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뉴스

[국산차] 1,000만대와 1,000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자동차업계가 오랜만에 평온함을 맞고 있다. 조립라인의 특성 상 자동차회사의 경우 모든 직원이 동시에 휴가를 떠나게 돼 있어 매년 이 맘 때면 공장의 기계도 휴식을 갖기 마련이다.

이 처럼 조용한 휴가철에 눈에 띄는 기사를 찾아보니 1,000만대와 1,000대를 부각시키는 내용이 시선을 끈다. 1,000만대는 현대자동차의 수출누계이고, 1,000대는 르노삼성 영업사원 1명이 4년간 국내에서 판매한 숫자다. 한 쪽은 수출을 많이 했다는 자랑이고, 또 다른 쪽은 국내 판매가 많았다는 다소 대조적인 내용이어서 그런 지 1,000만대와 1,000대라는 숫자에 유독 눈길이 모아졌다.

현대자동차의 수출누계 1,000만대 달성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현대가 밝힌 대로 1,000만대는 여의도 면적(89만평)의 27배, 강남구(1,200만평)의 2배, 상암월드컵경기장(6만5,000평)의 370배 크기에 해당한다. 이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둘레(4만km)를 한 번 돌고도 한반도를 2.5회 왕복할 수 있으며, 경부고속도로 서울-부산 간을 50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1976년 국내 첫 고유모델인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처녀 수출한 이래 28년만에 달성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르노삼성 영업사원인 김용만 씨는 4년동안 첫해 80대를 시작으로 2001년 277대, 2002년 275대, 2003년 261대에 이어 2004년 107대의 SM시리즈를 판매해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회사로선 짧은 기간에 이 같이 많은 판매를 이뤄낸 김 씨의 실적이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경쟁사처럼 다양한 차종도 아닌, 달랑 2개 차종에 불과한 핸디캡을 성실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판매 1,000대와 수출누계 1,000만대 자체는 비교대상이 아니고, 비교할 수도 없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읽어낼 수 있는 건 현대의 경우 수출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르노삼성은 내수에 올인하는 전략이 그대로 묻어난 점이다. 따라서 내수경기가 침체될수록 르노삼성의 고민은 깊어지고, 현대는 더욱 수출에 매진하게 된다.

최근 르노삼성의 미래를 놓고 나름대로 점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시장판도를 예측하는 일은 많았으나 지금처럼 회사의 생존 여부까지 확대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적었다. 르노그룹에 있어 르노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아울러 GM대우와 달리 모기업의 투자가 부진하다는 점에서 회사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하는 셈이다.

반면 현대의 위상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세계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현대의 성장이 곧 거대 자동차회사의 견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GM이 캐딜락을 운운할 때 언제나 렉서스와 BMW를 겨냥하듯 조만간 토요타가 현대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 만큼 현대의 성장이 빨랐고, 선진업체를 추격하는 속도에 이제 위협마저 느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 또한 수출부진을 맞을 경우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라는 측면에서 쉬어갈 여유는 별로 없다. 직원들의 재충전기간이지만 회사로선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할 상황인 셈이다. 마치 르노삼성이 내수시장의 활황기를 꿈꾸며 하루하루 숨을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권용주 기자(soo4195@autotimes.co.kr)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매거진

2025-07-19 기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