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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우리끼리 해결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4WD 동호인들은 즉시 출동한다. 그가 누구이든 4WD를 타고 오프로드 투어링을 즐기다 사고를 만났다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현장으로 달려가는 열혈 마니아들이 있다.

4WD 마니아들은 사고를 당해도 경찰이나 보험회사에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다. 견인차를 불러봐야 그 차가 오다가 오히려 견인 당해야 할 상황을 만나기 쉽다. 험한 산 속에서 차가 전복되거나 혹은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처하는 사고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산 속에서 만난 사고에는 기존의 사고처리 시스템이 전혀 작용하지 못한다. 경찰도, 견인차도, 앰뷸런스도 올 수 없는 곳이어서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스스로, 혹은 끼리끼리 사고를 해결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들끼리의 사고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깊은 산중에서 사고를 만나면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건 핸드폰. 여기까지는 기존의 사고처리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핸드폰으로 이들이 연락하는 곳은 전혀 다르다. 112나 보험회사가 아니라 동료회원들이기 때문. 연락을 받는 회원은 즉시 몇 개의 동호회 홈페이지에 ‘긴급 구난요청’을 올린다. 이 요청은 밤이고 새벽이고 유효하다. 게시판에 올라온 구호요청을 본 동호인들이 즉시 출동하는 것. 구난요청이 거절되거나 실현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상시 대기인력이 있는 건 아니나 어디선가 누군가가 반드시 출동한다는 것. 물론 댓가를 바라거나, 구조비용을 바가지 씌우는 일도 없다.

최근 사례. 경기도 파주 법원리, 일명 ‘탱크장’으로 불리는 야산에서 심야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전복되는 사고가 최근 있었다. 이 같은 사고소식은 금세 핸드폰과 인터넷을 타고 오프로드 어드벤처 홈페이지(www.offroad.co.kr)를 비롯한 몇 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졌다. 그러자 가평, 김포, 서울 등지의 동호인들이 서로 연락하며 3대의 4WD가 구조대를 편성, 출동했다. 결국 사고발생 서너 시간만에 상황은 종료됐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사고 당사자가 구조에 감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은 종종 일어난다. 영종도에서, 가평에서, 언양 천황산에서, 심지어 제주에서도 구난요청이 올라온다. 그 때마다 동호회원들의 네트워크가 작용해 큰 탈 없이 구조가 이뤄졌다. 워낙에 험로를 다니는 경우가 많아 동호회원들끼리의 동질감이 강한 데다 험로에서 도울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밖에 없음을 잘 알기 때문에 구조에 적극 나서는 이들이 많다. 물론 그 만큼 4WD 동호인들의 문화가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프로드 투어링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로프와 셔클 등 구조에 필요한 장비들을 차에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안타깝게 여기고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자세를 평소에 갖추는 것이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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