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또 하나의 논란이 바로 경유 속에 포함된 황의 함량을 낮추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업계와 무관하게, 전적으로 정유업계의 몫으로 돌려져 있다. 자동차회사는 유로4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엔진만 개발하면 되지만 정작 정유업계가 황 함량을 낮추지 못하면 질소산화물과 입자상물질을 줄이겠다는 친환경 정책은 전혀 실효를 거둘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유 내 황 함량 기준은 ℓ당 430ppm 이하다. 그러나 서유럽에서 판매되는 경유 내 황 함량은 50ppm 이하다. 제 아무리 환경친화적인 엔진이 개발돼도 환경개선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경유의 황 함량을 2006년부터 유럽보다 강화된 30ppm 이하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유업계로 하여금 초저유황경유를 생산토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움직으로 오는 10월부터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초저황경유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유사가 황함량을 낮춰 경유를 공급하면 세제 상 인센티브를 부여,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그렇지 않으면 정유사가 굳이 황 함량을 낮추지 않을 것이므로 일종의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현재 재정경제부가 세제상 인센티브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의 요청으로 정유업계가 10월부터 황 함량을 30ppm 이하로 낮추기로 했고, 내년부터는 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며 \"정유업계로서는 대략 1조원 이상의 시설투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즉 정유업계가 필요한 시설투자금을 세제혜택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도권 이외 지역이다. 경유승용차 판매지역이 수도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초저황경유가 전국적으로 판매되는 2006년까지 지방에서 운행되는 경유승용차는 황 함량이 높은 경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초저황경유의 값이 기존 경유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데서 수도권 내 경유승용차 보유자들이 황 함량에 관심을 기울일 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특히 \'환경보다 기름값\'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친환경정책의 걸림돌이다.
바이오디젤의 사례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은 현재 경유에 비해 오염물질이 적어 대체연료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게다가 유럽의 경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이 연료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보급확대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다. 바이오디젤과 기존 경유의 가격차가 없는 상황이기에 운전자들이 굳이 바이오디젤을 찾지 않는 것. 결국 대체연료로 인정한 산자부가 관용차를 중심으로 바이오디젤 보급확대에 나섰으나 가격적인 장점이 없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초저황경유의 생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본격적인 유로4 경유승용차가 허용되는 2006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경유를 초저황경유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경유승용차가 허용되는 내년에는 연료품질 개선으로 인한 환경개선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로 애초 정유업계는 경유승용차 허용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탈황시설 마련에 따른 추가비용 지출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탈황시설자금을 지원할 경우 경유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이다. 정부가 세제 상 인센티브 지원을 들고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자동차업계도 연료품질에 대해 할 말이 많다. GM대우는 경유승용차가 허용되더라도 연료품질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경유승용차 허용논란 초기부터 줄곧 반대해 왔다. 따라서 2006년 경유 내 황 함량을 낮출 수 있는 제반 시설이 갖춰지면 유로4 배출가스 기준으로 직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기아는 유로3를 2005년부터 판매하되 배출가스 정화장치의 추가 장착으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경유 내 황 함량 또한 자동차업체 간 상반된 의견을 낳고 있는 셈이다.
권용주 기자(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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