만원인 데 반해 일본에서는 1억7,585만원이다.
이런 기사가 나가자 BMW코리아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745Li에 국내 판매차와 같은 옵션을 넣었을 때 약 6% 차이가 난다고 반박했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 관세가 2%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8%의 관세 외에 교육세, 특소세 등이 추가 부과돼 결국 약 12%의 관세를 물게 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관세에서만 10% 정도 차이가 나므로 국내 가격이 적정하다는 주장이다. BMW는 또 유럽에서의 판매가격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더 싸다는 걸 조목조목 따졌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으나 그 때마다 유야무야되곤 했다. 바로 업계의 이런 해명 때문이었다. 또 언론측에서 이를 다시 반박할 기사를 쓸 수 있는 자료가 없어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의 원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기 위해선 수입업체가 세관에 제출하는 면장을 봐야 한다. 면장은 그 차를 외국 본사가 얼마에 국내 수입업체에 주는 지, 세금은 얼마나 붙었는 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면장은 일반인에게 열람이 안되는, 수입업체의 1급 대외비다. 사내에서도 관련자 극소수만 알고 있을 뿐이다.
본지는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수입차 가격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면장을 입수했다. 모든 차의 면장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고, 각 회사별로 모델 하나씩, 총 11대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면장에 기재된 가격(부가세 이외 세금이 더해진 금액)과 판매가격(부가세 제외)을 보면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마진 ; 소숫점 이하 두 자릿수는 반올림)
*폭스바겐 파사트 2.8 = 3,882만원→4,818만원(20.5%)
*혼다 어코드 3.0 = 2,416만원→3,536만원(31.8%)
*혼다 어코드 2.4 = 2,028만원→3,081만원(34.2%)
*렉서스 ES330 = 3,741만원→5,109만원(26.8%)
*크라이슬러 PT크루저 = 2,027만원→2,700만원(24.9%)
*BMW 530i = 6,305만원→8,276만원(23.8%)
*벤츠 E320 4매틱 = 6,447만원→9,409만원(31.5%)
*볼보 S60 2.0T = 2,923만원→4,490만원(34.9%)
*푸조 307CC = 3,492만원→5,390만원(35.9%)
본지가 입수한 11개 차종의 평균마진은 31.2%였다. 즉 1억원짜리 차를 팔면 3,120만원이 남는 것. 그러나 이 금액이 고스란히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수입업체는 여기서 딜러 마진(보통 차값의 10~15%)을 주고 회사의 인건비, 광고판촉비, 인증비, 국내운송비, 보관비 등을 다 치른다. 따라서 순수 마진은 그 회사의 외형과 투자액수에 따라 다르므로 알기가 어렵다. 면장에 기재된 가격엔 물론 차를 공급하는 외국 본사의 마진이 이미 붙어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위의 수치가 그 회사의 모든 차에 적용되는 마진이 아니라는 것. 회사마다 차종별로 마진을 달리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비슷한 마진을 정하는 회사도 있어서다. 어쨌든 여기선 가장 마진이 적은 차가 20.5%, 가장 마진이 많은 차가 35.9%로, 30% 안팎인 걸 알 수 있다.
마진이 가장 박한 폭스바겐의 경우 유로화 강세에 따른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수입회사인 고진모터임포트는 설명했다. 그렇다고 브랜드 특성 상 가격을 높이 책정하면 판매가 부진할 게 염려돼 현재의 마진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장 마진이 높은 307CC의 경우 컨버터블이란 특성이 반영돼 있다. 각 회사마다 컨버터블처럼 많이 팔리지 않는 일부 틈새차종의 경우 고마진을 붙이는 게 관례다. 실제 한 회사가 파는 컨버터블의 마진은 40.4%에 이르기도 했으나 \"본사로부터 특별히 제공받는 가격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명,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일부 차종에 대해 본사가 마케팅 비용을 직접 지원해주는 대신 차를 싸게 공급,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판촉에 활용하는 사례다.
요즘 고가모델로 발표돼 화제가 됐던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의 경우 업계에선 \"한 대 팔면 2억원 정도가 남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놓고 보면 \'할 만한 장사\'다.
지난 5월말부터 판매에 들어간 혼다 어코드의 경우도 국내에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으나 30%가 넘는 마진을 책정, \'받을 건 다 받는\' 셈이다. 비슷한 급인 PT크루저와는 10%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난다. 특히 이 회사는 할인판매를 하지 않아 판촉에 따른 비용이 다른 회사에 비해 적다는 걸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다른 차에 비해 출혈을 많이 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당초 이 회사 딜러들은 어코드 2.4를 2,900만원대에 팔자고 주장했으나 혼다코리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다투고 있는 ES330과 530i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편. 많이 팔리는 차일수록 마진을 줄이는 상식적인 구조를 택하고 있다. 특히 판촉활동을 많이 하는 BMW의 경우 독일 본사에서 고정환율제를 적용, 환율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있다. 렉서스는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덕분에 마진이 적어도 딜러들이 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530i와 경쟁모델인 E320 4매틱은 네바퀴굴림이긴 하나 지나치게 마진율이 높다. 530i와는 무려 7.7%포인트나 차이난다. 지난해말 전체 차종의 판매가격을 낮춘 볼보도 마진율이 꽤 높은 축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몇 년 내 투자액을 회수할 것인 지를 먼저 계산한 후 거기에 판매목표 및 이자를 비롯한 고정비, 판촉비 등을 감안해 대당 얼마에 내놓을 지를 정한다\"며 \"이 때문에 투자가 많은 업체일수록 차값이 비싸지고, 이는 투자가 거의 없는 병행수입업체들의 활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마진율이 적정한 가. 이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수입업체들은 한국시장 규모에선 이 정도 마진으론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불황일 때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판매가 불가능한 만큼 판촉에 따른 비용 등을 제하고나면 현상유지 정도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어떨 지 궁금하다.
강호영 기자(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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