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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이프] 울울창창 노송 숲에 물소리, 바람소리만…

노송숲에 위치한 소수서원.
하늘을 가린 소나무숲, 요란한 계곡 물소리, 솔향 짙은 바람….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소수서원은 이웃한 부석사의 긴 그늘에 가려 그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라는 역사적 의의 못지 않게 빼어난 경관과 그윽한 운치가 어느 명승지에 뒤지지 않는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발원한 죽계천가에 운치있게 자리잡은 소수서원은 세월을 친친 휘두른 늙은 노송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송림 안으로 들어서면 들리는 건 새소리와 물소리뿐, 주위가 더없이 고요하다.

서원 건물은 송림과 넓은 잔디밭을 지나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강학당, 왼쪽에 사당 그리고 뒤로 직방재, 일신재, 지락재, 영정각 등이 보인다. 서원 뒤편에는 유물관, 자료전시관, 충효교육관이 들어서 있다. 죽계천 건너편의 운치있는 정자는 퇴계 이황이 지었다는 취한대. 공부에 지친 선비들이 잠시 쉬며 휴식했던 곳이다.

서원은 선현을 배향하고 교육하는 조선조 사립교육기관으로 선현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 학문을 배우고 논하는 강학당, 학생들이 기숙하는 제(齊)가 기본시설이다.

소수서원은 1543년(중종 36년)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흠모하던 회헌 안향의 사당을 숙수사지에 세우면서 시작된다. 초기의 이름은 백운동서원이었으나 이후 퇴계 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하면서 나라의 합법적인 인정을 요청했다. 이에 명종은 친필로 쓴 소수서원(紹修書院)이란 편액을 하사했다. ‘이미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한다’란 뜻을 담고 있다. 이로써 소수서원은 조선조 최초의 서원이자 국가의 인정을 받은 첫 사액서원이 됐다(사액이란 임금이 현판을 하사했다는 뜻).


소수서원의 뒤를 이어 곳곳에 서원이 세워졌다. 당시 관학이 흐트러지면서 성리학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했고 퇴계, 율곡같은 대학자들이 앞장선 데 따른 것이다. 소수서원에서는 창건 이후 350여년동안 임진왜란 때 경상도 우병사로 진주성을 사수하다 전사한 김성일,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정탁 등 유생 4,000여명이 공부했다.

소수서원은 처음에 입학정원이 10명이었으나 사액을 받은 후 30명으로 늘었다. 입학자격은 초시에 합격했거나 학문에 정진하는 유생들이었다. 그러나 학문에 정진치 않고 과거에만 한 눈을 팔거나 미풍양속을 어기면 퇴원시켰다고 한다.

사적 제55호로 지정된 소수서원에는 회헌영정(국보 제111호)을 비롯해 주세붕영정(보물 제717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485호) 등 많은 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소수서원 나들이만으로 왠지 아쉽다면 이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전약수터를 찾는 것도 색다른 코스. 오전약수터는 널리 이름난 곳은 아니나 이 지방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선 성종 때 어느 보부상이 발견했다는 오전약수는 탄산성분이 많아 사이다처럼 톡 쏘는 물맛이 일품이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약효가 뛰어나 노약자들이 많이 찾는다.

청송 주왕산의 달기약수터와 마찬가지로 이 곳 약수터 부근에도 식당과 숙박업소를 겸한 상가들이 대부분이다. 그 까닭은 며칠씩 쉬면서 몸보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약수를 마시고 또 약수로 곤 백숙을 먹으며 공기가 좋은 이 곳에서 3~4일 머물면 웬만한 신경통이나 위장병은 말끔히 치유된다고 이 곳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은다.

*맛집1‥소수서원보다 더 유명한 ‘순흥전통묵집’
소수서원에서 마주쳤던 관광객들이 틀림없이 다시 마주치는 곳이 바로 이 음식점이다. 순흥면 읍내리에 있는 순흥전통묵집(054-634-4614). 메뉴라곤 묵밥 하나뿐인 이 시골 음식점이 소수서원 못지 않게 전국적으로 유명한 건 30여년간 변함없이 지켜 오는 고유의 손맛 때문이다.


시골 외할머니 댁처럼 편안한 정취를 보여주는 묵집의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일흔 넘은 정옥분 할머니가 지금도 직접 가마솥에 장작불로 메밀묵을 쑤는 정성이 바로 변함없는 그 맛을 지켜 오는 비밀이다.

주말 점심 때는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골장터를 연상케 하는 이 곳에서 한참 순서를 기다렸다 받아든 묵밥상이 의외로 너무 조촐해 실망하는 이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네 가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듯한 메밀묵에 기껏 간장종지 하나, 조밥 한 공기가 밥상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낱알이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조밥에 시골처녀처럼 순박한 묵맛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흔한 맛이 아니다. 묵은 원래가 담백해 특별한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있다. 순흥전통묵집의 양념은 송송 썬 김치에 삭힌 고추를 썰어 넣고, 구운 김을 부숴 넣은 다음 깨소금과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다. 처음 먹어본 이들은 생소한 맛에 얼떨떨해 하지만 어느 틈에 한 그릇 뚝딱 비워내게 되는 게 순흥전통묵집의 묵맛이다.

*맛집2
오전약수터 주변으로 닭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숙박을 겸한 상가들이 형성돼 있다. 약수에 곤 닭백숙을 비롯해 닭불고기는 이 곳의 별미. 닭가슴살을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낸 불고기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수정식당, 산장식당을 비롯해 대부분 비슷비슷한 솜씨를 보인다.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풍기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오면 소수서원 도로 안내판이 잘 정비돼 있다. 풍기읍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931번 지방도로로 약 8km 올라가면 순흥면 소재지다. 이 순흥에서 부석사 방면으로 1km 정도 가면 소수서원 입구(1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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