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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경유승용차, 출시배경 뜯어보기


내년부터 국내에 경유승용차 출시가 허용된다. 정확히 말하면 판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경유승용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유값이 저렴해서다. 현재의 기준을 적용하면 휘발유 1ℓ를 1,000원을 봤을 때 경유값은 650원에 불과하다. 엄청난 기름값 절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유 사용에 따른 엔진소음 등이 불편함으로 제기되지만 경제적 이익에 비하면 저항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본지는 4회에 걸쳐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논란의 이면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찬반 양론을 세밀히 분석한다. 첫 회에선 세계적인 경유승용차 허용추세를 자세히 살펴본다.

▲왜 경유승용차인가
정부는 경유승용차 판매를 그 동안 금지해 왔다. 표면상으로는 경유차가 내뿜는 매연이 심각하다는 환경적인 이유를 들지만 속내는 세수보전 때문이다. 경유승용차를 허용하면 당연히 경유차가 늘게 되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에 비해 적어 거둬들이는 세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처럼 경유차 확대를 반대하던 정부가 경유승용차 전면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에는 자동차업계의 끊임없는 요청이 배경이 됐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경유승용차가 일반화된 서유럽의 예를 들면서 국내에도 경유승용차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현재 서유럽에서 경유승용차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실제 환경보호의 선진국인 서유럽에선 디젤승용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벨기에,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내 일부 국가들의 경유승용차 점유는 전체 자동차시장의 40%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경유승용차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80년대 중반 디젤엔진의 분진이 발암물질이라는 비판과 함께 각국 정부가 경유승용차에 대해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며 성장이 둔화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자동차업체들이 연료효율이 높고 친환경적 첨단 엔진 개발에 전력투구, 90년대부터 판매가 급속히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 92년 서유럽 내 경유승용차 판매는 17%를 기록했고, 이후 93년 20%를 조금 넘어섰다.

90년대 중반 연료를 고압으로 압축, 직분사하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의 등장은 경유승용차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엔진이 휘발유에 비해 단점으로 꼽히던 소음과 배기가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엔진으로 각광받았던 것. 게다가 디젤엔진의 장점인 힘과 내구성이 좋아 소비자들의 시선이 경융승용차로 모아졌다.

지난 2000년 서유럽 내 경유승용차는 전체 시장의 32%인 465만대가 판매됐고, 2003년에는 점유율이 45%에 달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서유럽의 경유승용차 확대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돼 내년 이 지역의 경유승용차 수요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유승용차가 없는 메이커의 도태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휘발유차가 독점하고 있던 고급 대형 승용차급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확산돼 서유럽 내 프리미엄급 자동차의 45%가 디젤엔진을 얹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전체 경유승용차 중 고급차의 비중이 90%에 이른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80%, 이탈리아도 70%를 넘어선 지 오래다. 고급차로 갈수록 경유승용차가 휘발유승용차에 비해 더 선호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경유승용차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오스트리아다. 전체 자동차 가운데 무려 63%가 경유승용차다. 다음으로 벨기에와 프랑스가 각각 55%와 4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경유차 세상인 셈이다. 또 국내 경유승용차의 대부분이 RV인 것과 달리 이들 국가는 세단형 경유승용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비결은 물론 커먼레일 디젤엔진이다. 커먼레일 디젤엔진은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에서 획기적인 배기가스 절감 등의 환경친화성에 주목, \'녹색 엔진(Green Engine)\'으로 인정할 정도다.

이에 따라 유럽 각 국은 그 동안 디젤엔진이 내뿜는 매연을 줄이기 위해 휘발유차 중심으로 펼쳐 왔던 모든 자동차 정책을 디젤에 맞추기 시작했다. 메이커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디젤엔진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경유승용차 판매가 늘어나며 선진화된 디젤엔진 기술력 보유가 곧 판매차이로 이어지며 업체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기까지 하다.

서유럽의 폭발적인 경유승용차 확산에 비해 국내와 일본, 미국 등은 여전히 경유승용차 수요가 많지 않다. 일부 다목적차에 한해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적용, 판매되고 있으나 승용차의 디젤엔진 도입 여부는 환경정책과 유류비 조절 측면(세제)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이 처럼 경유승용차 문제는 각 국이 추구하는 배출가스 저감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본은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PM(입자상물질)과 NOx(질소산화물)를 적극 줄여 왔고, 유럽과 미국은 이산화탄소(CO2)와 NOx를 감소시키는 게 기본 환경정책이다. 또 연료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및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두 연료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국내 경유승용차의 도입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업체 간 논란이 있으나 디젤정책은 이처럼 환경, 세제, 기술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결코 쉽게 처리될 일이 아니다.

▲찬성과 반대, 이면 들여다보기
국내 경유승용차 판매 허용을 반기는 곳은 단연 현대·기아자동차다. 사실 경유승용차 허용이라는 정부 정책을 이끌어낸 회사들이고, 그렇다보니 준비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는 GM대우와 르노삼성, 쌍용이 반대하는 유로3 배출가스 기준을 한시적으로 관철시켰다. 이는 곧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현대·기아 외에 당장 경유승용차를 출시할 수 있는 곳은 수입업체 외에 없어서다. 따라서 조기 출시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면 후발주자인 나머지 회사가 경유승용차를 내놓을 때 시장을 크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고 두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로3와 유로4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현재 유로3 배출가스 기준은 NOx의 경우 km당 0.5g, PM은 km당 0.05g 이내여야 한다. 그러나 유로4는 유로3보다 정확히 두 배 강화된 기준이다. 즉 NOx는 km당 0.25g, PM은 0.025g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4 기준을 맞추려면 그 만큼 생산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가격이 장점인 경유승용차의 개발비용이 올라가면 시장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유로3를 판매하되 2006년부터 유로4 기준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이에 반해 GM대우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은 경유승용차 출시를 처음부터 유로4 기준에 맞추자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어차피 CO2 절감이라는 세계적인 환경추세에 맞추는 게 경유승용차 허용의 주목적이라면 굳이 유로3를 선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2006년부터 유로4 기준을 적용하면 될 것을, 1년 앞서 유로3 기준의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한 건 특정 업체의 입장 봐주기로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대는 이에 대해 내년부터 허용되는 경유승용차시장을 자칫 수입차업체가 독점할 수 있어 국산차업계의 조기 대응이 불가피하고, 서유럽 내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내수기반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의 경우 경유승용차라 하더라도 고가일 수밖에 없고, 판매도 매우 적을 것임에 비춰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다음 편에는 \'또 하나의 논란, 황 함량\' 연재>


권용주 기자(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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