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쏘나타가 거리를 달린다. 사실 그 모습이야 진작부터 오토타임즈를 비롯해 인터넷에 떠돌았지만 공식적으로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스텔라에서 시작해 쏘나타(2세대), 뉴쏘나타(3세대), 쏘나타Ⅱ, Ⅲ(3세대), EF쏘나타, 뉴EF쏘나타(4세대)에 이어 다시 쏘나타다. 첫 모델이 85년 11월에 나왔으니 곧 20년을 채우게 된다. 그 긴 세월을 ‘쏘나타’라는 한 이름으로 팔린 장수모델이기도 하거니와 판매기간동안 대부분의 세월을 베스트셀링카의 자리에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차종을 꼽으라면 쏘나타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쏘나타\'라는 말이 음악의 한 장르라는 원래의 의미보다는 자동차 이름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
그런 쏘나타를 시승했다. 사족 하나. 새 차가 나오면 메이커는 시승자들을 줄 세워 차례대로 타게 한다. 어지간하면 기다려야 하지만 쏘나타만큼은 하루라도 빨리 타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인 데다 이 차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 급한대로 영업소 고객 시승용차를 타고 서너 시간 남짓 타본 소감을 올린다. 도둑시승인 셈이다. 시승차는 쏘나타 N20 디럭스다. 2.4 엔진의 시승은 차후로 미뤄둔다.
▲디자인
무난한 디자인이다. 직전 모델인 뉴EF쏘나타가 다소 과장되고 기교를 부렸다면 새 쏘나타는 ‘기름기 쏙 뺀 담백한’ 디자인이다. 고급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스스로의 성격을 드러내는 디자인이다.
쏘나타는 아우디 A6와 많이 닮았다. 쏘나타가 데뷔하면 아우디측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그럴 듯한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아우디만 닮은 게 아니다. 사브를 닮았다는 이도 있고, 혼다 어코드와 비슷하다는 이도 있다. 기자는 과거 현대 엑셀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아우디 A4 혹은 A6와 쏘나타는 오래 전부터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예전에 아우디 시승기를 쓰면서 아우디 마크만 떼어내면 쏘나타와 구별하기 힘들겠다고 말한 기억도 있다.
사실 새 차가 나올 때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디자인이다. 앞뒤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등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 부분들의 디자인 경향이 유행처럼 흐르는 경우가 많아 그 유행을 쫓다 보면 서로 비슷해지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잘된 디자인을 ‘참고’하는 경우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용준 사진 보고 그대로 성형수술했다고 ‘욘사마’가 되는 건 아니다. 배용준은 배용준이고, 난 나다. 아우디는 아우디고, 쏘나타는 쏘나타인 것.
얇은 사각형 모양의 헤드 램프, 보닛 위에 만들어진 라인 등이 이 차의 특징이다. 듀얼 머플러는 2.4급 이상에 적용됐고 2.0엔 싱글 머플러다. 보닛을 열면 힌지가 있어 별도의 지지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소한 것 하나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낀다. 사소한 것으로 감동도 하고, 화도 내고 그러는 존재가 소비자다.
3개의 은회색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보기에도 편하다. 센터페시아는 위 아래를 분리, 세로보다는 가로로 통일된 느낌을 준다. 안정감있는 구성이다. 선바이저에 내장됐던 거울은 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뉴EF쏘나타에 비해 차는 전체적으로 커졌다. 휠베이스와 트레드가 모두 늘었고 최저지상고는 낮아졌다.
▲성능
핸들을 잡았다. 얇다. 묵직하게 손 안에 잡히는 핸들이 아니라 가볍게 잡힌다. 가속 페달을 장난삼아 툭 밟았다. 차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처음부터 튕겨 나갈 듯한 힘찬 반응이다. \"어쭈!\" 소리가 절로 난다.
자동변속기답지 않게 민감한 반응은 고속에 이르러서도 죽지 않았다. 밟는 만큼 나간다. 차분하게, 넘치지 않고 충분한 파워를 보였다. 새로 만들었다는 세타엔진의 민감한 반응은 가변식 흡기밸브 시스템(VVT)에 힘입은 바 크다. 흡기밸브의 개폐시기를 주행상황에 맞춰 매우 민감하게 조절하는 장치다. 고속일 때는 흡기밸브 타이밍을 늦추고 저속일 때는 빠르게 한다.
알루미늄 블록을 적용해 엔진의 무게도 23kg 줄였다. 알루미늄의 단점인 강성 문제를 해결해 엔진을 업그레이드한 것. 타이밍 벨트는 고무가 아닌 체인 방식을 썼다. ECU와 TCU는 PCU로 통합 적용됐다. 이 처럼 첨단 기술의 세례를 받고 태어난 세타엔진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지켜 볼 필요성이 있지만 일단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산 엔진으로는 처음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엔진개발 기술을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외업체에 엔진기술을 팔 만큼 현대가 성장했다.
자동 4단 변속기는 게이트 방식의 H매틱이다. 게이트 방식은 기어 단수별로 정해진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잘못 조작할 위험을 막아준다. 뿐만 아니다. 같은 이유로 운전자가 직접 수동변속기처럼 각 단으로 변속할 수 있어 큰 매력이 있다. H매틱 역시 수동변속처럼 시프트 업, 다운을 강제로 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차를 조작하며 운전하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다만 그 기능 상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아예 철저하게 게이트 방식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렉서스의 그 것처럼.
파워, 이코노미, 홀드 등등 변속기의 자잘한 기능은 모두 생략됐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고급스럽다. 다만 세계적으로는 5단 자동변속기가 보편화되는데 아직 4단 자동변속기라는 게 아쉽다.
변속충격이랄까, 혹은 4단 변속기의 한계랄까 하는 부분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충분히 부드럽고 파워풀하다. H매틱 2단에서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6,000rpm까지 치고 오르며 시속 120km까지 커버한다. 144마력/6,000rpm의 파워는 평상 주행에서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할 힘이다. 물론 평범한 소비자들이 배기량이 큰 차와 비교해서 힘이 부족하달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경사가 급한 언덕길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정확한 핸들링도 인상적이다. 편안하게 달리다가도 작정하고 스포츠 드라이빙을 시도하면 스티어링 휠에 차체가 적극 반응한다. 유격없이 꽉 짜인 스티어링이다.
아반떼XD를 시승했을 때의 느낌은 매우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차가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이 매우 확실히 왔기 때문이다. 쏘나타 역시 그런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 분명하게 한 단계 올라선 차라는 생각이 \'팍\' 꽂힌다.
▲경제성
쏘나타 시리즈 중 가장 싼 N20 기본형의 가격은 1,625만원이다. N20 프리미어 기본형은 2,060만원이고 2.4 엔진을 얹은 F24S 럭셔리 기본형은 2,330만원이다. N20 기본형과 최고급 F24 프리미어 사이에 무려 9개의 차종이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쏘나타 2.0의 연비는 수동변속기가 12.1km/ℓ, 자동변속기는 10.7km/ℓ다.
쏘나타는 대형차시장을 넘보는 중형차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경쟁차로는 SM5를 꼽을 수 있다. 향후 자동차시장 관전 포인트는 물어볼 것도 없이 두 차종을 눈여겨 보는 것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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