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GM이 출시하는 전 차종을 보는 자리에 갔다가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우는 콜벳 C6를 탔다. 2005년형 콜벳, 달리 6세대 콜벳으로 알려진 C6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유는 한국에선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GM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으로 들여오려 해도 소음과 배기가스 등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어 수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것이 함께 참석한 대부분 사람들의 견해다.
올해 1월에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 처음 등장한 C6는 모터쇼 화제의 자동차로 꼽힐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1953년대 1세대가 등장한 이후 끊이지 않는 진화를 거듭, 6세대까지 이어져 오며 고유의 정체성을 이어간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나 C6는 변화를 이뤄냈다. 팝업 타입의 숨어 있는 헤드램프를 고집했던 것에서 탈피, 오픈타입의 헤드램프는 가장 큰 스타일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키(Key)를 꼽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채로 차문을 열 수 있음과 동시에 버튼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이는 제아무리 고유의 달리기 성능에 치중한 미국식 머슬카(Muscle Car)라 해도 편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적 흐름에는 어쩔 수 없이 따랐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물론 날렵한 스타일과 5,700cc라는 거대 배기량으로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미국 스포츠카의 전형은 유지했지만 투톤 시트와 인테리어 등에선 편의성을 높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거친 배기음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동승한 GM 엔지니어는 이를 \'짐승의 소리(animal sound)\'로 표현했는데, 굳이 이를 부인할 이유는 없다. 야생에서 한 마리의 암컷을 두고 경쟁을 벌인 두 마리의 수컷이 한참을 싸운 후 내뱉는 거친 숨소리를 배기음의 디자인 컨셉트로 삼았다는 설명이 부연됐기 때문이다.
가속력은 머슬카답게 도로를 지배하는 듯 했다. 거친 숨소리와 어울려 목이 뒤로 젖혀질 만큼의 강력한 순간 가속력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V8 5,700cc 엔진에서 내뿜는 400마력의 출력과 54.5kg·m의 최대토크가 주는 짜릿한 속도감은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기에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짧은 구간 내 저속에서 고속으로의 가속주행을 일삼으며 느낀 점은 순간 가속력 만큼은 매우 탁월하다는 것이다. 0-100km/h가 4.2초 정도이니 빠르다는 것에 대해선 달리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다만 변속 시 시프트레버의 이동이 매끄럽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GM 엔지니어는 이를 두고 \'아직 길들이기가 덜 돼서\'라는 답변을 내놓았는데, 5세대 콜벳을 타면서 부드러운 변속을 경험하고 나서야 엔지니어의 변명이 해명으로 이해됐다.
C6를 타면서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은 미국식 스포츠카의 컨셉트에 충실히 따랐는가 하는 점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야생마처럼 운전에 약간의 두려움을 주고, 이와 함께 밟아주면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맛이 바로 미국식 머슬카의 전형이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C6는 외형과 내장은 다소 얌전하게 가다듬었지만 성격은 5세대보다 오히려 난폭해졌다. 엔진의 무게가 줄어 그만큼 성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실제 GM에서도 외형의 변화와 함께 \'도로를 지배한다\'는 머슬카의 성격을 더욱 극명하게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C5와 비교해 타보면 C6의 변화를 금새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간결한 인테리어와 수납공간, 그리고 달리기와 함께 곳곳에 배려한 다양한 편의장치 등을 보면 분명 운전에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옆에 나란히 배치해 둔 포르쉐 카레라와 BMW Z4, 닛산 350Z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포르쉐가 완벽한 드라이빙 능력을 추구하고, BMW가 안락한 주행성을 추구한다면 C6는 운전자를 주눅들게 하는 맛이 있어 좋았던 기억이 남는다.
권용주 기자(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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