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는 여행객이나 출장자들이 애용하는 현지 이동수단 중 하나다. 독일에도 기차역이나 공항 앞에는 예의 아이보리 색깔의 벤츠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독일 택시에 지금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적 명차로 인식되고 있는 독일의 벤츠 승용차. 이 벤츠 승용차가 현재까지 독일 택시의 대명사로 군림해 왔다. 아울러, 벤츠는 독일 택시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명차로서의 이미지 유지에 큰 덕을 봤다. "독일에서 벤츠를 타고 싶으면 택시를 타면 된다"는 게 오랫동안 통용되던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 택시의 약 90%는 벤츠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독일 택시업계에 벤츠 아성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격수로 나선 메이커는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오펠 그리고 일본차, 프랑스차 등이다. 특히 올 11월초에는 뮌헨시내에서 현대 그랜저가 택시로 운행되고 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이제 '독일택시=벤츠'라는 등식은 성립되기 힘든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것.
이러한 사실은 독일 택시관련 통계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는 약 5만3,000대의 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 90% 이상의 택시시장을 독점하다시피 점유하던 벤츠는 2000년에 88%로, 2002년에는 다시 82%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택시의 신규 등록에 있어서는 탈벤츠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연간 약 1만3,000대의 택시가 새로 등록되고 있는데 이 중 벤츠차는 62%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벤츠의 독일 택시 비중이 80% 이하로 내려가는 건 불보듯 뻔하다. 어느 정도까지 방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게 문제일 뿐이다.
벤츠는 왜 명성에 맞지 않게 독일 택시라는 왕좌를 고수하지 못하고 있을까. 우선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독일경제의 불황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택시보다는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추세다. 지난해 독일 택시업계는 15%의 매출감소를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최소한 20%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택시는 3년반마다 교체되나 요즘은 4년반으로 늘어나고 있다. 택시업계로서도 차량 구입 및 교체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벤츠가 새로 내놓은 E클래스가 가격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벤츠차 중 일반 택시차종으로는 E클래스가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다. 그러나 뉴 E클래스는 시가가 3만5,000유로에서 4만유로로 고가여서 요즘 이를 새로 구입할 택시업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 모델의 전자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고, 타 차종에 비해 유지비가 많이 들며, 트렁크가 좁아 택시기사들이 선호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틈타 폭스바겐, 오펠, 아우디같은 독일차 외에도 값싼 일본차가 독일 택시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올해 토요타는 400대, 마쓰다는 500대, 닛산은 200대의 택시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0∼30% 늘어난 규모다. 가격 외에도 일본차가 선호되는 이유는 용도변경이 쉽기 때문이다. 이들 차 외에도 독일 택시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차로는 르노, 푸조, 현대, 피아트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파격적인 가격전략을 쓰고 있는데 실제 가격보다 최소한 평균 19% 싸게 내놓고 있다.
독일 불황의 여파는 택시 차종에도 두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결국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독일 택시시장에서 벤츠의 아성은 유지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번 변해 흐름을 이루며 나아가는 추세에 벤츠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강호영 기자(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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