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 햇살이 애잔한 느낌으로 와닿는 날, 슬픈 사랑의 전설이 숨쉬는 청평사로 떠나보자. 구렁이 청년의 이루지 못한 애닯은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며 찾아가는 청평사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 기슭에 자리잡은 절이다. 기암괴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오봉산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오봉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 소양호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옛날 한 공주를 사랑한 젊은이가 있었다. 청년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갔지만 하늘과 땅의 신분 차이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상사병으로 죽은 젊은이는 구렁이가 돼 공주의 몸을 칭칭 감았다. 여러 방법으로 구렁이를 떼어 놓으려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고 공주는 하루하루 야위어갔다.
도저히 구렁이를 떼놓을 수 없게 되자 마지막으로 불가(佛家)의 힘을 빌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전국의 명찰들을 찾아다니던 공주는 어느 날 이 곳 청평사 부근에 이르렀다. 자신의 처지를 서러워하며 개울가 물줄기에 몸을 비춰보던 공주는 깜짝 놀랐다. 그 때까지 공주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구렁이가 스르르 몸을 풀어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물에 비친 공주의 모습을 보고 구렁이가 착각해 물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왕은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부근에 절을 지었다.
차고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흘러 내려오다 낭떠러지를 이루는 그 곳에는 지금도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구렁이 청년의 아홉 가지 슬픈 울음이 들린다 하여 이 물줄기의 이름을 구성폭포라 한다. 전설 속의 왕은 바로 중국 원순제(산동성주라는 설도 있음)이고, 그의 딸 평양공주가 바로 구렁이 청년이 사모했던 공주라고 한다.
구렁이 청년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며 찾아가는 청평사는 강원도 춘성군 신북면 오봉산 기슭에 자리잡은 절이다. 기암괴봉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오봉산(779m)은 옛날에는 경운산으로 불렸으나 다섯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하여 오봉산으로 바뀌었다.
오봉산 기슭에 안긴 청평사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소양호의 뱃길을 거슬러가거나 배후령-오봉 정상-청평사로 이어지는 등산코스(6km, 3시간)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배후령에서 출발하는 게 색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오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소양호의 잔잔한 물줄기가 한 폭의 그림같다.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청평사 마당에 이르게 된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라면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간단하고 재미있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뱃길로 4km, 10분 정도 가면 청평사 선착장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산길을 따라 30여분 걸어 올라가면 구성폭포를 지나 청평사에 이른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에 세워져 백암선원이라 불렸다가 얼마 안있어 폐사된 절을 고려 때의 세도가 이자겸의 아들인 이의가 중건해 보현암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의의 아들이고 문종 때 과거에 급제해 문인으로 이름을 떨치던 이자현이 말년에 은거한 곳이기도 하다. 그가 죽은 뒤 절에서 부도를 세워 그의 호를 따 진락공부도라 불렀다. 그 부도는 지금 청평사 안내판 옆에 서 있다.
청평사(淸平寺)란 이름은 조선조 명종 5년 보우대사가 지었다. 선종과 교종의 승과를 제정하고 8도의 사찰을 정비하면서 청평사를 새로 단장한 것이다. 그러나 6·25 때 절이 모조리 불타 회전문(보물 164호)만 남아 있다가 76년 극락보전을 새로 지었고, 공주탑이라 불리는 3층 석탑 등이 남아 있다.
고려정원터는 이자현이 청평사에 머물 때 만들었다고 전해오는 정원으로 돌을 쌓아 산을, 앞마당에 물을 끌여들여 연못을 만들었다. 계곡물을 끌어와 만든 이 연못에는 오봉산의 수려한 자태가 비치게 했다고 한다.
구성폭포는(九聲瀑布) 청평사를 찾거나 오봉산을 오를 때면 으레 들르게 되는 곳이다. 차고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흘러 내려오다 7m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폭포를 이룬다. 폭포 아래 소(沼)를 공주탕이라 부르며, 폭포 바로 아래에는 공주가 하룻밤 묵어간 공주굴이 있다.
*맛집
춘천의 별미는 단연 막국수. 메밀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메밀은 화전을 일군 땅에서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한 데다 햇볕이나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강원도의 특산물이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될 만큼 전국적으로 이름난 ‘춘천막국수’의 참 맛을 보려면 춘천시 후평동 로터리에 있는 ‘부안막국수집’(033-254-0654)을 가면 된다.
가정집처럼 소박하게 꾸민 정원과, 정원 곳곳에 마련된 평상이며 앉을 자리가 운치있다. 사골을 우려낸 육수에 좋은 메밀로 만든 막국수는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양념에 여러 고명을 더하고 살살 뿌려낸 검정깨가 유난히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부안막국수집’의 또다른 별미는 총떡. 마치 총대처럼 길쭉하게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총떡은 메밀가루 전병에 다진 고기와 양념으로 속을 넣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감칠난다.
*가는 요령
경춘가도인 46번 국도를 타고 청평 - 가평 - 강촌 - 신연교 - 춘천 - 춘천역 - 화천 방면 5번 국도 - 제2소양교 - 양구 방면 우회전 - 우두산 3거리(충렬탑) - 오음리·양구 방면 우회전 - 율문3리 - 소양댐 입구 주차장(춘천역 - 12km - 소양댐) - 선박이용.
혹은 서울 - 청평 - 가평 - 강촌 - 의암대교 - 의암터널 - 팔미리 I.C - 우회전 - 계속 직진 - 동면 감정리 로터리 - 좌회전 - 200m - 우회전- 소양댐밑 세월교 - 우회전 - 1km - 소양댐 입구 주차장 - 선박이용.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