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업자들이 소비자에게서 차를 살 때는 몇십만원 밖에 남기지 못한다면서 나중에 알아보면 몇백만원의 폭리를 취했더라구요. 중고차업 몇 년 하면 갑부되겠어요”
"슈퍼에서 물건을 사더라도 20~30%의 이윤이 발생하지만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죠. 그런데 왜 중고차에 대해서만 그렇게 말들이 많은 지. 요즘엔 소비자가 중고차업자를 속이는 경우도 많아요”
중고차 매매를 놓고 주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비자의 불만과 매매사업자의 항변이다. 소비자는 비싸게 팔고 싼 값에 사기를 원하고, 매매사업자는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팔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이치. 따라서 이 같은 불만은 서로에게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계속된 불투명한 거래관행과 소비자들의 오해가 합쳐지면서 이들 사이에는 허물어지기 힘든 벽이 생겼다.
그렇다면 과연 중고차업자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걸까. 중고차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이 비교 등을 통해 매매업체가 얼마나 이익을 남기는 지 알아본다.
▲도매가와 소매가 차이
도매가는 매매업자가 소비자에게서 차를 사들이는 가격이고 소매가는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무사고차를 기준으로 보면 △소매가가 200만원인 차의 도매가는 140만~160만원으로 차액비율은 20~30% △소매가 400만원은 도매가 320만~340만원이고 차액비율은 20~30% △소매가 800만원은 도매가 680만~700만원에 차액비율은 13~15% △소매가 1,500만원은 도매가 1,320만~1350만원에 차액비율 10~12% △소매가 2,500만원은 도매가 2,250만~2,350만원에 차액비율은 8~10%다.
차값이 비쌀수록 소매가와 도매가의 차이는 커지지만 차액비율은 점점 줄어든다. 또 최근들어 불황으로 중고차가 잘 팔리지 않으면서 도매가가 기준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시장에서 잘 판매되지 않는 차종은 도매가가 기준보다 더욱 떨어진다.
▲부대비용
도매가와 소매가만 놓고 본다면 중고차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액 전부가 매매업체의 이익은 아니다. 매매업체는 구입한 중고차가 잘 팔리도록 수리, 도색, 광택작업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매매업체는 이 작업을 위해 평균 20만원 정도를 쓴다.
차를 직접 매입할 때 내야 하는 이전등록비용도 최소 10만원 정도 든다. 이 밖에 전시장 사용료, 금융이자, 계약서대금 등 갖가지 부대비용이 생긴다. 도매가에서 이 부대비용들을 뺀 나머지 금액이 매매업체의 이윤이다.
또 딜러와 딜러 간의 차 거래 등으로 차를 사고 팔 때 거치는 유통단계가 복잡해지면 매매업체의 이윤이 감소하거나 최종 소비자가격이 비싸지게 된다. 요즘처럼 차가 팔리지 않아 전시장에 오래 놓여질수록 전시장 사용료와 금융부담 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중고차시장이 투명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우 차 한 대 당 매매업체가 갖는 이윤은 소매가의 20% 정도다. 국내 중고차업체들의 마진폭은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일본과 비슷하거나 낮은 편이다.
▲갈등은 풀어야
과거엔 대부분의 매매업체들이 폭리를 취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가격정보를 알 수 있는 요즘엔 막대한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물론 아직도 불법호객꾼과 일부 매매업자들이 소비자들을 속여 이윤을 많이 챙기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인터넷 등으로 확산되고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래된 불신이 결합돼 모든 매매업자들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중고차값을 놓고 벌어지는 소비자와 매매업자 간의 시비를 해결하려면 소비자들의 오해를 탓하기 앞서 소비자보호단체 등과 함께 투명한 유통관행을 정착시키려는 중고차업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소비자로부터 차를 살 때 해당 차의 가격선정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반대로 차를 팔 때는 해당 차에 대한 부품교환 내역이나 광택 도색비 등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관련 영수증을 첨부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영업전략도 펼쳐야 한다.
소비자들도 현 상황에서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해당 차의 시세와 가격산정 기준에 대해 물어보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의 가격을 비교해 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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